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장례 나흘 동안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 등 조문 이어져
[더팩트ㅣ신촌=이성락 기자] 세계 항공 업계 거목이자 우리나라 재계 큰 어른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지난 12일부터 각계각층의 조문객 2500여 명(방명록 기준)의 발길이 이어졌다.
항공 업계 리더들과 국내 대기업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 등 조문객은 장례 나흘째인 15일에도 조양호 회장의 넋을 기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추모 행렬을 이었다. 이들은 조양호 회장이 생전에 항공·물류 산업에서 이룬 성과를 포함해 동계 스포츠를 위해서도 헌신했다고 평가하며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며 치료에 전념했다. 하지만 지난 8일 폐질환이 악화돼 향년 7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조양호 회장의 시신은 12일 오전 5시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안치됐다. 운구에는 조양호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동행했다.
이날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임원들과 함께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고인에 대해 "아주 좋으신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이날 오전 빈소를 찾아 재계 인사로는 다소 오랜 시간인 40분가량 머물렀다. 그는 심경과 고인과의 추억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뒤이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조양호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허창수 회장은 조문이 시작된 지난 12일 추도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추도사에서 "조양호 회장은 지난 45년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황무지에 불과하던 항공·물류 산업을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다"며 "조양호 회장의 수송보국의 정신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물류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조문한 뒤 "전경련 모임에서 자주 뵀다"며 "생전에 자상하시고 꼼꼼하셨던 분인데 가셔서 안타깝다"고 고인을 기렸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그는 "재계 원로분이라 조문하러 왔다"고 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장례식 이틀째인 지난 13일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같은 날 빈소를 방문, 5분 동안 유족들에게 위로를 건넨 뒤 발길을 돌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장례식 첫날 빈소를 찾아 "또 한 번 재계 큰 어른을 잃은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고 조의를 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길에 올라 빈소를 직접 찾진 못했다. 대신 오성엽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사장)과 롯데그룹 핵심 사업을 이끄는 BU장들을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이외에도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황창규 KT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대표, 이우현 OCI 부회장, 허태수 GS 홈쇼핑 대표, 윤종규 KB 금융지주 회장 등이 조양호 회장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항공 업계에서도 조양호 회장을 애도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 항공사로 꼽히는 아시아나항공의 한창수 사장은 "항공 업계의 너무 훌륭하신 분이 가셔서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조양호 회장이 창립을 주도한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의 마이클 위즈번 이사회 회장은 "조양호 회장은 스카이팀 창단 멤버로 지난 20년 동안 스카이팀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며 "얼마 전에도 면담을 제안했었는데, 결국 성사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항공 업계에 큰 별이 지셨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산 무니어 보잉 글로벌세일즈마케팅 부사장, 크리스티 리즈 보잉 아태 세일즈마케팅 부사장도 빈소를 다녀갔다.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기 제조 업체인 보잉의 주요 고객이다.
팜 응옥 민 베트남항공 회장, 라덱 뮬러 체코 항공 이사, 스티븐 시어 미국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등도 조문했다.
재계, 항공 업계 주요 인사뿐만 아니라 정관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나라와 국적 항공 발전을 위해 애써주셨는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분이 남긴 뜻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등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이 조문을 왔다. 김수현 실장은 "고인께서 항공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셨다"고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도 빈소를 방문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조양호 회장의 선친인 조중훈 회장이 아주 친했다. 저도 조양호 회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상당히 있다"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실 줄 생각도 못 했는데 너무나 애석하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빈소를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그는 "가족들에게 용기를 가지고 실망하지 말고, 조양호 회장께서 이루시다 못 한 여러 가지를 잘 이끌어가라고 말하고 싶다"며 "대한항공은 국위 선양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스포츠계 인사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조양호 회장은 생전 그룹 산하에 배구단과 탁구단을 운영했다. 대한탁구협회 회장,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탁구선수 출신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장례식이 진행되는 내내 자리를 지켰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조양호 회장과 인연을 맺은 김연아 전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는 "별세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고 안타까웠다"며 "고인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서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헌신했다"고 조의를 표했다.
박성현 프로골프 선수, 이승훈 국가대표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총감독, 유남규 탁구 국가대표 감독, 김택수 탁구 국가대표 감독 등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특히 입관식이 진행된 지난 13일 조양호 회장의 두 동생이 빈소를 찾아 취재진의 관심을 받았다.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은 장남인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슬하에 네 아들을 뒀다. 앞서 형제들은 조중훈 회장이 2002년 별세한 뒤 상속을 놓고 서로 소송전을 벌이는 등 '형제의 난'을 겪었다. 이날 빈소에는 둘째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넷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찾았다.
한편 조양호 회장의 장례는 한진그룹장으로 5일 동안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6일 오전 6시다. 장지는 경기 용인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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