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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이적] '영욕의 7년' 맨유와 아름다운 동행 마침표

 맨유와 8년 만에 작별하는 박지성. / 스포츠서울 DB
맨유와 8년 만에 작별하는 박지성. / 스포츠서울 DB


[김용일 기자] 박지성이 희로애락으로 점철된 맨유와 8년의 동행을 끝냈다. 입단 전 "축구 인생 한계에 도전하겠다"는 말처럼 세계 최고 구단에서 그는 아기 새와 같았다. 더 큰 세상을 날기 위해 둥지에서 몸을 땅 아래로 떨어뜨리는 아기 새처럼 간절한 도전이었다. 박지성의 8년은 세계 속 한국 축구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마련시켜줄 만큼 한국 축구에 값진 시간이었다. 한국인 EPL 진출 1호 박지성을 필두로 수많은 후배가 지금까지 유럽 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맨유에서 거둔 수많은 커리어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정표이기도 했다.

박지성과 맨유의 만남은 지난 2004년 PSV 에인트호벤(네덜란드) 시절 출전한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AC밀란(이탈리아)전이 디딤돌이 됐다. 이 경기서 기가 막힌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을 터뜨린 그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눈에 띄며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팀을 위한 헌신적인 플레이, 강팀에 강한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뽐내 유럽 무대에서 존재 가치를 드높였다. 데뷔 무대였던 2005~2006시즌부터 리그 4회, 리그컵 3회, 커뮤니티실드 2회, UEFA 챔피언스리그 1회, 클럽월드컵 1회 등 아시아 선수로는 전인미답의 화려한 우승 기록을 남겼다. 통산 205경기에서 27골을 넣었고, 그중 3분의 1인 9골을 아스널(5골), 첼시 리버풀(이상 2골) 등 '빅3'를 상대로 기록했다.

수십 년 전 독일을 평정한 차범근에 이어 유럽에서 성공한 한국 선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유럽 전역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보유한 그에게 '산소탱크'란 별명을 만들어 줬다. 각고의 노력 끝에 얻은 체력을 기반으로 매 경기 다양한 구실을 했고,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거리를 뛰었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전유물이었던 '소리 없는 영웅'이란 수식어도 박지성은 여러 포지션을 뛰며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승 제조기', '두 개의 심장', '수비형 윙어', '강팀 킬러' 등 네덜란드 시절 얻지 못한 값진 수식어로 유럽에서 명성을 쌓은 그였다.

빅 클럽에선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도 끊임없는 주전 경쟁과 문화 적응, 부상 등 변수로 장수하는 게 쉽지 않다. 박지성은 맨유에 입단한 아시아 2호 선수였지만, 무려 8시즌 간 활약하며 새로운 발자국을 남겼다. 일본 축구의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도 유럽에서 박지성만큼의 업적을 남기진 못했다. 그는 특별한 개인전술이나 큰 체격을 갖추진 못했지만, 가장 한국적인 축구 스타일로 빅 클럽에서 장수했다. 자기를 부각하기보다 많이 뛰고 헌신하는 자세, 포기를 모르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위기설이 불거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진정성 있는 희생과 주요 고비에서 보여준 놀라운 해결사 능력은 한국 선수도 유럽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박지성의 성장 궤도와 함께한 대한민국 축구. / 스포츠서울 DB
박지성의 성장 궤도와 함께한 대한민국 축구. / 스포츠서울 DB


공교롭게 맨유에서 성장한 박지성은 한국 축구 대표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매 시즌 진화를 거듭한 박지성에 맞춰 한국은 월드컵 원정 사상 첫 승(2006년 독일월드컵)과 16강 진출(2010년 남아공월드컵)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맨유맨' 박지성의 성장한 한국 축구와 동반 성장한 것이었다. 국내 축구팬들은 아직도 '맨유맨' 박지성과 축구 대표팀 주장 박지성을 동시에 떠올린다. 그만큼 맨유 유니폼을 입고 남긴 8년의 세월은 짧고 강렬하게 우리 축구의 역사와 흔들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서 도전은 2010년 박지성의 자전적 에세이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처럼 현재까지 얻은 성공이 또 다른 꿈을 향한 현재 진행형이 될 것이다.

선수로서 남아있는 꿈이 있고, 그 꿈을 위해 값진 선택을 한 만큼 축구팬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더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연인을 만날 때 설레이 듯, 맨유 유니폼을 입고 뛰는 박지성은 축구 팬들에게 설렘이었다. 숱한 어려움을 딛고 성공을 거뒀던 그였기에 QRP에서 시간은 또 하나의 위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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