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 패러디·밈 게시물 올리면서 축제 즐겨…'중꺾마'도 대유행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정시의 민족'...'한반두'...'애국두'...카타르에서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기적을 만든 사이 한국의 누리꾼들도 유쾌한 패러디물 온라인에 게시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한국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에서 김영권~황희찬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두며 조 2위로 기적의 16강 진출을 이룩했다.
같은 시간 한국에서는 축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먼저 우루과이와 가나를 상대로 경기력이 좋았지만 승점 1점에 그쳤다가 마지막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것을 두고 배달 어플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패러디한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정시의 민족입니다'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감대를 이끌었다. 경기가 자정에 열린 것을 빗대 역경에 강한 한국 선수들의 특징을 표현한 것이다.
한국전에 선발 출전해 평점 4.9점(축구통계업체 풋몹 기준)의 졸전을 보인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패러디한 '짤방'도 인기를 끌었다. 호날두는 한국전 김영권(울산현대)의 동점골 장면에서 수비에 집중하다가 공교롭게도 어깨에 볼이 맞아 도움을 줬으며, 한국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와 결정적인 1대 1 찬스에서 헛발질을 하거나 공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등 졸전을 보였다. 호날두는 지난 2019년 이탈리아 유벤투스 소속으로 방한경기에 참석했으나 단 1분도 뛰지 않는 '노쇼 논란'으로 한국 팬들에게 '날강두'란 별명을 얻었었다.
외신도 호날두의 한국전 경기력에 집중했다. 독일 매체 빌트는 "호날두가 한국 16강 진출에 일조했다"고 보도했고, 영국 더 선은 "호날두의 결정적인 어시스트"라며 조롱 섞인 헤드라인을 지면에 실었다.
이에 한국 누리꾼들은 지난 2019년 이후의 '날강두' 대신 호날두의 '두'를 따와 '한반두' '애국두' '(은혜 갚은)까치두' '12번째 선수두' 등 '만능 별명'을 양산해 냈다. 그가 유벤투스 시절인 2019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유벤투스 경기가 열렸지만 1분도 뛰지 않고 경기장을 나가버리면서 '노쇼두' '날강두' 등의 별명이 생겼을 때와 정반대의 양상이다. 또 한 누리꾼은 한국의 주민등록증에 호날두의 얼굴 사진과 생년월일을 넣은 패러디물을 올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로 물고 물리는 결과를 만든 조별리그 H조의 상대 전적을 패러디한 게시물도 눈길을 끈다. 가나에 진 한국이 포르투갈을 2-1로 이겼고 한국에 진 포르투갈이 우루과이에 2-0 승리, 포르투갈에 진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이겼고, 우루과이에 진 가나가 한국을 3-2로 이겼기 때문이다. 패러디물 제목은 '뫼비우스의 H띠'다.
외신이 만든 패러디물도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이 이번 월드컵에서 안와골절 수술 여파로 착용하고 있는 검은 마스크를 세계적인 콘텐츠 '배트맨'과 합성해 패러디한 게시물을 SNS에 올렸다. BBC는 3일 포르투갈전 후반 추가 시간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기록한 손흥민에 대해 "대단한 장면이다. 손흥민이 황희찬의 득점을 도우며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았다"고 보도해 한국과 손흥민을 축하했다.
이번 월드컵 16강 기적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밈'(Meam)으로 자리 잡은 유행어도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른 바 '중꺾마'다.
'중꺾마'는 지난 10월 세계 최고 게임 대회로 불리는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우승한 한국 DRX팀의 원딜러 데프트(김혁규)가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로그전에서 패한 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을 줄인 '밈'으로, 한 경기에서 졌더라도 다음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를 뜻한다.
데프트는 롤드컵 우승 후 온라인상에서 '중꺾마'가 화제가 된 것에 대해 뉘앙스는 맞지만 딱 그렇게 말하진 않았다며 멋쩍어했지만 누리꾼들이 이를 유쾌하게 패러디한 게시물을 온라인에 쏟으면서 '중꺾마'가 '밈'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누리꾼들은 유튜브 영상이나 SNS를 통해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16강 진출을 축하하는 게시물에 '중꺾마'를 태그하고 있으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포기하지 않고 기적을 만들고 있는 한국 축구에도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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