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산=손연우 기자] 계절이 다른 산불 전후 위성사진을 비교할 때 단풍이나 낙엽 등 자연적인 식생 변화를 산불 피해로 잘못 판단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1일 UNIST에 따르면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임정호 교수팀은 계절에 따른 식생 변화의 영향을 보정하는 산불 피해 강도 분석 기법 'ASAP(Advanced burn Severity Analysis with Phenology-detrended indices)'을 개발했다.
산불 피해 강도는 화재로 숲과 초지가 얼마나 심하게 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피해가 큰 지역을 가려내 복구 우선순위를 정하고 산불 이후 산림 관리 계획을 세우려면 피해 범위와 강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대형 산불은 피해 지역이 넓어 현장을 일일이 조사하기 어려워 산불 전후에 촬영한 인공위성 영상을 주로 활용한다. 그러나 구름이 적으면서 촬영 계절까지 비슷한 영상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었다.
촬영 계절이 다르면 산불로 인한 변화와 자연적인 식생 변화를 구분하기도 어렵다. 여름철 무성했던 나뭇잎이 가을에 단풍이 들거나 떨어져 식생지수가 낮아지면 기존 분석 방식은 불에 타지 않은 지역까지 산불 피해 지역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ASAP은 산불 주변의 타지 않은 지역에서 식생지수가 계절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식생 종류별로 분석한 뒤 그 변화량을 산불 전 영상에 반영한다. 계절 변화로 자연스럽게 나타난 수치 변동을 먼저 보정하고 나머지 변화만 산불 피해 신호로 추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타지 않은 낙엽수림의 식생지수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며 0.2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면, 산불 전 식생지수가 0.8이었던 지역은 산불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가을에는 0.6이 됐을 것으로 보정한다. 이후 이 값과 실제 산불 이후 식생지수의 차이를 토대로 피해 강도를 계산한다.
식생지수는 식물 잎의 무성한 정도나 수분 상태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달라지는 원리를 이용해 식생 상태를 수치화한 값이다. 산불 피해뿐 아니라 계절 변화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서로 다른 계절에 촬영된 영상을 비교하려면 별도의 보정이 필요하다.
ASAP은 산불 발생 위치를 토대로 분석 대상 지역을 자동으로 설정하고 구름이 끼었거나 식물이 없는 구역도 분석 대상에서 제외한다. 분석자가 일일이 범위를 지정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영상 구역을 추려내지 않아도 돼 산불 피해 분석의 자동화 가능성도 높였다.
미국에서 발생한 산불 12건을 대상으로 성능을 검증한 결과, 계절이 다른 영상을 사용한 ASAP의 분석값과 실제 현장 조사 결과 사이의 상관계수는 0.72로 나타났다. 계절이 비슷한 영상을 사용했을 때의 상관계수 0.73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산불 피해 범위를 구분하는 정확도도 개선됐다. 연구팀이 지난해 1월 발생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불 5건을 분석한 결과 계절 차이로 인해 타지 않은 지역을 피해 지역으로 잘못 분류하는 오류가 줄었다. 실제 산불 피해 지역과 계절에 따라 식생이 변한 지역을 이전보다 정확하게 구별한 것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산불 전후 영상의 촬영 계절을 반드시 맞추지 않아도 돼 위성영상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대형 산불 발생 직후 피해 범위와 강도를 신속하게 평가하고 산림 복구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정호 교수는 "적절한 전후 영상을 선택하는 데 많은 제약이 있었던 기존 기술과 달리 영상 선택의 유연성을 높이고 자동화된 산불 피해 분석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대형 산불 발생 시 신속한 피해 평가와 복구 전략 수립은 물론 위성 기반 산불 모니터링과 재난 대응 기술 고도화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성태준 연구원과 양세영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산림청과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리모트 센싱 오브 인바이론먼트(Remote Sensing of Environment)' 9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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