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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지향' 클린스만호의 '무승 딜레마', 시간이 필요하다

  • 스포츠 | 2023-06-21 09:03

20일 엘살바도르와 국내 평가전 1-1 무승부...4차례 평가전서 2무2패
공격 지향 전환 과정의 성장통...조직력 배양 시간 필요


첫승을 기대했던 클린스만호가 남미팀들과 두 차례 6월 A매치 평가전에서 1무 1패를 기록, 4경기 연속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클린스만호가 제 색깔을 장착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클린스만 감독./남용희 기자
첫승을 기대했던 클린스만호가 남미팀들과 두 차례 6월 A매치 평가전에서 1무 1패를 기록, 4경기 연속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클린스만호가 제 색깔을 장착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클린스만 감독./남용희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훈련을 더 많이 하면서, 선수들에게 골을 넣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4년간 입은 옷을 한 번에 벗는 건 쉽지 않다."(손흥민)

첫승을 기대했던 클린스만호가 남미팀들과 두 차례 6월 A매치 평가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며 답답함을 가중시켰다.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페루전에서는 0-1로 패한 데 이어 20일 대전의 엘살바도르전에서는 후반 4분 황의조 선제골로 앞서가다 후반 종료 3분을 남기고 프리킥 상황에서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겨 아쉬움을 남겼다.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이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대전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이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대전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특히 엘살바도르는 지난 16일 일본과 아시아 원정 첫 경기에서 0-6으로 패한 팀이었던 만큼 아쉬움도 더 컸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의 출장과 부쩍 성장한 이강인(마요르카) 황희찬(울버햄튼)의 출전으로 클린스만호의 첫승이 기대됐으나 점유율과 슈팅 수에서 앞서고도 네 차례 이상의 결정적 득점 기회를 놓쳐 아쉬운 탄성을 자아냈다. 한국은 이날 슈팅 수에서 14대 5로 앞서고 유효 슈팅에서도 4대 1로 우위를 보이고도 1골에 그쳐 결정력 부족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로써 독일 스타 플레이어 출신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2월 27일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한국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이후 3월 데뷔 2연전에서 1무 1패를 기록한 것을 포함해 4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2무 2패로 무승 행진을 이어갔다. 3월 콜롬비아와 데뷔전에서는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전에서는 1-2로 졌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건히 한 이강인의 페루전 드리블 돌파 장면./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를 굳건히 한 이강인의 페루전 드리블 돌파 장면./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4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4골을 넣고 6실점을 했는데 공격 지향적인 클린스만 감독 스타일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공격은 4경기 평균 1골에 그치고 무실점 경기는 하나도 없다. 공격에서의 결정력 부족과 수비 불안이 2무 2패의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4골 이상 득점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살리지 못했다"고 골 결정력 부족을 아쉬워하면서 '골 가뭄' 해결책을 묻는 질문에 "훈련을 더 많이 하면서, 선수들에게 골을 넣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시간을 갖고 선수들 간의 호흡을 맞추면서 세밀한 플레이를 다듬어야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벤투 감독의 선수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선수와 다양한 옵션들을 점검하며 2024 아시안컵 우승 목표를 향한 실질적 여정을 시작했다. 벤투 체제에서 외면을 받았던 '골든 보이' 이강인을 핵심 미드필더로 활용하며 날개를 달아줬고, 손흥민을 황의조와 함께 투톱으로 내세우며 다양한 포석 효과를 점검했다.

20일 엘살바도르 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린 포워드 황의조의 골 세리머니./대전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20일 엘살바도르 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린 포워드 황의조의 골 세리머니./대전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안현범(제주), 박규현(드레스덴), 박용우, 설영우(이상 울산)에게 A매치 데뷔전의 기회를 주며 기량을 점검했고, 손흥민을 투톱으로 기용하며 다양한 카드의 옵션을 체크했다. 손흥민의 투톱 기용은 아시안컵에서 상대할 다양한 팀에 대한 대비책 가운데 하나의 카드다.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팀을 상대할 때의 옵션이며 상대에 따라서는 손흥민을 이강인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면서 공격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토록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점검한 평가전이었다고 하더라도 4경기에서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 한 결과가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 대표팀을 이끈 역대 외국인 감독 중에서 첫 4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지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유일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 데뷔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기분좋게 출발한 것과 비교된다.

'빌드업 축구'를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로 찬사와 비난을 받았던 벤투 감독은 임기 4년 동안 홈에서 치른 26경기에서 19승 6무 1패를 거뒀다. 안정적 경기운영을 통한 실리 축구를 펼치며 승률을 올렸던 셈이다. 반면 공격 축구를 표방한 클린스만 감독은 첫 4경기에서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해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선수들에게 입히고자 한다. 하지만 4년간 벤투 감독님과 해 오면서 입은 옷을 한 번에 벗는 건 쉽지 않다. 감독님도 잘 아신다. 팬들도 조급할 수 있고 이런 경기 왜 못 이기지 싶으실 것"이라면서 "시간을 두고 빌드업하면 좋은 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체제로의 성공적 변환을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이강인 체제의 미드필드진, 김민재 중심의 포백진, 손흥민이 이끄는 공격진이 조화를 갖추고 공수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담금질과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공격 축구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클린스만호는 2024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담금질을 계속한다. 오는 9월 웨일스 원정 경기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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