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연 기자] 2000년도 초반 남성 위주였던 스포츠 분야에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여자들이 스포츠의 세계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1세대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부단한 노력으로 극복했다. '시행착오'를 자산으로 산경험을 얻은 그들은 남성 진행자들보다 몇 배 더 준비하고 발로 뛰면서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 전성시대'를 열어젖혔다.
2010년을 기점으로 여성 아나운서 2세대가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 여성 아나운서들이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더이상 낯선 그림이 아니다. 그들은 남성 아나운서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포츠뉴스와 스포츠 기획물 등을 완전히 점령했다. 남성 진행자 뺨 치는 해박한 지식과 깔끔한 진행에 상큼한 외모까지 더한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여풍당당'을 외치고 있다.
어느덧 스포츠계에서 '서브'가 아닌 '메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여성 아나운서들이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들은 대거 '이직'하면서 빠른 변화와 함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 흐름에서 새로운 '여신'이 떴다. '야구 여신'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축구 여신'을 자처하며 당찬 도전장을 내민 SPOTV의 신지혜 아나운서(25)가 그 주인공이다. 입사 6개월도 채 안 된 신 아나운서는 e스포츠 '피파 온라인 3'을 중계하면서 팬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앙아앙'이란 애교 섞인 의성어를 내뱉으며 뭇 남성을 설레게 한 것도 모자라 털털한 매력을 발산하며 차세대 스포츠 아나운서로 주목받고 있다.
이젠 가상이 아닌 현장을 직접 누비며 스포츠 공부에 한창인 신 아나운서를 지난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 사옥에 만났다. "아직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당차게 앞으로 포부를 힘차게 밝히는 그는 '준비된 축구 여신'이었다. 입사 후 숨 가쁘게 스포츠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 '축빠' 신 아나운서와 솔직한 대화를 나눠봤다.

◆ 녹화 중 방귀 사건 "악마의 편집, 사실 아니야"
- 입사한 지 벌써 6개월이 흘렀다.
저는 달라진 게 없는데 주변 사람이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걸을 느낀다. 아무래도 일반인이 보기에 '아나운서'라는 타이틀을 대단하게 보는 것 같다. 아직 제대로 된 아나운서라 하기엔 부족한 점이 정말 많은데 주위에서 '대단하다'고 말을 해주시니까 부담된다. '나는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닌데'라고 많이 느낀다. 입사 후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거 같다. 6개월이 흐른 게 실감이 안 날 정도다.
- 그간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
단순하게 살았다. 회사, 집, 현장. 이렇게 딱 '세 개'로 설명할 수 있다. (웃음) 회사에 있으면 영상 보면서 축구 공부 하고 집에 가면 쉬었다. 스포츠와 친숙한 삶을 살지 않아서 부족한 지식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기본적인 규칙, 국내외 축구 등 마치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하는 것처럼 열심히 한 것 같다. 처음엔 축구가 업무의 하나로 생각해 '일'로 다가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가 시작되고 직접 경기를 보다 보니 재미를 느끼고 있다. 아직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만 보는 게 정말 즐겁다. 처음보단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유를 찾은 거 같다.
- 촬영 도중 방귀를 뀌었다는 해프닝도 있었다. 의혹인가 진실인가.
아이고. (웃음) 질문이 나올 걸 예상했다. (웃음) SPOTV 게임즈의 예능 프로그램인 '피파 온라인 3 완전정복 - 그라운드의 지혜' 6회차였다. 프로그램 담당 피디의 '악마의 편집'에 농락당했다. (웃음)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가 그만큼 몰입해서 본 거니 싫다거나 기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저도 재밌게 봤다. 시청자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볼 때 '뭐야 진짜야?'라고 생각했는데 찍어보니 왜 그런지 이해하게 됐다.
- 야외 스포츠에 대한 욕심도 생겼을 텐데.
맞다. 연습도 많이 했는데 선수 이름 부르는 게 다였다. (웃음) 중계는 꿈도 못 꾸고 있다. 축구 현장에서 주변 스케치하고 선수 인터뷰하며 일을 배우고 있다. 아직 시작 단계다. 더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 태권도 2단 "소통엔 자신, 아나운서 오랜 꿈이었다"
- 성격이 참 밝다.
사실 '헛똑똑이' 같은 면도 있고 원래 밝은 성격이다. 댓글에 '귀여운 척한다'고 하시는데 전 제가 애교가 많다고 느낀 적도 없다. 사실 일한 뒤에 애교가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웃음) 모니터링 해주는 친구들은 '넌 어쩌면 방송도 똑같이 한다'고 말할 정도다.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방송용'이라고 하는데 그런 일 없다.
- 인기도 많이 늘었을 텐데.
페이스북 팔로워가 4000명이 넘었다. 원래 0명이었는데. (웃음) 아직 대중교통 이용하고 혼자 이것저것 보러 다니는 걸 좋아한다. 진짜 가끔 알아봐 주시는 분이 있지만, 일상에서 실감하지 못한다. 다만 조회 수가 많이 올라가는 걸 보고 '아 많은 분이 보고 계시는구나'라고 인기를 느낀다. (웃음) 한번은 장례식장 가서 사인한 적이 있다. 또 K리그 현장에 갔을 때 초등학생 30~40명이 한꺼번에 몰려왔었다. 현장 중계하는 게 신기해서 온 건데, 오디오가 들어가면 안 되는데 '신지혜 아나운서다!'라고 소리쳐서 난감했었다. (웃음)
- 그간 스포츠는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나.
어렸을 때 활동적인 것을 좋아했다. 이래 봬도 태권도 2단이다. (웃음) 검도나 다른 운동도 배웠다. 스포츠라고 무조건 전문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일상생활에서도 스포츠를 많이 느꼈다. 아예 스포츠와 동떨어져 살진 않았던 셈이다. 스포츠에 크게 위화감이 든다거나 제가 살아온 것과 다른 세계라는 생각은 안 해봤다.
-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릴 때 TV에서 볼 때 '예쁘고 똑똑하다'를 인상을 많이 받았다. 남자가 처음 대통령을 꿈꾸듯 여자로 태어났다면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대학에 들어가고 아나운서 업무를 알면 알수록 제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제가 사람들 만나 소통하는 걸 참 좋아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저를 만나면 편하게 생각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기도 하지만 사실 저는 앵커보다는 프로그램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MC를 꿈꿨다.
- 오랜 꿈을 이뤘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준비를 어느 정도 했을 때 SPOTV 공채가 떴고 지원해 합격했다.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전한 것이다. 스포츠 아나운서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해 보니 저와 안 맞진 않은 거 같다. 재미있다.

◆ 떠오르는 축구 여신 "김승규 골키퍼 제일 좋아"
-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던데.
어렸을 때부터 야구보다 축구를 많이 봤다. 야구는 별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 성향이다. 제게 더 익숙하고 성격에 맞는 게 축구다. 야구는 좀 심리적인 측면이 많은데 축구는 선수가 협동해서 골이라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게 멋있다. 한 명이 잘하는 게 아니라 모두 협동해서 하는 거니까. 마치 '제로섬 게임' 같다. 공격에 치중하면 수비가 적어지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뤄야 한다. 이런 부분이 재밌다.
- K리그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김승규(24·울산) 골키퍼를 좋아한다. 최근 선방하고 있는데 굉장히 성실하고 멋있다. 국가 대표팀도 꾸준히 발탁되고 실력과 멘털을 다 갖췄다. 현장에서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심성도 좋았다. 인터뷰에 임하는 자세도 좋고. (웃음) 애정을 갖고 울산 경기를 챙겨보게 된다.
- 야구가 축구보다 인기가 많지 않나.
처음 가는 게 어렵지 축구도 실제로 경기장에 가서 보면 매우 재밌다. 야구는 팬끼리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 이를 즐기러 가는 사람도 많다. 반면에 축구 좋아하는 분이 많지만, 현장에 가는 걸 꺼리는 거 같다.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도 아쉽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비교를 많이 하신다. (웃음) 유럽파를 비롯한 국가대표도 K리그에서 차근차근 시작했다. 어느 정도 차이는 분명 있다. 하지만 무조건 K리그는 해외축구보다 재미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좀 아쉽다.
- 현재 축구 쪽을 맡고 있는데, 특별히 하고 싶은 다른 종목이 있다면.
일단 축구로 시작했으나 제대로 해보고 싶다. 다른 종목도 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축구에 집중하고 싶다. 제가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따라 맞춰 현명한 선택을 하면 될 거 같다.

◆ 언행일치와 열정으로 "친숙한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 스포츠 아나운서만의 매력이 있다면.
일반 아나운서는 갖춰진 틀에서 마지막을 장식한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발로 뛰는 게 많다. 현장에 가도 제가 준비한 거와 다를 때가 많다. 인터뷰하는 선수가 달리 생각할 수도 있고 생각나지 못한 것도 곳곳에서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대처하다 보면 연출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된다. 가장 큰 장점이다.
- 아나운서에게 제일 중요한 게 뭔가.
가장 먼저 '언행'을 조심을 해야 한다. 아나운서로서 가장 많이 느끼고 있다. 항상 소통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현장이든 스튜디오든 인성이 좋아야 일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정도는 가능하나 방송은 절대 포장이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비치는 거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 실력보단 외모로 주목받는다.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그간 스포츠가 '금녀의 영역'이다 보니 일하는 여자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최근 여성 스포츠 아나운서에 좀 더 반응을 해주시는 거 같다. 물론 처음엔 외적인 면에 끌릴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에 대한 열정 없이 대본만 읽고 표면적으로 일을 대하면 외모에 대한 인기를 금방 사라질 것이다. 외모로 호응을 얻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스포츠 열정이 있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한다.
- 최근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 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어디서 일하는 게 중요하진 않다고 느낀다. 처음엔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내부 사정은 모르는 거니까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이직을 보면서 한계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해 걱정만 했다면 다른 안정된 직업을 찾았을 거다. '현재'를 스쳐 지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서 그때그때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
- 본보기로 김민아 아나운서를 뽑았다. 어떤 아나운서를 꿈꾸나.
김 선배는 해설위원처럼 스포츠 지식이 굉장히 해박하지 않나. 지식 외에도 '카리스마'가 있는 게 멋있다. 저는 카리스마가 많이 부족하다. 김 선배처럼 프로다운 내공도 필요하다. 예전에 아나운서 모임에서 한 번 뵌 게 다다. 그때 같이 사진도 찍었다. (웃음) 앞으로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 친숙한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다. 같이 경기장 가서 경기보고 치킨 먹고 싶은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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