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 경기 현장 관전 국내 전문가
"벤투 후임으로는 한국축구 업그레이드할 지도자가 필요"
[더팩트 | 박순규 기자] "16강 진출에 취하면 오히려 독약이 될 수 있다. 차기 대표팀 감독으로 국내파와 해외파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번 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한국축구는 아직 좀 더 배워야 할 때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한 환영 만찬 참석을 끝으로 환희와 감동을 안겨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국내외 일정을 모두 마쳤다.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룩한 벤투 감독도 계약 종료와 함께 대표팀을 떠났다. 이에 따라 한국축구는 4년 뒤인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후임 감독을 물색해야 하는데, 축구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포스트 벤투'를 놓고 국내파와 해외파 지도자 논쟁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고 돌아온 국내 축구 관계자 A 씨는 "차기 감독 선정은 신중해야 한다. 16강에 오른 팀 가운데 외국인 감독 체제는 한국이 유일했다. 15개팀은 모두 자국 감독이었다. 반대로 본선에 참가한 아시아 6개팀 가운데 5개팀은 외국인 감독이다. 아시아 축구는 아직 선진 축구를 더 받아들여 접목시켜야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한국 축구도 16강 성취에 취할 게 아니라 좀 더 발전적 축구를 지향해야 할 때"라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로 아시아 축구는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잡고, 일본이 독일 스페인을 연파하며 한국이 포르투갈에 대역전승을 거두는 등 이변을 연출했지만 16강 토너먼트에서는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16강에 오른 한국과 일본은 브라질 크로아티아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8강은 유럽 5개팀(잉글랜드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크로아티아)과 남미 2개팀(브라질 아르헨티나), 아프리카 1개팀(모로코)으로 압축됐으며 아시아는 제외됐다.
구체적으로 '포스트 벤투' 체제에 대해서 그는 "이제 한국의 다음 월드컵 기대치는 8강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기준에 충족할 수 있는 지도자를 구해야 하는데 국내파는 후보 풀(대상)이 취약하고 외국인 유명 지도자는 몸값이 비싸다. 딜레마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외국인 감독체제를 좀 더 가져가는 게 나아보인다. 유럽 프로축구 500여개 팀 가운데 성적을 내는 감독은 2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돌고돌면서 성적을 내고 우승을 한다. 이 정도 급의 지도자와 계약 기간을 짧게 해서 성적대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게 절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4년 장기 계약이나 2+2년 계약을 해야 안정적으로 대표팀을 꾸려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축구가 그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다. 대표팀은 좋은 선수들이 모여 경기를 통해 성적을 내는 곳이지 가르치는 곳은 아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개최국 카타르를 제외하면 한국축구만 월드컵 개막 3주 전 소집을 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룰은 1주일 전 소집이다. 대표팀 감독의 지도력은 6개월이면 판가름난다. 유럽의 프로리그나 대표팀 대부분 마찬가지다. 계약기간이 남아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경질될 수밖에 없는 게 지도자 숙명이다"고 설명했다.
<더팩트>인터뷰에 응한 이 관계자는 한국축구와 함께 수 십년 영욕을 같이한 축구계의 자타공인 전문가다. 월드컵 대회 때마다 한국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분석했으며 한국 프로축구 발전과 J리그 성장을 비교 분석,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일본과 수준 차도 냉정하게 인정을 해야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체제로 16강을 이룩했지만 이는 지난 30년간 J리그에 선진 축구를 접목한 결과다. 우리보다 10년 늦게 출범한 일본 프로축구는 지금도 절반 이상의 팀이 외국인 감독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프로축구에는 12명의 일본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고 있다. 엄밀하게 보면 이들은 J리그 팀 주전에서 밀린 선수들이다. 이게 한국과 일본 축구의 현주소다"고 설명했다.
카타르 월드컵 여정을 마치면서 팀을 떠난다고 밝힌 벤투 감독은 당초 축구협회와 4년 4개월의 계약기간 종료 후 4년 재계약을 원했으나 축구협회 측은 2024년 1월 아시안컵까지 일단 계약을 한 뒤 성적에 따라 추가 연장 계약을 하자는 안을 제시, 결국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선 출전팀이 48개팀으로 대폭 늘어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시아에 주어진 진출권은 8.5장이다. 한국으로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권 확보를 위한 아시아 예선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처지이지만 오로지 대표팀 전력 강화에만 신경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본 J리그 2부리그의 평균 관중 50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국내 프로축구 활성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K리그1 득점왕 조규성이 가나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것은 바로 K리그에서의 경기 경험과 활약이 바탕이 됐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을 떠나면서 한국축구는 대표팀과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고 스폰서만 중요하게 여겨 선수들을 혹사시킨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과 좀 다른 측면이 있다. 한국 프로축구는 대표팀 소집기간을 좀 더 늘려주기 위해 주중 주말로 촉박한 일정을 소화하며 대표팀을 배려했다.
개최국 카타르는 성적을 내기 위해 국내 리그를 포기하고 6개월여 합숙훈련을 했지만 개최국 개막전 패배와 3전 전패의 수모를 당하며 세계축구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사상 처음 중동에서 겨울월드컵을 열도록 한 FIFA의 무리한 결정이었다. 이를 간과하고 벤투 감독은 국내 프로축구 현실을 무시하고 오로지 대표팀과 대표선수만을 위한 쓴소리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차기 대표팀 감독은 더 유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주어진 선수를 잘 조합해서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한 것이다. 대표팀과 월드컵에 기대하는 국민들의 염원과 관심을 고려한다면 비용은 그 다음 문제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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