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감독, 코스타리카전(23일) 카메룬전(27일) 전술 변화 예고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두 평가전에서는 같은 전술 시스템을 적용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오는 11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갖는 9월의 마지막 두 차례 평가전에서 전술 변화를 천명한 가운데 '전술의 핵' 손흥민(30·)과 '슛돌이' 이강인(21· 마요르카)의 활용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유럽축구무대에서 인정받는 두 선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벤투호의 운명 또한 결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축구대표팀의 벤투 감독은 23일 코스타리카와 9월 A매치 1차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22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번 평가전 소집을 시작할 때 다른 것들을 시도하겠다고 했는데, 전술적인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다. 두 경기에서 같은 전술 시스템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며 전술 변화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빌드업 축구'를 일관되게 구사한 벤투 감독의 전술이 이번 23일 코스타리카전과 27일 카메룬과 2차전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벤투호 공격의 핵 손흥민이 최전방의 스트라이커로 나설지, 고유의 포지션인 윙포워드로 활약할지, 10번 역할을 하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뛰게 될지도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볼 배급력이 좋은 이강인과의 시너지 효과에도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사실 벤투 감독은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진출의 위업을 달성했지만 사령탑의 지도력보다는 순전히 손흥민의 개인 능력에 의지한 부분이 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에 0-3으로 참패하면서는 그동안 누적됐던 용병술과 지도력, 전술 부재 비판이 분출했으며 오는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는 감독을 바꾸지 못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술 변화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안정환 해설위원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지역 예선에서 아시아권 국가를 상대하는 것과 대륙별 지역 예선을 통과한 강호들을 상대로하는 월드컵 본선 전술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패스워크를 통해 볼 점유율을 높이는 후방 빌드업 축구는 아시아권 국가에서나 통하지 유럽이나 남미의 강팀들에게는 오히려 역습의 빌미를 제공할 뿐"이라고 전술 변화를 요구했다.
벤투 감독은 9월 A매치 2경기를 앞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초반부터 오랫동안 구축한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이 있는데, 손흥민의 경우 윙어와 스트라이커, 공격수 밑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해 왔다. 다음 경기에선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보겠다. 많은 선수가 하나의 포지션 이상을 소화할 수 있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며 두 경기에서 손흥민의 다양한 포지션 변화를 예고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이 벤투호의 어느 포지션에서 최고의 능력치를 발휘할지, 이번 코스타리카전과 카메룬전에서 지켜봐야할 관전포인트인 셈이다. 또한 이강인의 투입 시기와 활용 방법 여부도 지켜볼 대목이다. 사실 이강인을 가장 먼저 대표팀에 발탁했던 벤투 감독은 공격력에 비해 부족한 수비력을 이유로 부르지 않다가 최근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자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1년 6개월 만에 다시 선발한 느낌을 주고 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에 대해 "선발로 나설지, 경기 중 투입할지는 추후 결정하겠다. 팬들의 관심이 특정 선수에게 쏠리는 것은 알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이강인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는 벤투 감독은 또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선수들이 있다.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라며 이강인의 기용 여부에 여지를 남겼다.
이강인으로선 이번 두 경기가 카타르월드컵 본선 명단에 이름을 올릴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험대인 셈이다.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의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 하면 카타르행 비행기에 오를 수 없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올 시즌 향상된 경기력이다.
이강인은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 체제의 마요르카에서 라 리가 1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 하고 있다. 리그 6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했고, 3경기는 풀타임을 뛰었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고 수비에도 가담하며 코소보 출신의 장신 스트라이커 베다트 무리치와 '강무 라인'을 형성, 마요르카 득점의 핵으로 등장했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선 2골 4도움이라는 활약으로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을 받은 이강인. 작년 3월 일본 원정에서 벤투호가 0-3으로 완패했을 때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자신의 장기인 패스워크를 활용하지 못 하는 포지션에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 해 대표팀에서 사라졌다가 1년 6개월 만에 다시 합류한 만큼 이 번 두 차례 평가전에 나서는 각오 또한 남다르다.
이강인은 "최대한 흥민이 형(손흥민)을 많이 도우려 노력하겠다"면서 "팀에 잘 적응하고, 선수들과 잘 맞춰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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