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변화, 고지대 적응, 손흥민 오현규 폼 관심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고지대 훈련 성과는 얼마나 있었나. 눈에 띄는 전술 변화는 무엇인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원정 첫 8강을 목표로 내건 홍명보호가 첫 번째 현지 실전 모의고사에 나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친선 경기를 치른다. 오는 6월 12일 체코와의 본선 첫 경기를 목전에 두고 열리는 이번 평가전은 FIFA 랭킹 102위의 약체를 상대하지만, 단순한 ‘몸풀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약체다. 5월 기준 25위인 한국과의 전력 격차 탓에 일각에서는 "강팀과의 스파링이 아쉽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의 본질은 상대의 이름값이 아니다. 북중미 월드컵 최고의 변수인 ‘고지대 환경 극복’과 사상 첫 원정 8강이라는 대업을 향한 ‘전술적 시험대’라는 데 진짜 의미가 있다.

대표팀은 현재 해발 약 1460m의 솔트레이크시티에 사전 캠프를 차리고 고지대 적응 훈련을 진행 중이다. 조별리그 1, 2차전 격전지인 멕시코 과달라하라(해발 1571m)와 유사한 환경이다. 실전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조직력을 다지고 전술을 완성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바로 이 목표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엿볼 수 있는 첫 번째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번 평가전의 관전포인트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본다.
첫 번째는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변화’와 의구심 해소다. 홍 감독은 최근 유럽 원정 평가전 2연패 이후 "팀의 전술적 색채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과정에서 압박의 강도와 빌드업의 방향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번 평가전은 그 비판에 대한 첫 번째 답안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비록 이강인(PSG)이 소속팀 일정으로 아직 합류하지 않았지만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본선에서 적용할 포백과 스리백 가운데 어떤 수비 전술을 먼저 실험할 것인가다. 아울러 매 경기 불안감을 안고 있는 수비수 간의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와 그동안 강점을 살리지 못했던 양 측면 윙백의 활발한 공수 전환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지켜봐야 한다.
결국 부상에서 복귀한 ‘중원 사령관’ 황인범(페예노르트)을 중심으로 공수 전환 시 유기적인 포지셔닝이 이루어지는지가 핵심이다. 황인범이 "스리백에서는 좋아하는 공격적인 부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중원의 기동력과 김민재(뮌헨)를 필두로 한 후방 빌드업의 세밀함이 어떻게 구현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황인범의 날카로운 전진 패스에 손흥민과 황희찬의 스피드를 결합한다면, 전환 속도를 극대화하는 ‘직선형 축구’도 가능하다. 반면 점유율 중심의 느슨한 운영을 시도할 경우, 공격 전개 속도가 처지는 고질적인 약점이 반복될 수 있다.

핵심은 ‘무엇을 하려는 팀인가’를 확실히 보여주는 일이다. 현대 축구에서 전술은 단순한 포메이션의 숫자가 아니라 선수들의 움직임, 거리, 압박 타이밍의 총합이다. 이탈리아의 축구 명장 아리고 사키는 "전술은 선수 11명이 그라운드에서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지금 홍명보호에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전술적 ‘공통 언어’다.
두 번째는 주장 손흥민의 득점 감각 회복 여부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에게 네 번째 월드컵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눈물을 쏟던 막내는 이제 대표팀의 명실상부한 정신적 지주이자 주장으로 우뚝 섰다. 특히 최근 소속팀 LAFC에서 멕시코 원정을 치르며 고지대 경기 후유증을 몸소 체험했다는 점은 대표팀 전체에 귀중한 데이터가 되고 있다.
지금 홍명보호에 가장 필요한 것은 에이스의 ‘결정력’이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손흥민은 안와골절 마스크 투혼 속에서도 포르투갈전 극적인 도움으로 16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끝내 골맛은 보지 못했다. 현재 월드컵 통산 3골로 박지성, 안정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손흥민으로서는 한국 축구 신기록과 함께 에이스다운 화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표팀의 승리 방정식 역시 손흥민의 득점 생산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A매치 10경기에서 손흥민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경기의 승률이 그렇지 않은 경기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결국 손흥민의 발끝이 전술적 해방구를 찾아야 한국의 8강 도전도 현실성을 얻는다.
세 번째는 ‘조커’를 넘어 당당한 경쟁자로 성장한 오현규의 존재감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오현규(베식타시)는 정식 엔트리에 들지 못한 ‘등번호 없는 27번째 훈련 파트너’였다. 묵묵히 선배들의 땀방울을 받쳐주던 전도유망한 청년은 4년 사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유럽 무대를 거치며 당당히 전력의 주축으로 합류한 그는 이제 대표팀 내에서 가장 위협적인 스트라이커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실전은 그가 유럽에서 다진 강력한 피지컬과 포스트 플레이를 선보이며 본선 무대에서 통할 확실한 경쟁력을 증명할 무대다. 특히 오현규의 장점은 지치지 않는 활동량과 전방 압박, 그리고 공간 침투다. 희박한 공기로 인해 전방 압박 강도가 떨어지기 쉬운 고지대 환경에서 오현규가 채워줄 에너지 레벨은 홍명보호의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기존 주전 스트라이커 조규성과의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조규성이 높은 제공권과 연계 플레이에 강점이 있다면, 오현규는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리는 데 특화되어 있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의 단판 승부에서는 흐름을 단숨에 바꾸는 ‘슈퍼 서브’ 한 장이 승부를 가른다. 2002년 안정환, 2010년 이동국이 그랬듯 오현규가 홍명보호의 '깜짝 카드'를 넘어 주전 경쟁의 지각변동을 일으킬지 시선이 쏠린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겉보기에 약체와의 평가전일지 모른다. 그러나 위대한 성취는 언제나 사소한 디테일에서 갈리는 법이다. 고지대 장벽 극복, 손흥민의 컨디션 조율, 오현규의 폭풍 성장, 그리고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완성도까지. 이번에 치러질 90분은 단순한 평가전 그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홍명보호는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을 마친 뒤 6월 4일 오전 10시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을 치르고 6월 5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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