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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호의 월드컵 파일] "축구로 애국하라!"...평생 이정표 된 박태준 회장의 한마디
2026 북중미월드컵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기대하며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슴 울린 고 박태준 회장의 한마디


1985년 10월 일본과 19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1차전에서 2-1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한국의 월드컵대표팀.kfa
1985년 10월 일본과 19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1차전에서 2-1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한국의 월드컵대표팀.kfa

[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국민적 축제로 맞이한 월드컵 진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던 날, 대한민국은 거대한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본선행 티켓을 거머쥔 직후 TBC(동양방송) 공개홀에서는 성대한 생방송 축하 공연이 펼쳐졌다. 당대 최고의 연예계 스타들이 총출동해 대표팀 선수들을 축하했고, 특히 축구를 유달리 사랑했던 코미디언 고(故) 이주일 선생은 무대 위아래를 바쁘게 오가며 선수들에게 뜨거운 축하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온 국민은 물론 정치권과 사회 각계각층이 이념과 이해관계를 넘어 하나로 뭉쳤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당시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단순한 스포츠 성과를 넘어, 암울했던 시대를 밝혀준 대한민국 모두의 위대한 기쁨이자 위로였다.

"박태준 회장님의 특별한 당부와 ‘축구 애국론’"

영광스러운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복귀했지만, 영광의 뒤안길에는 깊은 상흔이 남았다. 일본과의 최종예선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이시카미의 거친 플레이에 휘말려 무릎 부상을 당한 것이다. 최소 2~3개월의 집중 치료와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몸은 고달팠으나 정신은 충만했다.

특히 소속팀 포항제철의 박태준 회장님은 누구보다 기뻐하시며 따뜻한 축하를 건네주셨다. 그때 박 회장님께서 들려주신 말씀은 평생 가슴에 새긴 이정표가 되었다. "이번 월드컵 출전도 훌륭한 애국이지만, 앞으로도 축구를 통해 계속해서 나라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 짧은 한마디에는 당장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축구라는 매개를 통해 국격을 높이고 한국 축구의 기틀을 닦으라는 장기적이고 깊은 철학이 담겨 있었다.

"멕시코에서 마주한 한국 축구의 서글픈 현실"

부상을 털어내고 빠른 복귀를 위해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 당시 결혼 8개월 차에 접어들었던 아내는 헌신적인 간호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아내의 눈물겨운 내조 덕분에 몸을 추스르고 멕시코 현지 적응 훈련에 극적으로 합류할 수 있었다. 비록 부상 여파로 인해 현지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치료와 재활에 할애해야 했지만, 마음만큼은 늘 그라운드 위의 동료들과 함께 뛰고 있었다.

훈련 도중 멕시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를 갖게 되었다. 진행자는 한국 축구의 인프라를 궁금해하며 "한국에는 축구전용구장이 몇 개나 있고, 프로리그 규모는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가감 없이 사실대로 답했다. "현재 전용구장은 단 하나도 없으며, 프로팀은 6개 팀이 리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내 답변을 들은 멕시코 인터뷰 진행자는 황당하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가 있었단 말입니까?"

그 질문은 당시 세계 변방에 머물던 한국 축구의 서글픈 현실을 관통하는 동시에, 오직 정신력과 투혼 하나로 세계 무대를 향해 진격했던 대한민국 선수들의 ‘맨땅의 기적’을 증명하는 강렬한 장면이었다. 옛말에 ‘철을 단련해야 강한 검이 된다’고 했다. 박태준 회장의 혜안 어린 당부와 멕시코 방송인의 경악 섞인 질문은, 오늘날 한국 축구가 세계 흐름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지 우리가 어떤 눈물을 흘리고 땀을 흘흘려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소중한 거울이다.

1985년 10월 일본과 1986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 1차전에서 2-1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한국의 월드컵대표팀.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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