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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프리즘] 제라드와 램퍼드

  • 스포츠 | 2017-02-03 05:00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스티븐 제라드(37)에 이어 프랭크 램퍼드(39)도 축구화를 벗었다.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레전드였던 램퍼드는 2일(한국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리버풀의 레전드 제라드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잉글랜드를 대표했던 두 명의 미드필더가 모두 선수 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축구팬들에게 제라드와 램퍼드는 항상 비교와 논쟁의 대상이었다. 누가 최고의 미드필더인가 하는. 활동량, 패스와 슈팅의 질, 수비력 등 축구 선수의 모든 기능이 근거로 제시되지만 어차피 결론이란 있을 수 없다.

제라드는 축구 실력 외에 리더십도 갖고 있었다. 2003년 그가 리버풀의 주장이 되었을 때 구단은 물론 팬들도 모두 환영했다. 그에게 완장을 넘겨준 사미 히피아가 "제라드가 맡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인정했을 정도였다. 2008년부터는 대표팀의 '캡틴'으로 팀을 이끌었다.

제라드는 리버풀에서만 710경기를 뛰며 186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114경기(21골)를 뛰어 피터 쉴턴(125경기), 웨인 루니(119경기), 데이비드 베컴(115경기)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많은 A매치를 소화했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아쉬움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2005년), UEFA컵(2001년), 리그컵(2001년, 2003년, 2012년), FA컵(2001년, 2006년)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7살때 리버풀 유스팀에 입단했던 '토박이' 제라드에 비해 램퍼드는 첼시에 입단하기 전 웨스트햄 유소년팀에서 축구를 배웠고 웨스트햄에서 1군 데뷔를 했다. 그의 아버지가 웨스트햄에서 18년을 뛰며 551경기에 출전한 웨스트햄 레전드였고 삼촌은 웨스트햄 감독이었다.

2001년부터 첼시 유니폼을 입은 램퍼드는 미드필더이면서 구단 역대 최다인 211골을 기록한 '미들라이커'였다. 프리미어리그 177골로 역대 4위. 대표팀에서도 106차례의 A매치에 출전해 29골을 넣었다. 무엇보다 그는 제라드와 달리 프리미어리그에서 세 번이나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제라드와 램퍼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공존'이었다. 최고의 미드필더가 두 명이나 있었으니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감독마다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둘의 공격적인 성향이 비슷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둘은 선수 생활 말년 나란히 미국에서 뛰었다. 제라드는 대륙의 서쪽(LA 갤럭시)에서, 램퍼드는 반대편 동쪽(뉴욕 시티)에서 현역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제라드는 은퇴 후 리버풀로 돌아왔다. 램퍼드가 은퇴를 발표하기 바로 전날 리버풀은 제라드가 유소년 아카데미 코치로 선수를 지도하는 그의 모습을 공개했다. 잉글랜드 언론은 램퍼드도 첼시 코치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대에 활약한 탁월한 두 미드필더의 행보는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흥미롭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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