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마스터키'를 가동하기엔 젊은 선수들로 재편된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전체의 노련미가 떨어졌다. 열정과 패기는 두드러졌으나 문전에서 침착한 마무리, 수비의 밸런스는 AC밀란(이탈리아) 원정에서 한계를 보였다.
박지성이 선발 60분을 뛴 PSV 에인트호번은 29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 주세페 메아차에서 킥오프한 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0-3 완패했다. 21일 홈 1차전에서 1-1로 비긴 PSV는 1, 2차전 합계 점수 1-4(1-1 0-3)로 져 2008~2009시즌 이후 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전반 8분 팀 마타브즈의 헤딩 슈팅이 나올 때만 해도 PSV의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1분 뒤 케빈-프린스 보아텡에게 오른발 중거리포 선제골을 허용하며 자신감이 떨어진 PSV다. 상대의 기세에 조급한 플레이를 연발했다. 스스로 올가미에 갇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자 '베테랑' 박지성이 직접 나섰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전반 중반부터 중앙을 오가면서 공격의 해답을 찾고자 애썼다. AC밀란의 공세에 경기 템포를 조절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반 43분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왼발로 첫 슈팅을 때렸으나 상대 수비에 걸렸다. 2분 뒤엔 마타브즈의 슈팅을 이끄는 재치 있는 패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이한 PSV는 킥오프 1분 만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박지성이 문전에서 뒤로 슬쩍 흘렸다. 게오르지니오 비날둠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회심의 오른발 슈팅은 선방에 막혔다. 박지성도 머리를 감싸 쥐고 아쉬워했다. 이후 PSV는 오른쪽의 박지성을 활용한 공격에 집중했다. 여러 차례 크로스와 중앙 돌파를 시도한 박지성이었으나 동료와 연계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후반 20분 플로리안 요제프준과 교체돼 활약을 마무리한 박지성은 벤치로 들어가면서도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PSV에서 유일하게 노련한 경기력을 보였으나 임팩트가 없었다.
애초 어려운 AC밀란 원정길에 예상됐던 PSV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는 박지성의 존재였다.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서만 54경기를 뛴 박지성은 양 팀 선수 중 경기 경험이 가장 많다. AC밀란의 필립 멕세가 48경기에 불과하다. 특히 PSV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거치면서 AC밀란과 5차례 만나 3승1무1패를 기록했고, 2골을 넣은 박지성이다.
공격 포인트보다 이탈리아 특유의 섬세한 수비 조직력에 맞서 빈틈없는 방어 능력과 지능적인 공간 플레이로 이름을 알린 박지성은 이날 역시 PSV 전술의 '마스터키' 구실을 했다. 그러나 8년 전 PSV에서 선배들과 힘을 합쳐 AC밀란을 괴롭혔던 모습을 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 박지성의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버티기엔 PSV 어린 선수들은 열정 만큼이나 쉽게 흥분하고 침착하지 못했다. UEFA 집계에 따르면 박지성은 60분간 7.205Km를 뛴 것으로 나타났다. 1차전에서 68분 8.81km를 뛴 것과 비교하면 시간 대비 원정에서도 두드러진 활동량을 보였다. 전반만 보면 5.53km로 양 팀 통틀어 두 번째로 많이 뛰었을 만큼 성실성에 있어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쓰디쓴 패배에도 PSV에서 박지성이 얼마나 선수단의 중심축이 되는 지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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