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업체 전환 청사진 제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이동 시간의 혁신적 단축으로 도시 간 경계를 허물 것."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 개막 하루 전인 7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장에서 "의미 있는 시간 활용으로 사람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에 본격 나서고, 모빌리티 간 서비스를 연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역동적인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를 구현하는 데 현대차가 앞장서겠다는 포부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을 위해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BV)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등을 제시했다. 회사는 이 세 가지 솔루션을 토대로 미래 도시와 사람들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차세대 브랜드 비전인 '인류를 위한 진보'를 가속화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복안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우리는 도시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생각했다"며 "UAM과 PBV, Hub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현대차의 새로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하늘길 개척해 차량 정체 해방
구체적으로 UAM은 하늘길을 활용해 '지상의 혼잡한 교통 정체로부터 해방'과 누구나 이용 가능한 '비행의 민주화'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솔루션이다. 전기 추진 기반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개인용비행체(PAV)를 활용해 활주로 없이도 도심 내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도시화로 장기간 이동이 늘고 교통 체증이 심해지는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미래 혁신 사업으로 꼽힌다.
이날 행사에서 현대차는 △안전성 △저소음 △경제성 및 접근 용이성 △승객 중심 등 UAM 4대 원칙을 발표했다.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면서 편의성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장(부사장)은 "이제 우리는 도심 상공의 하늘을 열어줄 완전히 새로운 시대의 앞에 와 있다"며 "UAM은 지상의 교통 혼잡에서 해방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가 'CES 2020'을 통해 선보이는 PAV는 'S-A1'이다. PAV 콘셉트 'S-A1'은 전기 추진 방식의 수직이착륙 기능을 탑재하고 조종사를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PAV 콘셉트는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에릭 앨리슨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은 "현대차의 제조 역량과 우버의 기술 플랫폼이 힘을 합치면 도심 항공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우버 등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세계 최고 수준의 PAV 개발, 플릿 서비스 및 유지 보수, 이착륙장 개발 등 UAM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이동 수단 넘어 삶의 공간으로
PBV는 미래 사회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한계 없이 수용할 수 있는 개인화 설계 기반의 새로운 도심형 친환경 모빌리티 솔루션을 말한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탑승객이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본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모빌리티 개념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한 궁극의 이동형 모빌리티 콘셉트다. 개인화 설계가 반영된 PBV는 도심 셔틀 기능을 비롯해 식당, 카페, 호텔 등 여가 공간에서부터 병원, 약국 등 사회 필수 시설까지 다양한 공간으로 연출된다.
현대차는 PBV에 △도시의 상징 △이동형 삶의 공간 △군집주행 등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적용했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전무)은 "PBV는 샌프란시스코 도시의 랜드마크인 '케이블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 유전자를 진보적인 관점에서 발전시켰다"며 "도심의 경관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도시의 상징으로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PBV는 차량 하부와 상부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고 차량의 목적에 맞춰 기존 길이 4m에서 최대 6m까지 확장된다. 차체 내부는 목적에 맞게 모듈화된 제품을 활용한 맞춤 제작이 가능해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진화한다. PBV는 전기차 기반의 친환경 모빌리티로 인공지능(AI)이 최적의 경로를 설정하고 이동 중 배터리 충전용으로 제작된 PBV로부터 충전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PBV 간의 자율 군집주행이 가능해 개인별 수화물은 물론 미래 도시 내 물류산업의 새로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 UAM·PBV 결합해 새로운 공간 창출
Hub는 하늘의 UAM과 지상의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PBV와의 연결을 통해 무한한 모습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혁신적 커뮤니티다. Hub 최상층에는 PAV 이착륙장이 위치하며 1층에는 도심 운행을 마친 PBV가 Hub에 연결하는 도킹 스테이션이 다양한 방향에 설치된다. 예를 들어 공연장과 전시장, 영화관으로 제작된 개별 PBV가 Hub에 모이면 Hub는 완성된 문화 복합 공간으로 변신한다. 외과, 치과, 안과, 약국 등 의료 서비스 PBV들이 결합하면 종합병원으로 Hub가 기능한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를 보다 편리하고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미래 도시 전역에 Hub를 배치, UAM-PBV-Hub들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회사는 또 이동의 시간적 제약과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넘어 사람과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해 활력 넘치는 인간 중심의 역동적인 미래 도시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 현대차 "미래 도시 핵심은 '인간'"
이날 현대차가 공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모빌리티가 도시의 기반 시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현대차는 심리, 도시·건축, 디자인·공학, 교통·환경, 정치 등 각 분야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한 '인간 중심의 도시 자문단'을 구성하고, 미래 도시가 인간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어떻게 설계되고 제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자문단 활동과 별개로 미래 도시에 필요한 기반 시설과 도시 발전 방향에 대한 예측을 위한 '미래 도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현존하는 도시를 특징별로 분류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또 현대차는 교통 정체가 심각한 대도시의 문제 해결을 목표로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집중 연구했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은 "현대차는 자문단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주요 도시를 분석하고, 역동적인 미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현대차가 제시할 UAM과 PBV, Hub 등 세 가지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대도시의 문제를 해결하고 역동적인 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는 이번 'CES 2020'에서 약 202평 규모 전시관을 운영한다. 전시관에서는 실물 크기 PAV 콘셉트 'S-A1'을 비롯해 PBV 콘셉트 'S-Link'와 Hub 콘셉트 'S-Hub' 등 차세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만나볼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CES'는 시작점에 불과하다"며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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