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가 또 무득점으로 비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 언론의 보도를 확인하니 불만도 좀 있어 보인다. 지금 한국의 상태를 일본과 비교해보면 다른 시각도 보이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이 페루와 비긴 14일 일본은 홈(미야기)에서 우루과이에 2-4로 크게 졌다. 관전포인트는 분명했다. '해외파와 국내파 융합'. 동아시아 대회에서 벌인 '테스트'를 거쳐 국내파 6명이 합류했다. 이 가운데 이번 동아시안컵 한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가키다니 요이치로(세레소 오사카)가 원톱에서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경기 후 시점이 완전히 달려졌다. '무너진 수비진 어떡하지?', '과연 이대로 가도 되나?'라는 생각이 겹치는 등 팀의 토대 자체가 흔들렸다. 경기 후 스포츠후치 등 일부 스포츠지는 자케로니 감독에 대한 내용을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했다. 일본 대표팀은 지난 3월 26일 월드컵 예선 요르단 원정경기에서 0-1로 석패한 뒤 이어지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게다가 6월 컨페드레이션스컵 이후엔 7경기에서 19실점하는 등 그야말로 '붕괴 상태'다.
경기 후 믹스존에서 혼다 케이스케는 약간 거친 어조로 심정을 토로했다. '실점이 많다고해서 꼭 수비적으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게 넌센스(non sense)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축구가 옳다고 생각하고 뛴다. 그 신념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전반 20분까지만 해도 유기적이 공격을 보였다. 완전 주전으로 정착된 2선 공격 라인인 오른쪽 오카자키 신지(마인츠)와 왼쪽 가가와 신지(멘체스터 유나이티드), 가운데 혼다 케이스케(모스크바)가 창의적인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은 전반 27분과 29 분 연속으로 상대 에에스 디에고 포를란에게 골을 허용했다. 우루과이의 첫 골은 센터백 요시다 마야가 오프사이드를 시도하려다가 실패해서 허용했고, 두 번째 골은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골문을 내줬다. 아시아권 팀이 월드컵 본선 대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경기 흐름이다. 전체적으로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상대 선수의 개인 능력으로 실점하는 점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공격을 잘 하면서도 계속 골을 먹는 경기 내용 탓에 결국 대패했다.
그럼 왜, 일본수비진은 실점이 많을까? 컨페드레이션스컵 이후 비주전이 뛴 동아시안컵을 빼고 4경기서 13점을 내줬다.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 우루과이 등 세계 강호들만 만나면 수비가 붕괴된 셈이다. 거기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요시다 마야 부진
사우스 햄튼 소속의 요시다는 일본 센터백으로는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다. 요시다는 지난 남아공월드컵 이후 주전 자리를 확보했지만, 개인적인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컨페드레이션스컵 이탈리아전 후반 4분엔 볼 컨트롤을 실수해 우치다 자책골의 원인이 됐다. 지난 14일 우루과이전 때도 오프사이드를 시도하다가, 또 킥을 실수해 실점으로 이어지는 장면을 많이 노출했다. 자케로니 감독은 후반 11분 요시다를 마침내 교체시겼는데, 일본 언론들은 이것을 '징벌'이라고 표현했다. 수비 핵심이 돼야하는 요시다의 부진은 일본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수비형 미드필드의 '탈취력'
물론 모두가 요시다 개인 탓은 아니다. 조직력에도 문제가 있다. 우루과이전 후반에도 압박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효과가 없는 시간대가 많았다. 아시아 국가와 경기할 때는 수비 부담이 덜 해서인지 엔토 야스히토와 하세베 마코토 등 수비형 선수 2명의 수비력에는 거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강호들을 만날 때는 아니었다. 최전방과 2선 공격에서 압박을 해도 두 선수가 직접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특히 엔도는 공격면을 고려해 중용되는 선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선제골을 만회하는 상황에서는 미드필드진에서 뺄 수도 없다. 자케로니 감독도 머리가 아픈 부분이다.
◆ 대안은 없나?
자케로니 감독이 비판을 받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선발 라인업의 고정화'다. 원톱을 빼곤 거의 똑 같은 선수들이 뛴다. 비주전과 격차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센터백과 수비형은 대체안을 생각하지 않아 왔다. 게다가 훈련 때부터 전술적인 규칙을 철저히 훈련시켜왔으니, 새로 온 선수들이 정착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에선 지난 남아공대회 때 활약한 중앙 수비수 다나카 마르쿠스 툴리오에 대한 '대망론'이 있으나, 이제까지 자케로니의 답은 '노(No)'다. 일설로는 벤치 신체를 싫어하는 툴리오의 성격도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경기 후 일본 언론들은 선수간, 그리고 선수-감독간의 생각 차이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라커룸에서 자케로니 감독은 수비 의식을 더욱 강조했고, 우치다 아츠토도 좀 더 수비적으로 경기를 진행해야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혼다는 위에 언급한 내용처럼 수비적인 전술은 결코 아니라고 외쳤다. 2011년쯤 있던 성장기가 끝나고, 새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일본 대표팀은 어떻게 달라져야 될까, 달라질 수는 있을까? 변화해야 하는데, 변하지 못하고 있기에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필자가 지난 6월 <스포츠서울 TV>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일 월드컵 도전사를 비교해 보면, '본선대회 이전 과정에서 고생한 팀이 오히려 성적이 좋다'는 법칙이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말할 필요가 없고, 2006년 독일 대회 때는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본선 진출을 확정했으나, 결국은 4년 동안 3번이나 감독이 바뀐 한국의 우세였다. 2010년은 한국이 28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했으나 대회 직전 홈 한일전에서 한국에 진 만큼 위기에 빠졌던 일본이 성적에서 앞섰다. 16강전에서 한국은 90분 내에 졌지만, 일본은 승부차기까지 갔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통을 겪어도 대회 직전까지 성장한 팀이 결국 잘하는 것이다. 이번엔 어떨까. 일본은 2011년 아시안컵 우승 등 실적은 있으나 팀 분위기는 하락세다. 기존 감독 집권 하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한국은 뚜렷한 실적이 없어 불안감이 있겠지만, 이제 새로운 사령탑과 함께 분위기를 쇄신해 본선으로 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과 일본.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요사지키 에이지 소개

요시자키 에이지 프리랜서 기자sseoul@tf.co.kr
정리 | 더팩트 신원엽 기자wannabe2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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