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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희의 골라인] '조연'으로 더 빛난 '에이스' 손흥민

  • 스포츠 | 2018-08-24 05:00
손흥민이 이란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손흥민이 이란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주먹을 불끈 쥐고 기뻐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한국, 이란 꺾고 8강 진출! 손흥민 '진가 발휘'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손흥민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눈물을 흘렸다. 온두라스와 8강전에서 패한 뒤 펑펑 울었다.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번 살리지 못해 동료들에게 몹시 미안해 했다. 2년 전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교훈이 약이 됐다. '탐욕'은 더이상 없었다. 김학범호의 캡틴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이 '조연'으로 더 빛나며 이란 격파를 이끌었다.

한국이 '난적' 이란을 꺾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8강행에 성공했다. 조별리그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아 걱정 어린 시선이 많았다. 이란이 21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됐지만(한국은 23세 이하+23세 이상 와일드카드 3명) '내부의 적은 우리에게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다행히 토너먼트에 접어들자 달라졌다. 태극전사들은 우려를 시원한 승리로 날렸다. 그 중심에 손흥민의 희생이 있었다.

손흥민은 이란전에서 4-3-3 전형의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섰다. 평소와 다르게 오른쪽 측면에 많이 치우쳐 플레이 했다. /심재희 기자
손흥민은 이란전에서 4-3-3 전형의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섰다. 평소와 다르게 오른쪽 측면에 많이 치우쳐 플레이 했다. /심재희 기자

손흥민은 4-3-3 전형의 오른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했다. 왼쪽과 중앙에서 모두 뛸 수 있기 때문에 기본 자리는 의미가 없는 듯했다. 흔히 말하는 '프리 롤'을 부여 받았다. 그런데 이날 손흥민은 철저하게 오른쪽 중심으로 플레이를 펼쳤다. 평소와 달랐다. 이상했다. 왜 그랬을까.

손흥민이 한국에서 가장 파괴력 높은 공격 옵션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이란은 '손흥민 봉쇄'를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잡았다. 손흥민은 이 부분을 역이용했다. 자신이 측면으로 최대한 벌려 중앙과 왼쪽에 살아 있는 공격 공간을 많이 만들었다. 이란 수비수들을 자신쪽으로 계속 끌어당겨 전체 수비라인의 균형을 깨뜨렸다.

손흥민(왼쪽)이 황의조의 선제골이 나온 뒤 같이 골 뒤풀이를 펼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손흥민(왼쪽)이 황의조의 선제골이 나온 뒤 같이 골 뒤풀이를 펼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손흥민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황의조의 선제골과 이승우의 추가골 모두 중앙에서 마무리 됐다. 이란 수비진이 손흥민을 경계하며 오른쪽으로 많이 쏠리면서 왼쪽과 중앙에 공간이 생겼고, 손흥민이 아닌 다른 공격수가 골 사냥에 성공했다. 평소 손흥민은 왼쪽과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꺾어 들어오며 '인사이드 커터' 형태로 마무리까지 짓는 플레이를 자주 시도한다. 하지만 이란전에서는 그런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팀을 위해 자신의 공격 본능을 누르며 참은 것이다.

사실, 2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손흥민 부진이 온두라스와 8강전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손흥민은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좋은 기회를 너무 많이 놓쳤다. 득점에 실패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무리한 공격이었다. 자신의 기량을 믿고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가 집중 견제를 할 때 동료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부족했다. 결국 손흥민이 터지지 않으며 한국은 0-1로 져 메달의 꿈을 접었다. 온두라스는 침대축구로 축구 팬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고, 손흥민은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손흥민(왼쪽)이 이란과 16강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린 이승우를 축하해주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손흥민(왼쪽)이 이란과 16강전에서 추가골을 터뜨린 이승우를 축하해주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확실히 성장했다. 기본 전형에 충실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전술에 맞춰 효율적으로 뛰고, 동료들의 능력을 더 살려주는 모습까지 갖췄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이 팀 승리를 위해 '조연'을 자처했다.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지만 이란을 2-0으로 꺾은 데 많은 기여를 했다. 황의조가 선제골을 넣었을 때, 이승우가 추가골을 터뜨렸을 때 모두 가장 빨리 뛰어가 함께 골 뒤풀이를 펼쳤다. 자신이 골을 넣었을 때보다 더 환하게 웃으면서 '팀 승리'를 진정으로 기뻐했다. 형님으로서 팀의 중심으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손흥민이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손흥민은 품격을 지켰다. 승리의 달콤함에 만취되지 않았다. 적당히 기뻐하면서 냉정함을 유지했다. 패배의 허무함을 느끼고 있는 이란 선수들을 위로하며 '진정한 승자'로 거듭났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경기 패배 이후 김학범호에 불거진 '태도 논란'을 씻어내기 위해 그라운드를 벗어나기 전까지 묵직하게 솔선수범했다. 2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울보'가 되었던 손흥민이 숱한 유럽 프로 경기와 2018 러시아 월드컵 경험 등을 더하며 여러 가지 면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손흥민(왼쪽)이 경기가 끝난 뒤 이란 선수를 감싸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손흥민(왼쪽)이 경기가 끝난 뒤 이란 선수를 감싸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손흥민이 해결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김학범호가 더 단단해졌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다음 상대는 이란보다 훨씬 더 강한 우즈베키스탄이다.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3득점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팀이다. 과연,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한국을 살린 '에이스' 손흥민이 금메달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까. 우선, '우승후보' 우즈베키스탄을 잡아야 한다.

손흥민(왼쪽)이 경기가 끝난 뒤 이란 선수를 감싸안으며 위로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뉴시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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