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박과 탈압박'의 칠레, 명불허전 경기력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탈 압박'이라는 과제를 남기고 끝난 한 판이었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칠레와 평가전을 가졌다. 결과는 0-0 무승부. 한국과 칠레 모두 아쉬움이 남는 결과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수준 높은 명승부였다. 특히 한국에게는 '탈 압박'이라는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
명불허전. 칠레는 역시 강했다. 코파아메리카 2회 연속(2015, 2016년) 정상에 오른 명실공히 남미 최강국 칠레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한국 진영 높은 곳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전방 압박 타이밍부터 수비간 간격 그리고 유기적인 움직임과 지칠줄 모르는 체력까지 칠레 수비는 견고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칠레의 수비 조직력은 흠잡을 곳이 없다.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 칠레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다.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지배한다'는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에 맞게 한국은 후방에서부터 볼을 소유하며 공격작업을 전개하려 했지만 볼은 번번히 칠레 진영이 아닌 김진현 골키퍼에게 향했다. 결국 화를 자초했다. 칠레의 강한 압박에 초조해진 김진현 골키퍼는 불안한 볼처리로 상대에게 기회를 내줬다.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결코 보이지 말았어야 하는 장면이다.
볼처리 역시 투박했다. 칠레의 압박에 한국은 전방을 향해 공중볼을 찔렀다. 경합 상황이 많이 연출됐고, 볼을 소유할 확률도 50대50으로 크게 낮아졌다. 칠레는 이 점을 노려 세컨드 볼을 차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고, 지속적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한국은 날카로운 역습으로 칠레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서는 보다 강한 전방에서부터 탈 압박 훈련이 절실해 보였다.
현대 축구에서 탈 압박은 중요한 화두다. 상대팀의 압박에 공격 전개가 차단된다면 그 팀은 수비라인이 무너진 상태에서 상대 공격을 방어해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 칠레는 강한 압박으로 볼을 탈취한 뒤 효과적이면서도 위협적인 단거리 역습 찬스를 만들어 냈다. 이를 통해 경기를 안정적으로 컨트롤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이 대목에서 한국이 칠레의 압박을 유기적으로 탈 압박하는데 성공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만약 탈 압박에 성공했다면 분위기는 급격하게 한국쪽으로 기울었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두세 차례 칠레의 압박을 뿌리치고 나온 다음 칠레의 빈 공간을 빠르게 공략했다면 칠레 수비라인은 뒷걸음질 치며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 채 한국의 공격을 맞아야 한다. 이 경우 칠레는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동적인 수비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칠레는 한국보다 한 수 위였다. 안젤로 사갈과 디에고 루비오 그리고 아르투로 비달로 이어지는 공격진은 풍부한 활동량과 잘 짜여진 전술로 한국 진영 높은 곳에서부터 강한 압박에 나섰고, 단거리 역습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칠레는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유기적인 패싱게임으로 한국의 전방 압박을 탈 압박하며 '남미 최강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칠레는 전 선수가 유기적으로 삼각형을 만들며 한국의 압박을 벗어났다. 이후 한국의 뒷공간을 노렸다. 때문에 한국은 움츠린 채 황희찬과 손흥민의 빠른 발을 활용한 역습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칠레는 본인들의 축구를 하면서 강한 압박으로 한국이 하고자했던 축구를 못하게 만들었다. 상대였지만 칠레의 이날 경기력을 높게 평가해야하는 이유다.
압박과 탈 압박. 칠레가 벤투 감독과 한국 축구에 남긴 교훈이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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