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발 제외, 후반 김민재도 교체 아웃...후반 18분 실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홍명보 감독의 '악수(惡手)'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32강 진출의 발목을 잡았다. 에이스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수비의 핵 김민재도 후반 교체하는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로 최종 3차전 패배의 수모을 당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손흥민을 벤치로 돌리는 '모험수'를 택한 끝에 조직력 실종의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0-1로 패했다.
조별리그 3경기 가운데 가장 졸전을 이어가던 한국은 0-0의 균형을 이루던 후반 18분 남아공의 마세코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반 오현규를 빼고 조규성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으나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16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남아공은 한국의 졸전에 힘입어 조 2위로 사상 첫 토너먼트 진출의 새역사를 썼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 2패 승점 3점을 획득하는데 그쳐 조 3위로 와일드 카드 32강 진출을 바라봐야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멕시코는 체코를 3-0으로 제압하며 3연승으로 32강에 올랐다. 남아공은 1승 1무 1패 승점 4로 조 2위를 기록했다.체코는 1무 2패로 탈락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남아공전 패배는 선발 명단 발표 때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다. 홍명보 감독은 전반을 한 시간 앞두고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손흥민을 스타팅11에서 제외한 충격적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의 월드컵 개인 최다골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손흥민을 벤치로 돌리면서 오현규 황희찬 이태석을 선발로 내세웠으나 조직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남아공의 역공에 계속 위기를 맞이했다. 오프더볼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서 있는 선수가 더 많았다. 공격 전환 시에도 차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홍명보 감독의 모험수는 전반전부터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객관적 전력상 우위의 한국은 초반 득점은커녕 오히려 슈팅과 유효슈팅에서 남아공에 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에이스 손흥민을 벤치에 대기시키고 오현규 황희찬 이태석을 선발로 내세운 카드로 인해 선수들의 손발은 맞지 않았고 자주 위험 상황을 노출하는 상황에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전반 45분 동안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61%-39%로 앞섰으나 기대 득점에서는 0.43-0.92로 밀렸다. 전체 슛에서도 4-10, 유효 슛에서도 1-3으로 밀렸다. 전반전에 1실점은 할 수 있었으나 수비수 이태석과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한국은 전반 2분 이강인의 코너킥을 김민재가 헤더로 연결한 것과 전반 8분 이강인의 왼발 슛 정도가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하지만 전반 5분까지 한국의 공격을 탐색하던 남아공은 곧바로 공격으로 태세를 전환하며 탄력적인 역습과 슈팅으로 선제골을 노렸다.
한국은 당초 남아공의 뒷공간을 노려 전반 10분 이내 선제골, 그것도 아니면 23분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까지, 그것도 아니면 전반 종료까지는 골을 기록하며 기선을 장악하는 목표를 세웠으나 선수들의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모든 계획이 무산됐다.
홍명보 감독은 '깜짝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자 후반 시작과 함께 손흥민과 옌스 카스트로프, 김진규를 교체 투입하며 변화를 노렸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3-4-2-1전형을 바탕으로 손흥민을 스타팅에서 제외하는 파격적인 선발 카드를 펼쳐보였다. 오현규가 최전방에서 한국의 공격을 이끌고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양 측면 윙포워드로 나섰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서 예비선수로 나선 오현규는 남아공전에서 처음 월드컵 선발로 나서는 영예를 안았다. 좌우 측면에는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중원에는 백승호(버밍엄 시티)와 황인범(페예노르트)이 포진했다.
이기혁(강원FC),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이 스리백을 구성하고 김승규(FC도쿄)가 골문을 지켰다. 멕시코와 2차전에 비해 오현규 이태석 황희찬이 선발 명단에 새롭게 가세했다. 손흥민과 이재성(마인츠), 김문환(대전)이 벤치로 빠졌다. 30대의 경험 많은 선수들 을 벤치로 돌리고 패기의 젊은 선수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키는 변화를 택했다.
한국은 이날 남아공전에서 이기거나 비겨 승점을 따내면 자력으로 조 2위 32강에 올라 오는 2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최국 캐나다와 16강 진출을 다투게 될 예정이었다. 캐나다는 2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 밴쿠버에서 열린 스위스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1-2로 패해 조 2위를 확정했다.
한국은 역대 조별리그 3차전 가운데 가장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투혼의 힘으로 기적을 썼던 사례가 많았다. 1994 미국 월드컵 3차전 독일전(2-3 패)의 눈부신 추격전, 1998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1-1 무)의 혈투, 2002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1-0 승)의 조 1위 대이변이 대표적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졌다. 원정 첫 16강을 이룬 2010 남아공 월드컵 나이지리아전(2-2 무), 세계를 놀라게 한 2018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2-0 승) '카잔의 기적', 그리고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2-1 승)의 극적인 뒤집기까지 선전을 펼쳤으나 북중미 월드컵에서 '흑역사'를 쓰고 말았다.
이미 경기 하루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두 세자리의 선발 명단 변화를 생각하고 있다"고 예고한 홍명보 감독은 골 결정력이 강점인 손흥민을 벤치에 대기시키는 선발 카드를 펼쳐보였다. 2014 브라질 대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에 나선 손흥민은 4번째 대회인 북중미 월드컵에서 13경기 만에 처음 선발에서 제외됐다.
홍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상대의 체력적인 면을 봤다. 후반에 나가는 것이 팀이나 본인을 위해서가 좋다는 판단하에 벤치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으나 결국 그 판단을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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