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기적' 이후 꼭 4년 만
"한국도 독일을 이겼다. 우리라고 못 할 게 없다."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일본이 독일을 꺾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기록한 '카잔의 기적' 이후 꼭 4년 만이다. 일본은 월드컵 본선에서 독일을 꺾은 아시아 두 번째 국가가 됐다.
일본은 23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독일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일본은 전반전에 1골을 내줬지만 후반전 내내 공격을 거듭한 끝에 2골을 내리 꽂았다.
일본이 처음부터 독일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보인 건 아니다. 일본은 경기 초반 중원에서 독일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다비드 라움(24·RB 라이프치히)과 세르주 그나브리(27·바이에른 뮌헨)로 이어지는 측면 공격과 일카이 귄도안(32·맨체스터 시티 FC) 등 탄탄한 중원 미드필더진에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점유율은 20%대에 그쳤다.
게다가 일본은 경기 초반 중앙 압박 과정에서 체력을 빠르게 소진한 탓에 전체적인 라인을 점점 아래로 내렸다. 선수들과 골대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독일이 더 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일본은 독일의 흐름에 끌려다니다 전반 31분 페널티킥을 내줬고, 귄도안이 침착하게 선제골을 집어넣어 우위를 뺏겼다.
일본은 후반전에 들어서도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이미 선수들이 상당한 체력을 쏟아부은 까닭에 공격 전개나 공수 전환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선수들은 독일을 끝까지 밀어부쳤고 치열한 중원다툼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중간중간 공격 기회가 날 때면 실패하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독일의 골대는 쉽게 열리지 않았다. 후반 16분 아사노 타쿠마(28·VfL 보훔)가 찬스를 잡았지만 골대를 벗어났고, 후반 23분에는 요시다 마야(34·샬케 04)의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시키려 했지만 뤼디거(29·레알 마드리드)에게 막혔다. 또 아사노는 후반 28분 페널티박스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독일의 수문장 마누엘 노이어(36·바이에른 뮌헨)에 막혔고, 흐르는 공을 사카이 히로키(32·우라와 레즈)가 그대로 찼지만 골대가 아닌 하늘로 향했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분위기 전환을 위해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모리야스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미토마 카오루(25·브라이튼)는 왼쪽 측면을 파고 들어 함께 교체 투입된 미나미노 타쿠미(AS 모나코 FC)에게 패스, 다시 미나미노가 문전에 크로스를 붙이자 노이어가 이를 쳐냈고 도안 리츠(24·SC 프라이브루크)가 흐르는 공을 왼발로 그대로 밀어넣었다.
역전골은 끝없이 공격을 시도했던 아사노가 넣었다. 아사노는 후방에서 넘어온 롱패스를 그대로 받아 질주, 오른쪽 골대 가까이에서 강하게 슛을 때려 득점에 성공했다. 기세를 잡은 일본은 경기 막판까지 독일을 압박하면서 값진 역전승을 이뤄냈다.
일본의 이날 대역전극을 이끈 건 해외파 선수들이다. 일본 대표팀 26명 중 19명이 해외파이고 이 중 8명이 독일에서 뛰고 있다. 공교롭게도 동점골과 역전골을 기록한 도안과 아사노는 모두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일본 공격수 미나미노는 지난 16일 교도통신에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과 대결을 두려워하는 선수는 (일본 축구대표팀에) 한 명도 없다"며 "오히려 유럽에서 경기를 해봐서 상대를 더 잘 아는 선수가 많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일본은 독일과의 경기 전 한국의 '카잔의 기적'을 언급하며 "이길 준비를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카잔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로 0-2 대승을 거둔 바 있다.
일본 대표팀 주장 요시다는 지난 18일 독일 매체 슈포르트빌트와 인터뷰에서 "독일과 일본이 같은 수준의 팀은 아니지만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며 "독일이 무적이 아니라는 것을 한국이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로써 일본은 한국이 기록한 '카잔의 기적' 이후 4년 만에 독일을 상대로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두 번째 아시아 국가, '도하의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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