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메리노 투입 2분 만에 결승골, 벨기에는 주전 수문장 부상 무너져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티보 쿠르투아가 나가자 벨기에의 운명이 흔들렸고, 미켈 메리노가 들어오자 스페인의 4강 문이 열렸다. 팽팽하던 월드컵 8강전은 양 팀의 ‘교체’가 만들어낸 극명한 대비 속에서 갈렸다.
스페인은 11일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8강에서 벨기에를 2-1로 꺾었다. 전반 30분 파비안 루이스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벨기에는 전반 41분 샤를 데 케텔라에르의 헤더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 무실점을 이어가던 스페인에 처음으로 골을 넣은 팀이 벨기에였다.
경기의 흐름은 스페인이 지배했지만 벨기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케빈 더 브라위너가 패스의 출발점이 되고 제레미 도쿠가 측면을 흔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티보 쿠르투아가 있었다.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쿠르투아의 존재는 벨기에 선수들에게 "한 번의 역습이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줬다.
그러나 후반 26분 변수가 발생했다. 후반 21분 왼쪽 허벅지에 이상을 느낀 쿠르투아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더 이상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벤치에서 응급조치를 받고도 결국 교체됐다. 벨기에의 마지막 방패는 눈물을 보이며 그라운드를 떠났고, 샘 라먼스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골문에 섰다.

라먼스가 골문을 지킨 지 17분 만에 운명이 갈렸다. 후반 43분 파우 쿠바르시의 중거리 슈팅을 라먼스가 완전히 품지 못했고, 앞으로 흐른 공을 메리노가 왼발로 밀어 넣었다. 잡거나 최소한 위험지역 밖으로 쳐냈어야 할 공이었다. 토너먼트에서는 한 번의 판단과 한 번의 처리가 한 나라의 월드컵을 끝낼 수 있다.
공교롭게도 메리노는 투입된 지 불과 2분 만에 결승골을 넣었다. 16강 포르투갈전에서도 교체로 들어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렸던 선수다. 스페인의 교체는 이미 준비된 승부수였고, 벨기에의 교체는 부상에 떠밀린 비상조치였다. 한쪽은 벤치에서 해결사를 꺼냈고, 다른 한쪽은 가장 믿었던 선수를 잃었다.
물론 패배를 라먼스 한 사람에게 모두 돌려서는 안 된다. 예고 없이 월드컵 8강 한복판에 투입된 골키퍼에게 쿠르투아와 같은 안정감을 요구하는 것부터 가혹하다. 스페인은 경기 대부분을 지배했고 벨기에 수비를 계속 두들겼다. 라먼스의 실수는 결승골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그 장면 이전부터 벨기에는 수세에 몰려 있었다.

그럼에도 쿠르투아의 부상은 벨기에에 너무도 뼈아팠다. 골키퍼는 단순히 슈팅을 막는 선수가 아니다. 수비라인을 통제하고 동료의 불안을 잠재우며 위기의 순간 팀 전체에 확신을 주는 존재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쿠르투아처럼 수많은 큰 경기를 경험한 34세 베테랑 수문장의 공백은 한 자리 이상의 상실이었다.
스페인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 8강에서 벨기에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던 아픔을 40년 만에 갚았다. 반면 2018년 3위 이후 다시 4강을 꿈꿨던 벨기에는 가장 믿었던 골키퍼의 부상과 가장 준비가 어려웠던 교체 앞에서 멈춰 섰다.
축구에서는 준비된 교체가 승리를 부르지만, 강요된 교체는 운명을 시험한다. 이날 벨기에를 탈락시킨 것은 라먼스의 두 손만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선택이 아닌 부상으로 마지막 방패를 바꿔야 했던 토너먼트의 잔혹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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