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다낭=정도현 기자·최영규 기자]"고마워요 박항세오."
베트남 축구를 스즈키컵 정상에 올려놓은 박항서(59) 감독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감사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국부 호찌민 초상화와 나란히 박항서 감독의 초상화를 그려놓고 파는가 하면 길거리 상점들도 '생큐 박항서'를 적은 캐리커처를 붙여놓고 감사와 애정 물결을 이어갔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15일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0으로 누르고 10년 만에 우승하면서 베트남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을 받고 있다. 열정적인 지도력으로 베트남 축구를 탈바꿈시켰을 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존재했던 분단의 아픔을 축구를 통해 치유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베트남 국민들은 올 들어 축구 경기가 벌어질 때면 거리로 뛰쳐나와 여느 때보다 뜨겁게 베트남 국가를 따라 부르고,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휘두르며 일체감을 만끽했다. 베트남전 전후 세대인 30대 이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박 감독을 호찌민 전 주석과 비교하며 열광할 정도다. 결승전이 열린 하노이 미딘 경기장 인근에서는 박 감독의 얼굴 그림이 호찌민 전 주석의 초상화와 나란히 진열돼 판매되기도 했다.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 등 주요 도시에선 결승전이 열린 15일 밤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수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2002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처럼 거리응원을 펼쳤으며 일부 팬들은 박 감독과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안경을 쓴 채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는 ‘박항서 코스프레’를 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직후 베트남 국민들은 트위터로 박항서 감독을 언급하며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번역기를 사용한 듯 "고맙다 박항서 선생님" "한국인 고마워요" 등의 글도 이어졌다. 또 영어로 "베트남 축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려준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하다" "우리가 이겼다. 박항서 감독에게 정말 고맙다"와 같은 인사가 쏟아졌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총리 응우옌 쑤언 푹과 포옹하는 사진을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스즈키컵 우승컵을 박항서 감독과 함께 들어올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해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베트남의 대표적 휴양지 다낭에서는 결승전 다음날인 16일 상당수의 상점들이 박항서 캐리커처를 입구에 붙이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단순한 축구지도자로서의 인기가 아니라 베트남 국민들의 진정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박 감독 또한 베트남 국민들의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박 감독은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승의 영광을 베트남 국민들에게 돌린다. 베트남 국민들의 많은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 나를 사랑해 준 만큼 베트남 국민들이 대한민국도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 감독은 16일 베트남 자동차 업체인 타코의 창립 15주년 행사에 참석, 이 업체에서 받은 격려금 10만 달러를 축구 발전과 이웃 돕기에 써 달라고 쾌척, 미담 릴레이를 이어갔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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