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현 기자] '성공하면 강심장, 실패하면 역적?'
공이 놓인 지점과 골라인까지 거리는 11미터. 그 사이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다. 키커가 찬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는 시간은 단 0.4초, 이에 비해 골키퍼의 반응 속도는 0.6초로 비교적 늦다. 이론상으로는 성공률이 100%에 가까워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에 턱없이 못 미치는 70~80%만 골로 연결된다. 관중들의 시선은 멈춰 있는 공에 집중되고, '성공해도 본전'에 가까운 키커의 압박감은 극에 달한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까지 숨죽이게 만드는 순간, 바로 축구의 페널티킥이다.
그중에서도 '파넨카킥'은 단연 '페널티킥의 꽃'이라 불린다. 골키퍼가 막기 힘든 골문 구석을 노리는 일반적인 슈팅과는 달리, 파넨카킥은 느린 반응속도를 만회하기 위해 공의 방향을 미리 예측해 몸을 날리는 골키퍼의 심리를 역이용한다. 키커의 발을 떠난 공이 마치 슬로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과학적으로 100%에 가까운 성공률의 페널티킥을 골문 한가운데로, 그것도 일부러 느린 속도로 찬다는 것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시도조차 어렵다. 그런 '파넨카킥'으로 골키퍼를 속이고 거머쥔 득점은 상대 심리를 흔들고 동료들에겐 자신감을 주는 1골 이상의 효과를 지닌다. 반면 실패로 이어지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특히 승부차기와 같은 피말리는 승부처에서 '파넨카킥'이 실패할 경우, 단숨에 키커는 '안 차느니만도 못한' 역적으로 몰린다. 여태껏 적지 않은 슈퍼스타들도 '파넨카킥' 실패로 머리를 감싸쥔 바 있다. 상대 골키퍼와 펼치는 수 싸움의 결정체, '파넨카킥'으로 굴욕을 당했던 스타들을 되짚어봤다.
#1. '킥의 달인' 피를로, 유로2012 명장면은 노력의 결과? (https://www.youtube.com/watch?v=u3uAurHNHDg)
'킥의 달인' 피를로에게도 뼈아픈 실수를 저지른 경험은 있었다. 피를로는 지난 2010년 AC밀란에서 활약하던 시절 바르셀로나와 후안 감페르컵에서 승부차기 때 '파넨카킥'을 시도하다 호세 마누엘 핀토 골키퍼의 가슴에 공을 안겨주며 실축의 굴욕을 안았다. 하지만 피를로는 더 큰 무대에서 실패의 기억을 완전히 지웠다. 그는 지난해 열린 유로2012 8강전 잉글랜드와 승부차기에서 '명품 파넨카킥'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작렬한 피를로의 '파넨카킥'에 잉글랜드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승리는 이탈리아의 몫으로 돌아갔다.
#2. '로마의 왕자' 토티도 피해갈 수 없었던 실축 (https://www.youtube.com/watch?v=sz_zLlgoD5U)
'영원한 로마의 왕자' 프란체스코 토티도 예외는 아니다. 토티는 지난 2006년 정규리그 키에보와 경기에서 전반 종료 직전 페널티킥 기회를 얻자 '파넨카킥'을 떠올렸다. 생각을 실행에 옮겼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토티가 찬 공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상대 골키퍼 빈첸조 시치그나노의 품으로 쏙 들어왔다. 뒤늦게야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느낀 토티는 아쉬운 표정을 지어봤지만 이미 득점 기회는 날아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토티는 실패 이후에도 간간이 '파넨카킥'으로 페널티킥에 성공하는 등 타고난 '강심장'의 면모를 뽐내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3. 호날두, 파넨카킥으로 날아간 우승 자축포 (http://www.youtube.com/watch?v=Fk_5RIw3ueY)
레알 마드리드의 '해결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는 '파넨카킥'을 우승 자축포로 활용하려다 실패한 케이스다. 그는 지난해 5월 아틀레틱 빌바오전에서 0-0으로 맞서던 전반 12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이 경기에서 팀이 승리한다면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레알 마드리드가 4년만의 리그 우승을 거머쥐는 상황이었다. 호날두는 고심 끝에 '파넨카킥'을 선택했지만, 결국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골을 넣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레알 마드리드는 3-0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호날두도 추가골로 실수를 만회해 결국엔 웃을 수 있었다.
#4. 판 페르시 '내가 잠깐 미쳤었나봐!' (https://www.youtube.com/watch?v=BoitLbSv1V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골잡이 로빈 판 페르시도 '파넨카킥'으로 망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사우스햄튼전에서 1-2로 뒤지던 후반 24분 파넨카킥으로 페널티킥을 시도하다 동점골에 실패해 팬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판 페르시에게 쏠린 비난은 잠시 뿐이었다. 판 페르시는 후반 42분과 경기 종료 직전 연속골을 터뜨리며 짜릿한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페널티킥을 찰 때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다. 세게 차려고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생각을 바꿨다. 스스로한테 조금 실망했다"며 자책한 바 있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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