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EPL 34라운드 리버풀전, 1골 1도움으로 리그 10호골 기록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7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팀은 3-4 패배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두 차례나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을 이겨낸 '슈퍼 소니' 손흥민(31·토트넘)이 안필드 원정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7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의 대업을 달성했다. 상대 팀인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3-0으로 앞서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3-3 동점까지 허용한 뒤 후반 추가시간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리액션으로 벤치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훗스퍼의 공격수 손흥민은 1일 오전 0시30분(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20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4-2-1전형의 왼쪽 윙포워드로 나서 전반 15분 만에 3골을 내주는 극도의 수비 불안에도 불구하고 1골 1도움의 활약으로 5~6위 싸움을 예측불혀의 상태로 몰아넣는 경기력을 보이며 팀 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비록 경기는 박진감 넘치는 혈전을 펼친 끝에 리버풀의 4-3 승리로 끝났지만 손흥민의 존재감 또한 빛을 발한 경기였다.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토트넘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공격력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며 주의를 기울였으나 역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대로 손흥민과 케인에게 한 골 씩을 허용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과도한 긴장을 한 탓인지 후반 추가시간 4분(90+4분) 디오구 조타의 결승골이 터지자 클롭 감독은 상대 감독을 자극하는 과도한 제스처를 취하다 오른쪽 햄스트링을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3-0으로 앞서다 3-3으로 스코어가 바뀌는 과정에서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긴장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이날 손흥민은 클롭 감독의 사전 경계에도 불구하고 라인 브레이킹의 특기를 유감없이 토트넘 역습의 선봉에 섰다. 두 차례의 골대 강타 불운만 없었다면 리버풀전 해트트릭도 가능했을 정도의 멋진 활약을 펼치며 클롭 감독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었다. 전반 43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리버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배후 침투로 볼을 잡은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안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며 왼발 감아차기 슛을 했다. 이 볼은 파포스트를 때리고 말았다. 공식 기록으로는 손흥민이 중앙선에서 파고들 때 오프사이드로 판정됐지만 손흥민의 날이 선 움직임을 보여준 대목으로 클롭 감독의 얼굴을 감싸쥐게 만들었다.
3-1로 따라붙은 상황에서 손흥민의 두 번째 골대 불운도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후반 9분 손흥민이 페널티아크에서 때린 오른발 낮은 감아차기 슈팅이 또 다시 골대를 때리고 골을 외면했다. 전반 38분 손흥민은 해리 케인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공을 잡아 상대 수비와 골키퍼 알리송을 역동작에 걸리게 만든 뒤 날린 오른발 슛이 골라인을 넘기 직전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의 발에 걸려 아쉽게 골을 놓친 순간까지 더하면 무려 세 차례의 결정적 골 찬스가 불운으로 무산된 셈이었다.
하지만 최근 날을 세우고 있는 손흥민의 골 감각은 기어이 리버풀의 골문을 열어제쳤다. 앞선 경기까지 4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EPL 득점왕의 폼을 되찾아가고 있는 손흥민은 3-1로 따라붙은 후반 32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수비수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호흡을 맞춰 리그 10호골에 성공했다. 로메로가 볼을 잡는 순간 눈을 맞춘 손흥민은 리버풀 수비 라인을 부수는 배후 침투로 로메로의 긴 전방 패스를 받아 상대 골문까지 치고 들어간 뒤 골키퍼 알리송과 일대일 상황에서 오른발 땅볼 슛으로 2-3 추격골을 만들었다.
손흥민은 2-3 상황에서 정규시간 90분 후 주어진 6분의 후반 추가시간 또 절묘한 프리킥으로 3-3 동점의 기적을 연출했다. 비록 1분 만에 결승골을 내주며 극적인 경기를 승리로 마감하지 못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3분 손흥민 프리킥은 리버풀의 수비벽을 넘기는 궤적을 그리며 히샬리송의 머리에 맞고 골문을 뚫었다. 히샬리송은 손흥민의 킥 순간 수비벽을 돌아들어가며 머리를 갖다대는 헤더로 토트넘 이적 후 첫 리그 득점을 기록하는 감격을 누렸다.
토트넘의 문제는 역시 수비였다. 히샬리송의 3-3 동점골이 터진 후 불과 1분 만에 결승골을 내주는 '수비 허점'을 계속 노출했다. 이날 경기에서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내준 토트넘 수비진은 경기 시작 15분 만에 3골을 내주는 처참한 경기력을 보였다. 지난 23일 뉴캐슬전에서 전반 25분 만에 5실점하는 대참사를 빚으며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감독대행이 경질된 후 사령탑에 오른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 역시 경기 초반의 수비 불안 허점을 메우지 못하고 감독 대행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시즌 연속 유럽축구연맹(UEFA) 출전을 노리던 토트넘은 출전권이 주어지는 '톱4' 진입의 가장 중요한 '승점 6점짜리' 최근 3경기에서 초반 대량 실점하는 수비불안으로 1승도 거두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였다. 23일 뉴캐슬전에서는 전반 25분 만에 3실점, 28일 맨유전에서는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전반을 0-2로 끌려갔고, 이날 경기에선 전반 15분 만에 3실점하는 처참한 수비력을 보였다. 스코어가 0-3으로 벌어지자 토트넘 원정팬 일부는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제 '톱4' 진입은커녕 유로파리그와 콘퍼런스리그 출전도 걱정해야하는 처지로 몰렸다. 최근 4경기에서 1무3패의 부진을 보인 토트넘은 승점 54(16승 6무 12패, 63득 57실)로 6위를 기록, 승점 56(16승 8무 9패)의 리버풀에 5위를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7위 아스톤 빌라와 동률이며 3경기를 덜 치른 8위 브라이튼에는 승점 2점차로 쫓기고 있다.
수비진이 붕괴된 가운데서도 손흥민은 '라인 브레이커'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7시즌 연속 EPL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활약을 평가받아 팀 내 최고 평점을 받았다. 유럽통계매체 소파 스코어는 손흥민과 해리 케인에게 평점 7.8점의 토트넘 최고점을 부여했다. 기록을 베이스로 하는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에게 7.6점을 부여, 이반 페리시치의 7.9점에 이어 공동 2위 활약으로 평가했다. 이날 페리시치는 케인의 추격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손흥민과도 호흡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리그 10골 5도움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로써 지난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무대에 뛰어든 후 아시아선수로서는 최다인 7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 아시아 최고의 골잡이임을 입증했다. 2015년 8월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EPL 첫 시즌 정규리그에서 4골을 터트리며 감을 익힌 뒤 다음 시즌부터 두자릿수 득점행진을 펼치고 있다. 2016-2017시즌 14골, 2017-2018시즌 12골, 2018-2019시즌 12골, 2019-2020시즌 11골, 2020-2021시즌 17골, 2021-2022시즌 23골(공동 득점왕)을 터트린 데 이어 초반 부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올 시즌에도 10골을 채워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FA컵 2골과 UEFA 챔피언스리그 2골을 포함하면 2022~23 공식 경기 14골 5도움을 기록했다. 또 리그 103호골과 함께 토트넘의 모든 대회를 더한 공식 경기에서 통산 145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EPL 개인 통산 103골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03골)와 함께 역대 EPL 최다득점 랭킹 32위를 기록할 정도의 값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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