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일 기자] 클래스는 영원했다. 구국의 영웅으로 불린 셰브첸코의 골에 빅토리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벌떡 일어났다. 체면이 문제가 아니었다. 36살의 노장 선수가 축구인생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간절함을 담아 뛰었기에 그리고 조국에 역사적인 유로 첫 골과 첫 승을 안겼기에 감동을 국민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셰브첸코가 마침내 해냈다. 그는 12일 오전(한국시각)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2 조별리그 D조 1차전 스웨덴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9분 동점 골에 이어 후반 17분 역전 골까지 뽑아내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10년 전 유럽 무대를 주름 잡았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체력은 예전 같지 않았지만, 몸놀림과 골 결정력은 왜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골잡이였는지 알게 했다.
셰브첸코는 조국에서 열리는 유로 2012에 대한 남다른 각오를 보여왔다. 그는 대회 직전 "내게 유로 2012는 축구인생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 팬들 앞에서 우크라이나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는 것,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진심은 경기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대회 직전까지 부상으로 신음했기에 몸 상태에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또 한 명의 우크라이나 축구 영웅 올레그 블로힌 감독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과감히 셰브첸코를 선발 공격수로 기용했다. 전반 초반부터 바이킹 군단의 탄탄한 수비력에 고전하던 그는 가장 극적인 순간에 존재가치를 알렸다. 후반 6분 이브라히모비치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3분 뒤 '신예' 안드리 야르몰렌코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정확히 머리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그리고 후반 17분 예브헨 코노플리얀카의 코너킥을 가까운 쪽 포스트로 뛰어들며 또 한 번 머리로 받아 넣었다.
개최국 자격으로 유로 역사상 처음 출전한 우크라이나는 노장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경기 종료까지 상대 반격을 틀어막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모든 관중은 경기 후 기립해 셰브첸코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보는 이의 마음도 울리게 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셰브첸코는 2000년대 중반까지 이탈리아 세리에 A AC밀란에서 뛰며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2006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건너가 세 시즌 동안 리그 9골에 그치며 슬럼프를 겪었다. 시즌 도중 AC밀란으로 재임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우크라이나 디나모 키에프로 돌아와 서서히 득점 감각을 회복했다.
조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 생활동안 국제 무대에서 빛을 보지 못한 한을 풀겠다는 의지로 나왔다. 그리고 전성기에 비해 속도와 힘은 떨어졌지만, 모두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는 골 결정력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는 16일 프랑스와 19일 잉글랜드전에서도 다시 한번 득점포를 가동해 우크라이나를 8강으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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