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한축구협회 전격 발표...8일 이임생 기술이사,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설명 예정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홍명보(55) 울산 HD 감독이 내정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 만에 홍명보 감독은 다시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 하지만 한창 시즌 중인 K리그1의 감독을 차출한다는 점에서 프로축구 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정몽규)는 7일 오후 공석 중인 국가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내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이임생 기술이사를 통해 거스 포옛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 등 외국인 지도자 후보와 직접 면접을 진행한 끝에 최종적으로 홍명보 감독을 낙점했다.
이로써 한국 대표팀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성적 부진과 내홍 논란 끝에 중도하차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홍명보 체제로 오는 9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을 치르게 됐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3년 6월 최강희 감독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한 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1년 만에 자진 사퇴한 뒤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등을 거쳐 2021시즌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는 사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5일 발언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정 회장은 이날 충남 천안축구종합센터에서 열린 '2024 대한축구협회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한 팀을 만드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술적인 부분은 (새 감독 사단이) 알아서 잘 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먼저 정한 후에 절차적 정당성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에 맞는 감독을 뽑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회장은 또 "우리가 필요한 게 뭔지 정의하는 게 참 어렵다. (감독을) 누구로 뽑든 여론은 45% 대 55%로 갈릴 것 같다. 누가 하든지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 50%의 지지를 받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면서 다소의 반대 여론이 있더라도 감독이 내정되면 밀고나갈 뜻을 내비쳤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 사태를 거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중도하차 이유가 단순한 성적 부진에만 있지 않고 선수단 기강 해이와 방치 수준의 대표팀 운영 등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선진 축구 기술을 대표팀에 접목하고 선수단의 기강 또한 바로 세울 수 있는 유능한 지도자를 물색했으나 현실적으로 마땅한 지도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3월에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는 황선홍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른 데 이어 6월 A매치 2경기 또한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차기 대표팀 감독 선정 작업에 나선 정해성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임생 기술이사가 업무를 이어받아 홍명보 감독 내정에 이르게 됐다.
대표팀 감독 선정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데는 '재택 근무' '랜선 회의' 등의 논란을 빚은 클린스만 감독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거주하며 대표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지도자의 연봉을 현실적으로 맞추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설사 영입한다고 해도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 또한 없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지난 3월부터 국내 지도자 가운데 유력 후보로 거론된 홍명보 감독은 프로축구 시즌 중임을 이유로 고사했다. 6월 2경기에서 전승을 거둔 김도훈 감독도 제의를 사양했다.
이 같은 이유로 하향세의 외국인 지도자가 '고육지책'의 후보자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갑자기 고사 의사를 밝힌 홍명보 감독 내정 발표가 나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최근 자신이 감독 후보 1순위라는 보도에 대해 '축구협회가 사령탑 후보를 따질 때 본인을 경계로 삼아, 자신보다 뛰어난 지도자를 뽑으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수확했으며 프로축구 무대에서도 전북현대의 독주 체제를 깨고 2022시즌과 2023시즌 연속 정상에 오르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누구보다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홍 감독으로선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외국인 지도자에게 다신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다는 사실을 용인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려움 속에서 대표팀 임시 감독을 맡은 황선홍 김도훈 감독 역시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심정이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이사 주재로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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