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심재희 기자] 손흥민이 슈틸리케호의 4강행을 책임졌다. 감기 몸살로 인한 컨디션 저하를 딛고 일어서며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을 무너뜨리는 '멀티골'을 작렬했다. 경기 후 "숟가락만 얹었다"고 겸손해 하는 손흥민에게 축구 팬들은 "현재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숟가락을 들 수 있는 선수다"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원톱 손흥민'이 위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이 우즈벡을 꺾고 아시안컵 준결승 고지에 태극기를 꽂았다. 한국은 22일 호주 멜버른 랙탱글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0으로 승리했다. 손흥민이 연장전에서 2골을 폭발하며 준결승 진출의 수훈갑이 됐다.
손흥민은 조별리그와 마찬가지로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전했다. 중앙 남태희, 오른쪽 이근호와 함께 원톱 이정협의 뒤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초반 경기력은 썩 좋지 못했다. 감기 몸살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몸이 무거워 특유의 드리블 돌파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남태희와 스위칭 플레이도 제대로 펼치지 못했고, 패스미스도 수차례 범했다. 전반 25분 개인기로 수비수 한 명을 따돌린 후 날린 오른발 슈팅이 유일하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전반적인 활약이 부족했다.
아니러니하게도 슈틸리케 감독은 눈에 띄게 컨디션이 떨어진 손흥민을 승부처에서 '히든 카드'로 내세웠다. 조별리그에서 아껴뒀던 '원톱 손흥민' 카드를 후반 37분 꺼내들었다. 그리고 손흥민은 거짓말같이 연장전에 날아올랐다. 연장 전반 14분 귀중한 선제골과 연장 후반 14분 쐐기골을 잇따라 작렬하며 환호작약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컨디션이 매우 좋지 못했던 손흥민이 원톱으로 자리를 바꾼 뒤 위력을 더할 수 있었을까?
손흥민은 우즈벡전에서 후반 36분까지 '고립된' 왼쪽 윙포워드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가로 움직임과 세로 움직임을 고루 펼치지 못한 게 문제가 됐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여러 번 상대 수비에 걸리자 세로 직선 움직임을 펼치기 어려웠다. 후방으로 처져서 스루패스를 찔러주거나 왼쪽에서 중앙으로 방향 전환하며 슈팅을 날리는 패턴을 기본으로 삼았다. 전반 25분 중앙으로 꺾은 뒤 좋은 슈팅을 날리긴 했지만, 이후 우즈벡 수비진에게 '패턴'을 읽히며 고립됐다. 중앙의 남태희와 동선이 겹친 것도 문제였다.
후반 37분 '원톱'으로 자리를 옮긴 손흥민은 가로와 대각선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찬스를 잡아나갔다. 윙포워드로 뛸 때보다 더 앞에 자리했고,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세로 움직임이 크게 필요 없는 위치에 섰다. 이때부터 손흥민의 숨은 장점이 빛났다.
많은 사람들이 손흥민의 최대 무기로 '탁월한 스피드'를 꼽는다. 맞는 말이다. 공을 치고 달리는 드리블 속도가 발군이다. 하지만 손흥민을 스피드만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섬세한 터치와 위치 선정 능력도 매우 좋다.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 SV 시절 초반 손흥민은 '티키타카'를 연상케 할 정도의 아기자기한 패스 게임을 펼치며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후 성장해 좀 더 확률이 높은 '스피드 공격'을 선호하게 됐지만, 탈 아시아급의 볼 콘트롤과 위치 선정 능력을 갖추고 있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원톱 공격수'로 변신이 가능한 결정적인 이유다.
손흥민은 몸이 좋지 않아 특유의 스피드를 살릴 수 없었지만, 원톱으로 자리를 바꾼 뒤 효율적으로 가로와 대각선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며 터치와 위치 선정의 장점을 잘 살렸다. 여기에 정확하면서도 강력한 슈팅까지 더해 '해결사'로 거듭났다. 연장 전반 14분 김진수의 왼쪽 크로스를 절묘한 다이빙 헤딩골로 연결했고, 연장 후반 14분 차두리의 우측 컷백을 망설이지 않고 왼발 대포알골로 마무리했다. '치달'(치고 달리기)에만 능한 선수가 아니라 '가로 본능'까지 갖추고 있음을 확실히 증명한 '멀티골 장면'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손날두'로 불리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호날두와 마찬가지로 발군의 스피드에 '가로 본능'까지 갖추고 있다. '원톱 호날두'처럼 '원톱 손흥민'이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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