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호찌민=정도현 기자] 베트남 시간으로 7일 새벽 1시. 축제는 계속됐다. 베트남이 ‘박항서 매직’으로 다시 한 번 축제의 열풍에 휩싸였다. 승리의 감동을 주체하지 못 한 열기는 밤을 하얗게 불태우고도 남았다. 간혹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 사이로 '태극기'도 눈에 띄었다. 박항서 감독의 사진도 보였다. 한국인들도 덩달아 격한 환영을 받았다.
경남 산청 출신의 박항서(59)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6일 오후 필리핀을 2-1로 꺾고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결승에 진출하자 베트남 전역에서 잠못 이루는 밤이 계속됐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박항서 신드롬은 이날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 경기장에서 4만여 관중이 만원을 이룬 가운데 열린 2018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홈경기에서 필리핀을 2-1로 꺾고 2연승, 결승에 올라 10년 만의 정상탈환에 한 걸음 다가서자 절정으로 치솟았다.
경기가 열린 하노이는 물론 호치민 등 주요 도시 곳곳은 베트남 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저지'를 입은 사람들로 봇물을 이뤘다. 시민들은 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들고 승용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부부젤라를 부는 등 기쁨을 만끽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강팀에 밀려 기를 펴지 못 하던 베트남을 불과 1년도 안 돼 강팀으로 변모시킨 박항서 감독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았다. 시민들은 박항서 감독의 사진이나 대형 그림을 따라 다니며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쳤다.
TV나 스크린이 설치된 카페, 주점, 식당 등에는 손님들이 대거 몰려 단체응원을 펼쳤다. 베트남 대표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환호성이 울렸고, 아까운 기회를 놓칠 때마다 탄성이 터졌다. 현지의 한국인들도 베트남 국민들의 열광적 분위기에 동참했다. 한국인들은 "박항서 감독님 덕분에 한국인이라고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베트남 시민들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현지 방송에서 태극기가 자주 나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는 반응을보이며 '박항서 특수'를 소개했다.
베트남의 축구열기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기업은 축구 경기 관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오후 4시 이전에 업무 회의를 끝낸다. 축구 응원에 집중하라는 뜻에서다. 이미 베트남 정부 자체가 축구 경기가 있는 당일, 홈과 원정에 상관없이 '조기 퇴근'을 권장하고 있다.
베트남의 KBS로 불리는 국영방송 VTV에서는 경기 전, 후로 특집 방송을 편성해놓고 있다. 박 감독의 전술 분석부터 선수 개개인의 성장사 등 축구 관련 프로그램이 최소 10시간 방영된다.
베트남은 오는 11일과 15일, 결승에 진출한 말레이시아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를 2-0으로 꺾는 등 한 수 위의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 이번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의 우승컵 탈환 기대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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