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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놓친 '신(神)' 메시, 그래도 축구를 예술로 만들었다 [박순규의 창]
0-2서 13분 만에 3골 폭발…아르헨티나, 이집트 꺾고 대역전 8강행
2026 월드컵 명승부...실수를 대기록으로 지워낸 '축구의 신'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8일 이집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후반 대역전승의 발판이 된 2-2 동점골을 기록한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애틀랜타=AP.뉴시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8일 이집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후반 대역전승의 발판이 된 2-2 동점골을 기록한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애틀랜타=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신(神)도 실수한다. 그러나 실수한 뒤 무엇을 보여주느냐가 인간과 신의 경계를 가른다. 리오넬 메시가 그랬다. 8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이집트전. 아르헨티나는 탈락 직전까지 몰렸다. 전반 15분 선제골을 내줬고, 6분 뒤 얻은 페널티킥마저 메시가 실축했다. 그의 왼발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혔다. 프리킥은 골대를 때렸다. 후반에는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0-2. 디펜딩 챔피언의 시간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축구는 90분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메시의 축구는 오히려 절망이 깊어질수록 더 선명하게 빛났다. 후반 34분, 메시의 왼발에서 기적이 시작됐다. 오른쪽에서 문전을 향해 날아간 정확한 크로스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헤더로 연결했다. 1-2. 불과 4분 뒤에는 메시 자신이 해결사로 나섰다. 혼전 속에서 굴러온 공을 지체 없이 왼발 발리슛으로 때렸다. 공은 골키퍼의 손과 크로스바를 차례로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2-2.

완성은 후반 추가시간 2분이었다.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의 크로스를 엔조 페르난데스가 헤더로 꽂았다. 3-2. 후반 34분부터 추가시간 2분까지 불과 13분. 0-2로 패색이 짙던 경기는 거짓말처럼 뒤집혔다. 메시의 공식 기록은 1골 1도움이었다. 그러나 그 두 개의 숫자만으로는 그가 어떻게 경기의 공기를 바꾸고, 동료들을 깨우고, 패배로 기울던 아르헨티나의 운명을 되돌렸는지 설명할 수 없다.

메시는 이날 월드컵 9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2026 대회 8호골로 득점 선두에 올라섰다. 월드컵 통산 31경기 21골. 오랫동안 정상에 있던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16골은 이미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 시작된 월드컵 여정은 어느덧 6번째 대회에 이르렀다. 2014년 4골, 2022년 7골, 그리고 2026년 8골. 39세의 축구선수가 마지막 월드컵에서 자신의 단일 대회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식의 영역을 넘어선다.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메시./애틀랜타=AP.뉴시스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메시./애틀랜타=AP.뉴시스

축구 역사에서 ‘신’의 계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다. 펠레는 월드컵의 왕이었다. 1958년 17세의 나이로 세계를 놀라게 한 뒤 1962년과 1970년까지 세 차례 월드컵 우승을 경험했다. 월드컵 14경기에서 12골. 축구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성장하던 시대, 펠레는 승리와 영광의 상징이었다.

마라도나는 다른 종류의 신이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끈 그의 모습은 한 명의 천재가 한 팀의 운명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잉글랜드전의 ‘신의 손’과 60m 드리블에 이은 ‘세기의 골’은 마라도나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상징한다. 펠레가 왕이었다면, 마라도나는 반항하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이제 메시가 있다. 펠레에게는 세 번의 월드컵 우승이 있고, 마라도나에게는 1986년이라는 불멸의 서사가 있다. 메시는 그 둘과 다른 방식으로 축구의 정상에 올랐다. 20년 넘게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고, 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골과 도움, 우승과 개인상을 쌓았다. 그리고 한때 자신을 따라다니던 ‘국가대표팀에서는 약하다’는 꼬리표마저 2022년 월드컵 우승으로 떼어냈다.

이제 39세의 메시는 월드컵 통산 21골로 역사상 누구도 밟지 못한 곳에 서 있다. 펠레가 월드컵을 세계인의 축제로 만들고, 마라도나가 축구를 한 인간의 장대한 서사로 만들었다면, 메시는 기록과 승리, 창조성과 지속성을 하나의 시대 안에서 완성하고 있다.

그렇다고 누가 더 위대한지를 굳이 판정할 필요는 없다. 시대가 달랐고, 규칙이 달랐으며, 축구가 달랐다. 중요한 것은 세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하지만 메시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골만 많이 넣었다면 위대한 골잡이로 남았을 것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공간을 보고, 남들보다 반 박자 늦게 움직이면서도 언제나 한 박자 먼저 도착한다. 수비수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길을 연다.

그의 패스는 붓이 되고, 드리블은 선이 되며, 왼발 슈팅은 그림의 마지막 점이 된다. 다른 선수들이 주어진 공간을 찾아 움직인다면, 메시는 없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기술과 예술의 차이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축구 거장 지네딘 지단은 과거 메시를 향해 "그는 경기를 결정짓는 유일무이한 존재이며, 그의 플레이를 보는 것 자체가 축구에 대한 모독을 멈추게 한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집트전에서 보여준 메시의 1골 1도움은 단순히 8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넘어, 후배 선수들과 전 세계 축구계에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집트전은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완벽한 신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페널티킥을 놓쳤다. 프리킥은 골대를 때렸다. 팀은 0-2까지 밀렸다. 축구 인생의 마지막 월드컵이 16강에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메시는 실패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다시 공을 잡았고, 다시 동료를 찾았으며, 끝내 골을 만들고 직접 골까지 넣었다. 실수를 지우려 하지 않고 더 큰 플레이로 실수를 넘어섰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썼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는 않는다." 이날 메시와 아르헨티나가 꼭 그랬다. 쓰러질 수는 있어도 끝난 것은 아니었다. 축구를 ‘뷰티풀 게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축구는 완벽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서고, 불가능해 보이는 순간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기에 아름답다.

펠레가 축구를 세계의 언어로 만들었고, 마라도나가 축구를 신화로 만들었다면, 메시는 축구를 예술로 만들었다. 페널티킥을 놓친 신은 0-2의 벼랑 끝에서 1골 1도움으로 아르헨티나를 구했다. 그리고 39세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세상에 보여줬다.

축구는 누군가에게는 경기이고, 누군가에게는 산업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인생이다. 그러나 메시의 발끝을 통과하는 순간, 축구는 예술이 된다.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후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메시./애틀랜타=AP.뉴시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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