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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대담②] "잠실 한일전, 클래식한 느낌…K리그 열렸으면" (영상)

지난달 27일과 28일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가 열린 잠실올림픽주경기장.
/ 김용일 기자
지난달 27일과 28일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가 열린 잠실올림픽주경기장. / 김용일 기자


한국과 일본. 세기가 바뀌어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뿌리 깊은 역사의식으로부터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항상 경쟁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그중 축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축구만큼 전 세계 어디서나 즐기는 종목이 드물다. 내셔널리즘이 가장 확고한 종목이다. 한일 축구는 항상 치열하게 대립하는 라이벌 관계이자 동반자로 불린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하다.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마음 말이다.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는지 라이벌로서 꼭 이겨야만 하는 상대로 생각하는지. '더팩트' 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이어 홍명보호가 돛을 올린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선수권대회(이하 동아시안컵)를 결산하고자 지난달 29일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축구 기자간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한일 축구가 동아시안컵에서 얻은 성과와 보완 과제는 물론 양 팀 맞대결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때론 조언을, 때론 설전이 오가며 그라운드 못지않은 즐거움과 긴장감이 맴돌았다. 무엇보다 양국의 축구가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했다. 대담은 스포츠서울TV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 대담 날짜 : 2013년 7월 30일 화요일 오전 11시 / 더팩트 사무실
○ 진행 / 참가자 : 김용일(진행) 유성현 김광연 더팩트 기자 / 요시자키 에이지 일본 축구전문 기자

10년 넘게 한일 축구 현장을 누빈 베테랑 프리랜서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왼쪽 두 번째)와
대담을 나눈 스포츠서울미디어 축구팀. / 사진 = 문지현기자
10년 넘게 한일 축구 현장을 누빈 베테랑 프리랜서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왼쪽 두 번째)와 대담을 나눈 스포츠서울미디어 축구팀. / 사진 = 문지현기자


주제 2. 한국-일본 2013 동아시안컵 뒷이야기

김용일, 이하 용) 두 번째 주제는 대회 뒷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국내에서 이렇게 많은 일본 취재진을 오랜만에 본다. 개인적으로는 취재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여러 선수를 세워놓고 1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하더라. 응하는 선수들의 태도 또한 놀라웠다. 일본 특유의 섬세한 성향이 보이던데.

요시자키, 이하 요시자키) 일본에선 늘 경기 후 인터뷰를 길게 하는 편이다. 다만 별다른 질문을 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한국 기자들은 흥미로운 질문을 돌직구로 날리기도 하지만, 일본은 다소 형식적인 질문이 주를 이루는 게 사실이다.


용) 한국에선 기획의 요소가 담긴 기사가 많이 출고된다. 그런데 일본은 인터뷰에 많은 비중을 두더라.


요시자키) 정확히 봤다. 일본은 프리랜서 기자가 많다. 선수 개개인의 중점을 둔 기사를 많이 쓰는 편이라 선수의 코멘트가 중요하다. 단 한 마디라도 기사화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 시간이 길어지고 비중을 높게 두는 것이다. 기자 개인이 선수와 관계를 넓히는 기회도 된다.

용) 유성현 기자는 어떤 게 가장 인상적이었나.

유성현, 이하 유) 다른 무엇보다 국외 기자들이 여자 축구에 관해서 관심이 높은 것에 놀랐다. 심지어 우리 여자 대표팀이 슈팅할 때도 일본, 중국 기자들이 '허허' 웃으며 즐거워하더라. 내게도 여자 대표팀에 대한 정보를 묻는 기자들이 많았다. 지소연의 소속팀이라든지, 국제대회에서 얼마나 인지도가 높으냐는 등. 이번 대회에서 지소연 선수가 국내에서 여자 대표팀에 대한 무관심에 서운한 감정을 보였지 않는가.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요시자키) 일본은 2011 독일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주부층을 중심으로 여자 축구 붐이 일었다. 특히 오전 9~11시, 오후 2~4시에 주부들이 보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많은데, 여자 축구에 대한 내용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여자 축구 관련 용품도 주부들이 많이 구매한다. 자신들의 꿈을 이뤄준 영웅처럼 대하는 것이다. 여자 축구 인기의 비결이다.

김광연, 이하 광) 인턴 신분이라 이런 국제대회 취재 경험이 부족했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의 첫 출항을 알리는 대회이기도 했고, 많은 외신이 찾아서 배울 기회가 됐다. 일본 기자들은 취재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하는 자세가 있었고, 중국 기자들은 무언가에 꽂히면 해결될 때까지 임하더라. 호주 기자들은 맥주 한 잔 즐기면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름 다 장점이라고 본다.

일본 취재진이 동아시안컵 2차전 호주와 경기를 마친 뒤 남자 대표팀 주력 선수들을
믹스트존에 세워 놓고 인터뷰하고 있다.
일본 취재진이 동아시안컵 2차전 호주와 경기를 마친 뒤 남자 대표팀 주력 선수들을 믹스트존에 세워 놓고 인터뷰하고 있다.

용)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대표팀 감독의 신사적인 태도도 국내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6월 우리와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른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구설에 올랐는데, 자케로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기자를 대할 때도 격식을 갖추고 명장의 자태를 뽐내던데.

요시자키) 유럽 빅클럽 출신이다 보니 언론과 관계 설정에 대해 뜻이 분명한 것 같다. 일본에서도 언론과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 우리를 만날 때도 인터뷰 시작과 끝머리에 간단하게 일본어 인사를 곁들인다. 친근한 이미지다. 또한, 현재 일본어 통역을 해주는 분은 자케로니 감독이 2006~2007시즌 세리에 A 토리노에서 감독할 때 함께 일했다. 통역에 대한 신뢰가 있다 보니 자기 생각을 더 잘 표현한다.


광) 질문 하나에 대해서 5분 넘게 답할 때가 많았다. 자기가 생각하는 축구를 언론에 확실하게 표현하려고 하더라.

유) 아무래도 일본과 이탈리아가 우호적인 관계이지 않은가. 그것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1990년대 일본은 이탈리아 축구를 상당히 동경했다. 이탈리아 축구 전문 잡지가 발행될 정도였으니까.

한국과 최종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끝낸 자케로니 감독이 별도로 일본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과 최종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끝낸 자케로니 감독이 별도로 일본 기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용) 이번 대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북한 여자 대표팀. 항상 국제대회에서 북한 선수들은 이슈의 중심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자 선수들이 국내 취재진, 관계자와 닿을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놓여있었다.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될 것을 우려해 북한 측은 개인적인 인터뷰 등을 금지했다. 그러나 믹스트존에서 보면 취재진과 얘기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끼겠더라. 눈빛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아쉬웠다. 마지막 우리가 일본을 누르고 북한의 우승이 확정됐을 때, 우리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포옹하는 장면은 잊을 수 없다. 무언가 가슴 한 켠에 자리한 응어리를 없애는 느낌.

요시자키) 나 또한 북한 축구를 취재한 지 10년이 됐다. 과거 북한 남녀 대표팀 감독은 매우 엄했는데 김광민 감독은 부드러운 성향을 있었다. 초반에는 취재진과 장난 섞인 말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북한 측의 압박에 말을 줄이더라.


유) 난 홍명보호 얘기를 하고 싶다. 첫 소집부터 정장으로 복장을 통일하는 등 해이해진 대표팀 분위기를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훈련 하나하나의 과정에서도 홍 감독은 단기간에 성과도 성과지만, 장기적은 목적으로 선수들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경기 후 하나하나의 멘트에서 현재의 대표팀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일본전에서 진 뒤에도 우리 선수들의 경기 운영 능력과 김신욱 투입했을 때 막무가내식 롱볼 시도를 경계하는 등 참 영리한 감독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4809일 만에 A매치가 열린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한국 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가 
킥오프전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가 새겨진 대형 통천을 꺼내들고 있다.
4809일 만에 A매치가 열린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한국 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가 킥오프전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가 새겨진 대형 통천을 꺼내들고 있다.


광) 다른 무엇보다 한국 축구의 성지라고 불린 잠심올림픽주경기장에서 13년 만에 A매치가 열렸는데, 그곳에서 취재를 경험했다는 것은 특별했다. 어린 시절 TV로만 바라본 꿈의 구장이었는데, 실제로 취재를 할 수 있다니. 그것도 일본과 라이벌전을 현장에서 보게 돼 영광이었다. 비록 져서 아쉽지만, 다시 국제무대에 나오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는 인상이었다.

요시자키) 일본 기자가 보기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는 것보다 더 '클래식'한 느낌이 들더라. 진정한 한일전의 내음이 났다. 난 앞으로도 한일전을 잠실에서 했으면 좋겠다.(웃음) 또한, K리그 클래식도 잠실에서 꼭 열렸으면 한다. 훌륭한 경기장을 서울 시내에 두고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한국의 실정이 있겠지만, 하루빨리 서울의 또 다른 프로 구단이 탄생해서 잠실을 홈구장으로 했으면 한다.

◆ [영상] "잠실 한일전, 클래식한 느낌…K리그 열렸으면" (http://www.youtube.com/watch?v=HdajsiZomQE&feature=player_embedded)


◆ [영상] "日 축구팬, 욱일기 유래 모르고 패션으로" (http://www.youtube.com/watch?v=nQwCjRFBXTY&feature=player_embedded)


<글 = 김용일 기자·김광연 인턴기자, 사진 = 문지현 기자, 영상 = 김동준 기자>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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