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수비대 요원 수십명, 선수단 감시
미국전 '응원 연기자' 수천명 투입 예정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이란 당국이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가족까지 위협했다. 선수들이 '반정부 시위'에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국가 제창을 거부한 데에 따른 조치다.
28일(현지시간) CNN은 이란 월드컵 대표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란 선수들이 잉글랜드와 경기 때 국가를 제창하지 않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에게 불려갔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란 정규군과 함께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는 최정예 부대다.
소식통은 "IRGC 대원들이 선수들을 소집해 미국과 경기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으면 가족들이 고문받고 감금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며 "IRGC 수십 명이 선수단과 함께 파견됐으며 이들은 선수들이 외부 활동이나 외국인과의 만남에 나서는 등 금지 사항을 어기는지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경기를 앞두고 국가가 울려 퍼지자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시위'를 했다.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표현이었다. 지난 25일 웨일스와의 경기에선 입술을 작게 움직이며 국가를 제창했으나 외신은 당국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소식통은 "IRGC 요원들이 이미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만났다"며 "이란 당국이 잉글랜드와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승용차 등 선물을 약속했지만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자 가족과 선수들을 협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일스와 경기 때 가짜 응원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연기자 수백 명을 투입했다"며 "미국과의 경기에는 투입 인원을 수천 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한 여대생이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지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시위 과정에서 460명 넘게 숨졌고, 1160여 명이 다쳤다고 추정한다. 이란-미국전은 오는 30일 오전 4시(한국시간)에 치러진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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