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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결산 ②] 호날두-김신욱, 최고보다 더 빛난 2인자들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K리그 클래식 MVP를 수상한 울산 현대 김신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홍은동=배정한 기자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K리그 클래식 MVP를 수상한 울산 현대 김신욱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홍은동=배정한 기자

[유성현 기자] 스포츠에서 '2인자'는 늘 서럽다. 2등이라는 박수 받을 성적에도 모든 영광은 1위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패자'도 종종 나오지만 그들의 생명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1위의 그늘에 서서히 가리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사라진다. 적지 않은 팬들이 월드컵 우승 팀은 기억해도 준우승 팀을 꼽으라면 기억을 더듬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금메달리스트에겐 온갖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만, 2위는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시상대 위에서 아쉬운 눈물을 흘리곤 한다. 이렇듯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스포츠 명언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축구계에서는 '2인자의 역습'이 빛났다. 국내와 국외 모두 마찬가지였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진격의 거인' 김신욱(25·울산)의 진화가 눈부셨다. 지난 시즌 13골 2도움으로 득점 10위, 공격포인트 18위에 그쳤던 김신욱은 올해 19골 6도움으로 K리그 간판 공격수로 우뚝 섰다. 비록 최종 라운드에서 FC 서울의 데얀에게 득점왕 타이틀을 내줬지만 토종 공격수로는 최다골을 기록하며 울산이 자랑하는 '철퇴 축구'의 핵심으로 맹활약했다. 공격포인트에서는 당당히 1위였다. 결국 김신욱은 당당히 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하며 팀의 우승과 득점왕을 모두 놓친 '2인자 설움'을 달랠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도 김신욱의 재발견이 눈에 띄었다. 196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김신욱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쉽게 밀리지 않는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전임 최강희 감독 시절부터 전술적인 활용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신욱이 투입될 때마다 모두 그의 머리를 향해 공을 올리는 단조로운 플레이가 이어지면서 비난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일부 팬들로부터는 '그저 헤딩만 할 줄 아는 선수', '전봇대'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는 절치부심해 끊임없는 노력으로 스스로 숙제를 풀었다. 김신욱은 홍명보호에서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박주영이 빠진 '무주공산' 원톱 자리에 당당히 주전으로 입성했다. 헤딩 위주의 단조로운 플레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폭넓은 움직임과 동료들을 활용한 연계 플레이 등으로 '발도 잘 쓰는 공격수'로 거듭났다. 일본의 요시자키 에이지 축구 칼럼니스트는 "단조로운 롱 볼 축구도 김신욱의 존재로 인해 한층 위력을 갖췄다"며 전술적인 활용도를 높게 평가했다. 날로 진화하는 기량을 고려하면 김신욱의 브라질행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올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는 맹활약으로 '불운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뗄 기회를 잡았다. / 레알 마드리드 페이스북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올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가리지 않는 맹활약으로 '불운한 2인자'라는 꼬리표를 뗄 기회를 잡았다. / 레알 마드리드 페이스북

국외에서도 '2인자 설움'을 훌훌 털어버린 선수가 눈에 띄었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리오넬 메시(25·바르셀로나)의 '영원한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레알 마드리드)다. 꾸준한 골 행진에도 늘 메시에 가려 '슬픈 2인자'로 남았던 호날두는 올해 비운의 타이틀을 벗을 기회를 잡았다. 4년 연속 발롱도르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 선수를 향해 나아가던 메시가 잦은 부상으로 비틀대면서 반사적으로 호날두의 '꾸준한 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34골을 넣고도 46골의 메시에게 득점왕을 내줘야 했던 호날두는 올 시즌 전반기에만 18골 터뜨리며 득점 선두 디에구 코스타(19골)와 양강 체제를 갖췄다. 메시는 11경기 8골에 그쳐 사실상 득점왕 경쟁에서 한 걸음 멀어졌다.

호날두는 대표팀에서도 펄펄 날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조국 포르투갈에 본선행 티켓을 안겼다. 호날두는 플레이오프에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이끄는 스웨덴을 상대로 1차전(1-0 승) 결승골, 2차전(3-2 승) 해트트릭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호날두는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리그까지 9골을 터뜨려 8골의 이브라히모비치를 제치고 득점 경쟁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빛나는 활약으로 2011년과 2012년 연속 2위에 만족한 발롱도르에서도 메시,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와 함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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