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의 손흥민(20)이 하노버전에서 골키퍼를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시즌 4호골 달성에 실패했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50) 아시아축구아카데미 총감독이 아쉬워할 만한 이유가 있다. 손흥민이 두 골을 넣으며 '디펜딩 챔피언' 도르트문트를 무너뜨린 뒤 손 감독만의 '극약처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 감독은 지난 25일 <더팩트>과 춘천에서 만나 손흥민이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맹활약하고도 풀이 죽었던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손)흥민이가 강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두 골을 넣었을 때 다수 언론에서 칭찬 기사가 쏟아졌고, 이곳저곳에서 축하를 많이 받았다"며 "물론 아버지로서 기뻤으나 흥민이에게 '난 다음 경기를 앞두고 초조하고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아내로부터 '흥민이가 풀이 죽었다'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손흥민에겐 아버지가 평소 호랑이 같은 선생님이지만, 유럽 생활의 정신적 지주다.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환상적인 두 골을 넣고 팀 승리를 이끈 것에 내심 달콤한 칭찬을 기대했다. 그러나 손 감독은 만 20세의 손흥민이 반짝 활약에 경기 리듬이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상승 기운이 생겼을 때 더욱 냉정해지고 차가워지길 원했다. 그는 "야구 선수가 당일 경기에서 2안타를 목표로 했는데 이미 앞선 2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쳤다면, 빨리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며 "도르트문트전 활약은 흥민이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일 뿐이다. 기쁨을 오랫동안 느끼는 것보다 빨리 잊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망주 꼬리표가 따라붙는 선수들에게 최대의 적은 '방심'이라는 것이다.

이후 27일 2-2로 비긴 묀헨글라드바흐 원정 경기에서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29일 1-0으로 이긴 하노버96과 홈경기에서 정신무장을 단단히 했다. 역대 하노버전 3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을 정도로 '하노버 킬러'였던 그는 손 감독까지 독일로 날아온지라 더욱 성숙해진 경기력을 보이고자 애썼다. 다수 수세적인 분위기에도 그는 후반 5분 동료의 침투패스를 받아 절묘하게 하노버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골문을 갈랐다. 홈 관중들의 함성에 그라운드에 슬라이딩하며 골 뒤풀이까지 한 그는 뒤늦게 부심이 든 깃발을 보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손 감독이 특별히 더 아쉽게 느끼는 것은 비시즌 간에 손흥민과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 대한 강도 높은 반복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프랑크푸르트와 시즌 첫 골을 넣었을 때도 문전에서 속임 동작으로 골키퍼를 제치고 골문을 갈라 손 감독을 웃게 했다. 내심 도르트문트전 이후 극약처방의 효력과 골키퍼 일대일 상황 반복 훈련의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상황이어서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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