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주영(28·아스널)이 AS모나코(프랑스) 시절 한솥밥을 먹은 네네(알가라파)의 러브콜을 거절했다. 네네는 22일(한국 시각) 프랑스 TV 카날플뤼와 인터뷰에서 "알가라파 이적 후 박주영을 데려오려 했으나 좌절됐다"고 말했다. 이번 뿐 아니라 박주영은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중동 클럽으로부터 숱한 구애를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도 박주영에게 손짓했다. 아스널에서 받고 있는 150만 유로(약 21억 원)의 두 배인 300만 유로(약 43억 원)의 연봉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주영은 늘 그랬듯 이번에도 돈보다 명예를 선택했다.
허황된 자존심이 아니다. 박주영 본인도 8개월가량 남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무대로 옮기면 사실상 유럽 무대 도전은 실패로 귀결된다. 다시 유럽에 나갈 수 있더라도 축구 선수로서 절정의 기량을 보여야 할 만 28세의 나이를 지나 도전하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박주영이 유럽에서 보인 행보는 이채로운 궤적을 그리고 있다. K리그에서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2008년 FC서울을 떠나 프랑스 리그1 모나코로 이적한 박주영은 3시즌 동안 103경기를 뛰며 26골을 기록했다. 매 시즌 모나코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뛰며 빅리그 진출에 성공한 선배들의 전철을 밟았다. 이후 2011년 여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아스널 이적에 성공했는데, 직전 릴의 이적이 유력했으나 사실상 아스널이 하이재킹에 성공했다.
'릴을 배신했다'는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당시 박주영의 상황으로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병역 면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스널은 사실상 마지막 유럽 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더 수준 높은 리그와 팀에서 뛰고 싶은 갈망이 컸다. 그리고 지난해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순탄할 것으로 보인 그의 유럽 도전기는 꼬여만 갔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외면 속에 주전 경쟁에서 밀렸으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 임대 생활도 웃지 못했다.
박주영의 행보는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면 대표 선발은 없다"고 못 박은 홍 감독의 발언으로 박주영의 대표팀 복귀는 멀어져만 갔다. 그럼에도 박주영은 일본 J리그와 중동 리그 클럽의 이적 제의를 매번 거절했다. 태극마크, 월드컵이란 선택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애써 만든 유럽 도전 의지를 버린다면 장기적으로 후회를 남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오직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어진 작은 기회에서라도 자신의 가치를 보여야만 하는 박주영이다. 벵거 감독의 계산된 행동으로 보이지만, 어쨌든 아스널 1군 로스터 25인에 포함돼 있다. 공격수들의 줄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아스널에서 작게나마 기회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무대 복귀를 거절한 이유를 직접 보여주는 길뿐이다. 그래서 박주영은 어느 때보다 축구화 끈을 바짝 조여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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