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국정농단·경영비리' 집행유예 확정
[더팩트ㅣ대법원=이성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허들을 넘었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아 '오너 리스크' 부담을 덜고 기존 경영 활동을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막바지에 이른 '뉴롯데' 추진에 더욱더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3부는 17일 오전 11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의 상고심 판결을 선고했다. 결과에 따라 재계 5위 롯데그룹의 운명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조계는 물론 재계도 이날 대법원 판단에 큰 관심을 쏟았다. 결과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병희 롯데지주 상무는 대법원 판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입장문을 통해서도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까지 많은 분이 지적해주신 염려와 걱정을 새기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됐다. 또 신격호 명예회장 등과 공모해 롯데시네마가 직영하던 영화관 매점을 회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가족 회사 등에 임대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았다. 아무런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 씨와 그의 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있었다.
신동빈 회장은 1심에서 경영비리 의혹 사건 공소 사실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인정받아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두 재판이 병합된 2심에서는 뇌물공여를 1심과 같이 유죄로 봤다. 다만 대통령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 경영비리 사건도 롯데시네마 매점에 영업이익을 몰아줬다는 일부 배임 혐의만 유죄로 보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주도한 범행에 가담한 정도로만 봤다. 신동빈 회장은 2심 결과에 따라 수감된 지 234일 만에 석방됐다.
이에 대법원 판결에서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가 대통령의 강요에 따른 '수동적 범행'이라고 인정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또 롯데시네마 배임 및 증여세 포탈 등 경영비리 의혹과 관련한 무죄 판단이 유지될지도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2심의 판단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셈이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이날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을 줄였다. 앞서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수감된 8개월 동안 리더십 공백을 겪었던 터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여지가 생기는 '파기환송' 결과를 바라지 않았다. 형량을 놓고 긴 법정 다툼을 재차 벌이는 것 자체도 부담이었다.
재계도 이날 결과를 반겼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것에 대해 "롯데그룹의 경영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측면에서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롯데그룹이 발표한 대규모 투자 및 고용 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동빈 회장은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오너의 결단 없이 추진되기 어려운 대규모 투자·고용 계획, 해외 사업 진출 등이 눈길을 끌었다. 롯데케미칼 미국 루이지애나 공장을 가동하는 등 글로벌 프로젝트도 재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영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뉴롯데' 완성의 핵심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동빈 회장의 계획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계 주주 지분율을 낮추고 향후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것이다. 호텔롯데 상장 작업은 내년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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