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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허정무 "마라도나 걷어찬 태권축구? 진실은…"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8년 전인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나온 '태권축구 논란'에 대해 비신사적 플레이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왼쪽은 타임지가 태클 장면의 일부만을 실어 논란을 부른 사진이며, 오른쪽은 태클로 걷어낸 공까지 포함된 전체 사진이다.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캡처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8년 전인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나온 '태권축구 논란'에 대해 비신사적 플레이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왼쪽은 타임지가 태클 장면의 일부만을 실어 논란을 부른 사진이며, 오른쪽은 태클로 걷어낸 공까지 포함된 전체 사진이다.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캡처

[신사동=유성현 기자] 아시아 최다인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 축구대표팀. 연속 진출의 서막을 연 대회는 1986 멕시코월드컵이었다. 당시엔 비록 조별리그 성적 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그때 얻은 값진 경험은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도 분명히 통한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져 오늘날의 '아시아 강호' 이미지를 만들게 했다.

지난 추억을 생생하게 갖고 있는 이가 바로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59)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다. 그는 멕시코월드컵 때 한국의 간판 미드필더로 나서 조별리그 3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특히 그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첫 경기인 강호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에서 마주한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54)와 만남이다.

비록 경기는 1-3으로 졌지만 후반 28분에 터진 박창선의 만회 골로 영패를 면했다는 사실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었다.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끈질기게 괴롭힌 한국 축구의 근성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급 팀을 상대로 펼친 한국의 '찰거머리 마크'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다. 특히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마라도나를 막는 허 부회장의 몸싸움 장면을 사진으로 실으며 "한국의 축구는 태권도인지 축구인지 구별할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허 부회장은 28년 전 마라도나와 맞붙어 펼친 거친 몸싸움을 돌아보며 지난 추억에 웃음을 지었다. / 신사동=임영무 기자
허 부회장은 28년 전 마라도나와 맞붙어 펼친 거친 몸싸움을 돌아보며 지난 추억에 웃음을 지었다. / 신사동=임영무 기자

무려 28년이나 지난 당시의 사건에 대해 허 부회장은 "억울한 면이 많다"며 숨은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허 부회장은 지난해 30일 신사동 명소 '노블카페'에서 진행된 <더팩트>의 인기 코너 '곽승준의 쿨~한 만남'과 인터뷰에서 "이참에 오해를 풀고 싶다. 당시 타임지 표지를 보면 공은 사라지고 내가 마라도나를 걷어차는 장면만 실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공을 걷어내는 동작"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내가 공과 관계없이 고의로 마라도나를 찼다면 바로 퇴장이다. 하지만 난 그때 경고조차 받지 않았다"며 마라도나와 '특별한 추억'을 돌아봤다. 타임지가 한국의 '태권축구'를 부각하기 위해 논란이 일 만한 사진을 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허 부회장은 "당시 마라도나와 기량을 비교한다면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전체적인 기량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밀착 마크해 상대의 발을 묶는 것뿐이었다"면서 "다행히 마라도나가 유독 그 경기에서 부진했다. 아무튼 맡은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다 보니 그런 논란도 생긴 것 같다"며 지난 추억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허 부회장과 마라도나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는 것. 두 전설은 4년 전 남아공월드컵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한국과 아르헨티나는 나란히 B조에 속해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2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한국을 이끈 감독은 허 부회장이었고, 아르헨티나의 지휘봉은 마라도나가 쥐고 있었다. 결과는 24년 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허 부회장의 1-4 패배였다.





허 부회장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마라도나가 감독을 맡은 아르헨티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4로 졌다. / 스포츠서울 DB
허 부회장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마라도나가 감독을 맡은 아르헨티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4로 졌다. / 스포츠서울 DB

허 부회장은 당시 맞대결을 '후회 없는 승부'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결과적으로 그때도 우리가 1-4로 졌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1986 멕시코월드컵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전반은 자책 골까지 기록하며 운이 따르지 않은 끝에 1-2로 뒤진 상태로 마쳤지만, 후반에는 우리가 사실상 밀어붙인 경기였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그렇게 경기하는 건 쉽지 않다. 지긴 했지만 잘한 경기라고 여기고 싶다"며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칭찬했다.

허 부회장은 감독으로 재회한 마라도나를 '나이가 들어서도 만만치 않은 여우'라고 평가했다. 그는 "벤치 싸움부터 역시 대선수답게 신경전에 능하다는 걸 느꼈다"면서 "마라도나는 경기 전부터 '한국은 거친 팀'이라고 거듭 강조하더라. 경기 중에도 대기심에게 꾸준히 판정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았다. 심판들이 어딘가 모르게 판정에 부담을 갖게 만드는 고도의 심리전이었다"고 말했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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