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시자키 칼럼니스트] 팀 존재 자체가 '반칙'일까. 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1차전을 치른다. K리그 클럽이 ACL에서 두각을 보인 가운데, 부동산 재벌 헝다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광저우가 사상 첫 정상에 오를지 관심사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본 J리그 2개 팀은 모두 광저우의 희생양이 됐다. 조별 리그에서 만난 우라와 레즈, 4강에서 만난 가시와 레이솔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특히 가시와는 홈과 원정을 오간 준결승 두 경기 합계 점수 1-8로 졌다. 일본 축구계는 충격이었다.
글쓴이 입장에선 서울과 광저우, 한 쪽의 편을 들 순 없다. 그러나 J리그 클럽의 패배로 본 교훈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과연 광저우는 어떤 팀인가.
가시와는 지난 4일 ACL 4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당시 가시와 공격수인 구도 마사토(23)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ACL에 참가하면서 중동 원정 등 수많은 경험을 했다. 그중 광저우의 벽이 워낙 높아 인상적이었다"며 "이 팀을 이기는 것이 앞으로 아시아 무대에서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르다'는 뜻으로 들렸다. 가시와를 오랜 기간 담당한 축구전문지의 한 기자는 광저우에 대해 '교활한 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배경엔 공포의 '3-7' 포메이션이 있다. 일본에서 ACL 경기를 취재한 기자들은 광저우에 대해 같은 인상을 받았다.
아시아 최고 용병으로 꼽히는 3명의 선수인 엘켄손, 무리퀴, 콘카가 공격을 전담한다. 나머지 중국과 한국(김영권) 선수 7명이 수비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 전술은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물론 광저우의 기본 전술은 4-3-3. 자세히 들여다보면 4-2-1-3이다. 그중 용병 3총사는 단연 경계대상 1호다.
최전방 공격수인 브라질 출신의 엘켄손은 과거 유벤투스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미 아시아에서 골 결정력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탈아시아급 선수임이 틀림없다. 동향의 무리퀴는 왼쪽에서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가 뛰어나다. 슈팅 정확도도 예사롭지 않다. '왼발의 달인' 콘카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데, 체격은 왜소하나 개인 전술이 뛰어나다. '킬 패스'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다. 3명의 선수 연봉을 합치면 200억 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클럽 한 시즌 운영비와 맞먹는다.
광저우의 경기를 들여다보면, 용병 3총사는 거의 수비가담이 없다. 전방에서 역습 기회를 노린다. 이게 바로 '광저우 스타일'이다. 현대 축구엔 맞지 않는다. 그래도 결승까지 올랐지 않는가. 따라서 상대 팀이 본래의 전술로 광저우의 파괴력을 막아내는 게 흥미로운 요소다.

가시와는 광저우 수비진이 라인 조율에 약하다는 점을 인지했다. 광저우 측면 수비수가 공을 잡았을 때 빠르게 압박해 공격을 차단하는 게 우선 임무였다. 그러나 용병 3총사의 골 결정력 앞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서울이 광저우를 이기려면 광저우의 '3-7'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7'에 있는 선수 모두 국가대표 선수들인데, 그중 핵심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정쯔(33)다. 광저우 공수 템포를 조율하는 구실을 한다. 서울로선 광저우에 지속적인 압박을 하면서 용병 3총사와 7명의 수비진 사이에 생기는 공간을 파고들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서울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승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J리그로선 그렇지 않아도 라이벌이 속출하는 마당에 중국 클럽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 경계하고 있다. 서울이 완벽한 전술과 팀워크, 두뇌와 열정을 살려 잘했으면 한다.

P.S - 음, J리그는 왜 ACL에서 약해진 걸까.
◆ 요시자키 에이지 소개

1974년생 기타큐슈 출신 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오사카외국어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
주간 사커매가진 한국소식 코너 담당(11년).
스포츠지 '넘버'에서 칼럼 연재(7년)
최근에는 축구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 정치, 북한사정등 글 쓰기도 한다. 박지성 "나를 버리다", "홍명보의 미라클" 등을 번역, 일본에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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