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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감독의 FC 서울은 어떻게 '진짜 강팀'으로 변했나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기동 매직’은 마법이 아니었다… 화려함 내려놓고 팀구조를 바꿨다
‘강팀 조건’ 수비… 야잔·로스·구성윤이 세운 마지막 벽


FC서울 김기동 감독이 지난 25일 부천FC와의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홈팬들에게 승리의 하트를 선물하고 있다./K리그
FC서울 김기동 감독이 지난 25일 부천FC와의 홈경기에서 승리한 뒤 홈팬들에게 승리의 하트를 선물하고 있다./K리그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김기동 감독에게는 경기를 앞두고 꼭 지키는 루틴이 하나 있다. 경기 전날 밤 푹 자두는 일이다. 피로를 깨끗이 씻어내고 가장 가벼운 상태로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머리가 맑아야 경기를 읽는 눈도 밝아지고, 그래야 흐름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단순한 습관 속에 지금 FC 서울의 변화가 압축돼 있는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며, 경기의 흐름을 냉정하게 읽는 것. 서울이 지난 2년간 만들어온 변화도 결국 그런 과정이었다.

사람들은 이를 ‘기동 매직’이라 부르지만, 정작 서울의 질주를 만든 것은 마법이 아니다. 스타의 이름값보다 팀의 구조를 앞세우고, 개인의 능력보다 조직의 힘을 키운 결과다. 화려한 이름을 모으는 데서 벗어나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 그것이 김기동 감독이 서울에 심은 가장 큰 변화다.

2026시즌 K리그1 26라운드 현재, 17승 5무 4패(승점 56점). 2위 울산 HD와는 무려 16점 차다. 최다 득점(52골)과 최소 실점(21실점)을 동시에 움켜쥔 FC 서울의 독주는, 이제 10년 만의 우승을 향해 기분 좋게 달려가고 있다. 뿌리가 깊고 단단한 나무처럼 어떤 바람이 불어도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30일도 광주FC를 5-2로 제압, 가공할 화력을 자랑했다.

수년간 넉넉한 자본과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품고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서울이, 마침내 패배 의식을 털어내고 ‘지속 가능한 강 팀의 구조’로 변모했다.

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기성용(오른쪽)과 린가드가 지난해 10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포항스틸러스전에서 만나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해 7월 포항으로 이적했고, 린가드도 지난 시즌을 끝으로 FC서울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K리그
지난 시즌 초반만 해도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기성용(오른쪽)과 린가드가 지난해 10월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서울-포항스틸러스전에서 만나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해 7월 포항으로 이적했고, 린가드도 지난 시즌을 끝으로 FC서울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영국으로 돌아갔다./ K리그

◆ 스타의 그늘을 벗다: 이름값 대신 '하나 된 팀'으로

과거 서울은 화려했다. 박주영, 기성용, 이청용, 데얀, 린가드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팀의 상징으로 자리했고, 자연스럽게 관심도 개별 선수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스타의 이름값이 곧 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서울은 지난 몇 년간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고, 결국 명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지속적인 경쟁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 부임 후 지난 2년간 진행된 리빌딩은 이 묵은 습관을 완전히 깨뜨리는 작업이었다. 현재 서울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과거의 그늘은 찾기 힘들다. 2년간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거치며 베스트 11을 포함한 선수단 스쿼드 전체가 김 감독의 철학에 맞춰 완전히 새로 짜였다.

"예전의 서울이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그의 말처럼, 서울은 이름값에 기대던 문화를 버리고 마침내 개인보다 팀이 우선하는 단단한 원팀의 정체성을 뿌리내렸다.

FC서울의 공격수 클리말라가 지난 5월2일 김천상무와의 K리그1 홈경기에서 김천상무 수비수 이정택을 압박하며 볼탈취를 시도하고 있다./K리그
FC서울의 공격수 클리말라가 지난 5월2일 김천상무와의 K리그1 홈경기에서 김천상무 수비수 이정택을 압박하며 볼탈취를 시도하고 있다./K리그

◆ 능동적인 축구: 물러서지 않는 전방 압박의 즐거움

체질이 바뀌니 경기력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과거 서울이 단조로운 후방 빌드업과 패스 축구에 매달리며 조금은 답답한 흐름을 보였다면, 지금의 서울은 현대 축구의 핵심인 ‘강력한 전방 압박’과 ‘빠른 공수 전환’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뒤로 물러서서 끌려다니는 축구는 뛰는 선수도, 보는 팬도 재미없다"는 명확한 방향 아래, 최전방의 클리말라부터 미드필더 진 전체가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상대를 압박한다. 당초 전방 압박 스타일이 아니었던 클리말라조차 "축구를 다시 배우는 것 같다. 정말 재미있다"며 신나게 뛰듯, 선수단 전체가 주도적으로 경기를 끌고 간다.

서울의 변화는 단순히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는 데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지 않으려는 팀의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어느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포워드, 미드필더, 수비수까지 14명에 달하는 선수들이 골고루 득점을 터뜨리는 다채로운 공격은, 경기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팀의 능동성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실이다. 30일도 윙백 김진수가 시즌 첫골을 신고한 것을 비롯해 손정범 이승모 정승원 안데르손 등이 돌아가며 득점했다.

FC서울 수문장 구성윤이 지난 4월15일 K리그1 울산HD와의 원정 경기에서 볼을 캐치한 뒤 후속 빌드업을 위해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울산=K리그
FC서울 수문장 구성윤이 지난 4월15일 K리그1 울산HD와의 원정 경기에서 볼을 캐치한 뒤 후속 빌드업을 위해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울산=K리그

◆ 뒤가 강해졌다: 야잔·로스와 구성윤이 세운 마지막 벽

강팀의 중요한 조건인 '안정된 수비력'도 이제 서울의 확실한 무기가 됐다. 지난 시즌까지 서울을 괴롭히던 수비 불안은 외국인 센터백 조합인 야잔과 후안 안토니오 로스, 그리고 최후방을 지키는 구성윤 골키퍼가 손을 잡으며 눈에 띄게 줄었다. 올시즌 로스와 구성윤의 영입은 결정적인 한 수가 됐다.

야잔과 로스는 압도적인 제공권과 안정적인 빌드업으로 1차 방어선을 든든히 구축하고, 혹시라도 이를 뚫고 들어오는 위기는 구성윤 골키퍼가 시원한 선방쇼로 막아낸다. 공격진의 전방 압박, 센터백의 견고한 벽, 그리고 구성윤의 철벽 골문으로 이어지는 삼중 방어막은 서울을 리그 최소 실점(19실점) 팀으로 만들어 놓았다. 경기당 0.8실점과 전체 경기의 절반에 육박하는 12개의 클린시트를 기록중이다.

FC서울 김기동 감독이 지난 4월15일 울산HD와의 원정경기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울산=K리그
FC서울 김기동 감독이 지난 4월15일 울산HD와의 원정경기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울산=K리그

◆ 얇은 스쿼드를 채우는 내공: 경기를 읽는 눈과 흔들리지 않는 마음

사실 서울의 선수층이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아주 두꺼운 편은 아니다. 한정된 교체 카드와 얇은 스쿼드라는 엄연한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이 승점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건 리더의 '경기 읽는 눈'과 '위기 관리 능력' 덕분이다.

20년간 선수로 현장을 누벼온 지도자의 내공은 경기의 작은 균열을 놓치지 않는 판단력으로 이어진다. 지난 7월 5일 인천전이 대표적이다. 전반 내내 슈팅 한 번 기록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리던 흐름이었지만, 후반 문선민의 교체 투입과 함께 상대 뒷공간을 타격하는 전술변화로 순식간에 경기 양상을 뒤바꿨다. 결국 점유율에서 밀리고도 정승원의 결승골로 승점 3점을 챙기는 경기 운영의 묘를 보여줬다. 8월 15일 대전전 역시 1-2로 끌려가던 위기 상황에서 교체 투입된 송민규의 연속골을 앞세워 4-2 대역전극을 완성해 냈다.

그의 강점은 단순히 교체 카드를 적중시키는 데 있지 않다. 경기의 흐름이 어디에서 막히고 있는지를 읽고, 그에 맞춰 팀의 공격 방식과 선수들의 역할을 바꾸는 능력에 있다.

지난 7월 26일 울산전 패배 후 전북, 김천전까지 연속 무승부에 그치자 주변에서 '위기'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위와의 승점 차가 전반기를 마칠 때보다 오히려 벌어져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짚어내며 내부 동요를 잠재운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강팀은 위기를 겪지 않는 팀이 아니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과장하지도, 외면하지도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팀이다. 서울은 올 시즌 몇 차례의 흔들림 속에서도 승점 차와 팀의 흐름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중심을 잃지 않았다.

FC서울 정승원이 지난 5월5일 열린 FC안양과의 K리그1 홈경기에서 안양의 김동진을 등지면서 볼을 다루고 있다./K리그
FC서울 정승원이 지난 5월5일 열린 FC안양과의 K리그1 홈경기에서 안양의 김동진을 등지면서 볼을 다루고 있다./K리그

◆마법이 아닌, 구조가 만든 진짜 강팀

지금 FC 서울이 보여주는 독주는 일시적인 운이나 스타 한두 명이 만든 마법이 아니다. 스타의 이름값보다 팀의 정체성을 앞세우고, 수동적인 축구에서 능동적인 축구로 방향을 틀었으며,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추고,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리더십을 구축한 결과다.

그래서 지금의 서울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한두 명의 스타가 사라져도, 한두 경기에서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팀의 힘을 갖췄기 때문이다.

FC 서울은 이제 단순히 순위표 맨 위에 있는 팀이 아니다. 비로소 '진짜 강팀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K리그 무대 위에서 증명해 내고 있다.

결국 김기동 감독이 서울에 심은 것은 전술 하나가 아니라, 축구하는 방식 자체였다.

FC서울 정승원이 지난 5월5일 열린 FC안양과의 K리그1 홈경기에서 안양의 김동진을 등지면서 볼을 다루고 있다./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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