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임·월드컵 실패 넘어 축구협회 회계관리도 새 쟁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 참사의 책임과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따질 국회 청문회가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이라는 새로운 뇌관을 안고 열려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를 개최한다. 당초 2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의 영향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이용수 협회 부회장, 김승희 전무이사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번 청문회는 애초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책임, 정몽규 전 회장 체제의 불투명한 협회 운영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홍 전 감독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서 도덕성과 회계 투명성 문제가 전면에 떠올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대한축구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홍 전 감독은 2024년 7월부터 2026년 5월까지 법인카드로 총 3742만원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약 1406만~1408만원을 자택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에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용액의 약 37.6%다. 주말과 공휴일 사용액도 37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됐다.
대한축구협회 업무추진비 지침은 자택 인근이나 휴일 법인카드 사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출장 자료 등 객관적 증빙이나 소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홍 전 감독이 별도의 소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사용 목적과 정산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졌다.
홍 전 감독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법인카드를 규정과 한도 안에서 사용했고 모든 내역을 협회에 증빙·정산했으며, 재임 기간 부적절한 사용이라는 지적이나 시정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분당 지역에 외국인 코치들이 거주했고 공유오피스에서 코칭스태프 회의를 진행했으며, 대표팀 소집 때 분당 소재 호텔도 이용했다는 것이 홍 전 감독의 설명이다. 주말과 공휴일 사용 역시 K리그 경기 관찰과 대표선수 명단 확정을 위한 회의 과정에서 발생한 업무추진비라고 주장했다. 관련 자료는 청문회에서 직접 소명하겠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청문회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집 근처에서 사용했다’는 장소적 정황보다 실제 참석자와 회의 목적, 결제 시각, 경기 관전 일정, 개인카드 사용 내역 등이 서로 일치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자택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사적 사용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협회 규정이 요구하는 증빙과 소명 절차가 생략됐다면 관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법인카드 논란은 홍 전 감독 개인을 넘어 협회 전체로 번지고 있다. 축구협회가 2021년 벨기에 항공업체에 1억1719만원을 결제하고, 2022년 유아복 업체로 등록된 사업장에서 330만원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영일 전 부회장이 한 일식당에서 4년간 1161만원을 결제했고 이후 해당 식당 업주와 결혼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최 전 부회장은 문체부 감사에서 소명해 징계를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청문회는 홍 전 감독의 특정 결제 몇 건을 따지는 차원을 넘어 법인카드 사용을 누가 승인하고, 어떤 기준으로 증빙하며, 회계팀과 감사 부서가 실질적으로 검증했는지를 밝히는 자리가 돼야 한다. 매달 사용 내역을 점검했다는 협회 설명이 사실이라면 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결제를 왜 사전에 걸러내지 못했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다만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은 변수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 깊이 관여한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박항서 전 부회장은 해외 체류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참고인으로 채택된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도 불출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연결고리가 빠지면서 ‘맹탕 청문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홍 전 감독과 정 전 회장이 직접 출석할 경우 청문회의 파장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감독 선임의 정당성, 월드컵 실패 책임, 미국 재출국 경위에 법인카드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홍 전 감독을 향한 질문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 전 회장 역시 장기간 협회를 이끌며 구축한 내부 통제와 회계·감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답해야 한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법인카드는 실제 사적 사용 여부뿐 아니라 사적으로 보일 수 있는 거래를 피하고 투명하게 증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반대로 의혹만으로 개인의 명예를 재단해서도 안 된다.
30일 청문회의 성패는 폭로의 수위가 아니라 자료와 증언을 통해 사실관계를 얼마나 촘촘하게 규명하느냐에 달렸다. 홍 전 감독 개인의 도덕성을 심판하는 정치적 무대에 그친다면 한국 축구가 얻을 것은 또 다른 상처뿐이다. 감독 선임과 예산 집행, 법인카드 정산, 내부 감사에 이르는 협회의 구조적 허점을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때 비로소 청문회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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