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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 6경기’에 올인한 한국축구...플랜 B가 안 보인다[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성공하면 연장, 실패하면 다시 시작?
한국축구가 지향할 축구에 맞는 후보군을 상시 발굴·검증해야


현영민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오른쪽)이 대한축구협회 유튜브 KFA TV 채널에 나와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FA TV 화면 캡처
현영민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오른쪽)이 대한축구협회 유튜브 KFA TV 채널에 나와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FA TV 화면 캡처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한국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스페인 출신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치르게 될 A매치 6경기는 평가전이지만, 한국축구의 시간은 평가전만큼 여유롭지 않다.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는 6경기 이후, 아시안컵을 향한 ‘플랜 B’는 과연 준비돼 있는가.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은 4일 대한축구협회 공식 유튜브 채널 ‘KFA TV’를 통해 모레노 감독의 선정 경위와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모레노 감독의 선임 배경은 이미 알려진 바 있으나,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A매치 6경기 동안의 성과가 좋을 경우 내년 1월 예정된 아시안컵까지 지휘봉을 맡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현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11월 말로 다가온 아시안컵 엔트리 제출 시한, 그리고 협회장 선거 제도 개선 논의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때, 6경기 평가 결과에 따라 아시안컵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현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모레노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내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어주길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한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에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왼쪽)이 지난 2022년 그라나다CF 감독을 맡고 있을 당시, 레알 마드리드와의 라리가 원정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수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마드리드(스페인) = AP 뉴시스
한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에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왼쪽)이 지난 2022년 그라나다CF 감독을 맡고 있을 당시, 레알 마드리드와의 라리가 원정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수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마드리드(스페인) = AP 뉴시스

모레노가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때 가서 다음 선택을 고민하는 구조다. 그런데 후자에 대한 준비는 공개된 계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현재의 계획만 놓고 보면, 모레노 감독의 성공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외길 도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임시 감독을 선임한 것만으로 필요한 조치를 다한 것은 아니다. 당장이라도 아시안컵을 지휘할 사령탑 선임과 관련한 현실적인 후속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이번 임시 감독 선임 과정에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만약 성적뿐 아니라 경기력과 팀 운영 전반에서 모레노 감독이 대표팀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후보군 물색과 검증 프로세스에 착수해야 마땅하다.

감독 선임 후에도 선수단 파악, 자체 훈련 일정 수립, 전술 모델 적용 등 최소한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이달 24일과 28일에 치러질 에콰도르, 우루과이전만 하더라도 새 감독에게는 선수단을 파악하고 자신의 전술을 적용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일정은 감독이 선임되자마자 곧바로 선수단을 구성하고 A매치를 준비해야 하는 구조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또다시 시간에 쫓긴 감독 선임과 대표팀 준비가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적의 감독을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되, 신임 감독이 첫 A매치를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는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올해 A매치 6경기만을 평가 기간으로 설정했다면, 그 기간 동안의 성적과 경기력에 따라 이후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까지 동시에 준비했어야 한다. 모레노 감독에게 아시안컵까지 기회를 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면,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후보군과 검증 절차 역시 병행해야 한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오른쪽)과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KFA TV 화면 캡처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오른쪽)과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KFA TV 화면 캡처

애초에 이번 임시 감독의 임기를 올해 A매치 6경기로 한정하기보다, 평가 기간을 아시안컵까지 설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한층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임시 감독을 선임하는 데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정작 더 신중하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할 정식 감독 선임 작업에는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와 월드컵 참패로 바닥을 친 한국축구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소방수’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독 한 사람의 성패에 따라 방향이 흔들리지 않는 선임 시스템이다. 한국축구가 지향할 축구를 먼저 정립하고, 그에 맞는 후보군을 상시적으로 발굴·검증하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음 선택이 흔들림 없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비록 모레노 감독이 그동안 한국 축구와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를 쌓아왔다고는 하나, 단지 ‘한국 선수를 잘 안다’는 것만으로 대표팀 감독의 적합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축구를 구현할 것인지, 그 축구가 한국축구가 지향해야 할 기술철학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다. 감독의 이름보다 먼저 한국축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세워져야 하는 이유다.

모레노 감독의 6경기 결과를 기다린 뒤 다음 선택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국축구의 다음 행보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협회의 역할이다. 모레노 감독이 그 적임자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오른쪽)과 로베르트 모레노 한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KFA 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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