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개최국 전패' 징크스에 또 무너지다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4년 전 한국 전에서 이근호의 슛을 놓치며 '기름손'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이르고 아킨페프가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 시켰다. 이날 승리로 러시아는 36년 만에 월드컵 8강에 오르는 새 역사를 썼다. 반면 스페인은 아킨페프의 승부차기 선방에 역대 월드컵 개최국 상대 전패 징크스를 깨지 못하며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스페인과 러시아는 1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맞붙었다. 양 팀은 전후반 90분은 물론 연장 30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1-1로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먼저 승기를 잡은 건 스페인이다. 전반 12분 프리킥 상황에서 세르히오 라모스를 막던 세르게이 이그나세비치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앞서갔다.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러시아는 수비에 무게를 둔 '파이브 백' 전술을 버리지 않고 수비에 무게를 뒀다. '선 수비 후 역습'의 러시아는 전반 종료 직전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전반 40분 아르템 주바의 헤더가 제라르 피케의 손에 맞고 굴절됐다.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주바는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승부의 균형추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들어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그라나트를 교체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라인을 아래로 내리며 스페인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스페인은 특유의 티키타카로 러시아 수비진의 균열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러시아는 후반 16분과 20분 데니스 체리셰프와 페도르 스몰로프를 차례로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스페인은 다비드 실바를 빼고 이니에스타를 투입하며 맞불을 놨다.
점유율 9-1의 일방적인 경기가 이어졌지만 스페인은 러시아의 탄탄한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결국 전후반 90분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주심의 후반 종료 휘슬에 러시아 수비수들은 근육경련을 호소하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러시아 수비진의 활동량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연장도 경기 양상은 변하지 않았다. 뚫으려는 스페인과 막아내려는 러시아의 고집스런 경기가 계속됐다. 스페인은 지속적으로 짧은 패스로 러시아 수비의 틈을 노렸지만, 투지를 발휘한 러시아는 반 발짝 더 뛰는 악착같은 수비로 스페인의 매서운 창끝을 막아냈다. 연장 30분까지 자웅을 가리지 못한 양 팀은 결국 이번 대회 첫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의 주인공은 아킨페프였다. 스페인은 첫 번째 키커 이니에스타를 시작으로 두 번째 키커 제라르 피케까지 모두 러시아 골망을 흔들었다. 러시아 역시 스몰로프와 이그나셰비치가 데 헤아가 지키는 골라인을 넘기며 팽팽하게 맞섰다. 승부는 세 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스페인의 코케가 찬 볼이 방향을 읽은 아킨페프의 선방에 막혔다. 반면 이번 월드컵 최대 스타 중 한 명인 알렉산드로 골로빈은 침착하게 승부차기를 성공했다.
2-3. 러시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에서 스페인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아킨페프를 완벽하게 속였다. 러시아의 네 번째 키커 체리세프 역시 데 헤아가 지키는 골문 가운데를 강타하는 강한 슈팅으로 스페인에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스페인은 마지막 키커로 이아고 아스파스가 아킨페프와 마주했다. 하지만 아스파스가 찬 볼은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러시아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며 8강 진출을 자축했다.
아스파스의 실축으로 스페인은 또다시 '개최국 전패 징크스'에 시달리게 됐다. 스페인은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 8강에서 이탈리아와 1-1로 비긴 뒤 재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스페인은 또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4강 결승리그에서 브라질에 1-6으로 완패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8강에서 개최국 한국과 만난 스페인은 전후반 90분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3-5) 접전 끝에 탈락했다. 스페인은 과거 개최국과 맞붙은 3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러시아는 덴마크 크로아티아 승자와 8강에서 맞붙는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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