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미연 기자] '민주화의 대부'로 불리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30일 새벽 5시31분께 눈을 감은 김 고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여·야의 구분이 없었고, 종교·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영정 우측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 권양숙 여사의 화환이 자리하고 있다. 좌측엔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이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았다. 당초 장례위원회에선 이 대통령의 조화를 거절했다. 생전 김 고문이 이명박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2012년 총·대선 심판 의지를 갖고 있던 것만큼 이 대통령의 조화를 받기엔 부담스럽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보내온 조화는 받는 것이 좋겠다"는 유가족들의 뜻을 장례위가 받아들이면서 이 대통령의 조화를 받기로 결정했다.
조화는 장례식장이 마련된 분향1호실의 벽면을 도배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집계된 화환은 230여개. 1200여명의 조문객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세균·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상득·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침통한 얼굴로 빈소를 찾았으며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장면1. 봉하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권양숙 여사

권양숙 여사는 이날 김 고문의 별세 소식을 듣고 봉하마을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도 함께였다. 조문을 마친 권 여사는 분향소에 마련된 내실에서 미망인 인재근 여사를 위로했다.
권 여사를 대신해 기자들을 만난 문 이사장은 "금년 3월에 권 여사가 외롭다는 말씀을 듣고, 김근태 선배님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 대통령이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하실 당시의 자신의 선거처럼 혼신을 다해 도와준 일 등을 함께 추억하고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었다"면서 "권 여사가 (인 여사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에 하실 일 많은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장면2. 동갑내기 친구 손학규의 눈물

손학규 전 대표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취재진 앞에서도 말을 잇지 못하다 "김근태를 친구로 둔 게 항상 자랑스러웠다. 하긴 친구라기보다 마음의 스승이었다"면서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우리는 너무 큰 사람을 잃었다. 할일이 너무 많은데, 가야할 길이 먼데 야속하다"면서 "이제 못 다한 그의 삶을 우리가 안고 나가야겠다. 민주주의와 남북의 평화통일,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와 김 고문은 경기고·서울대 65학번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였다. 앞서 작고한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삼총사로 불릴 만큼 우정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가 수배돼 부인이 운영하던 약국에 숨어있을 때, 김 고문이 잠복하던 형사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대신 약국 문을 닫아줬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김 고문과 40여년의 세월을 함께 해 온 손 전 대표는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장례식장을 배회하며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저녁시간에도 자리를 지키며 유가족을 대신해 취재진들에게 "감사하다. 수고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손 전 대표는 김 고문에게 "고문이 없고 억압이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영면하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장면3.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안철수 조문

권 여사와 함께 빈소를 찾은 문재인 이사장은 2주전 김 고문의 문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김 고문의 병세가 많이 호전돼서 말씀을 많이 하셨다는 게 문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인재근 여사의 통역에 따르면 '야권통합을 잘하라'는 격려의 말이었다"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김 고문에게 빚을 많이 졌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살아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간 지 2시간이 지나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연구원장이 빈소를 찾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라는 안 원장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렇게 (김 고문을) 보내드리기에는 너무 많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면4. 서울구치소에 전달된 정봉주의 메시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나꼼수' 멤버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김 고문의 별세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정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을 통해 "형님 마지막 가는 날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형님 이어받아 꼭 좋은 정부 되찾아오셌습니다. 민주주의 꿈이라는 짐 벗어놓고 편히 쉬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김 고문의 빈소는 미망인 인재근 여사와 아들 병준씨, 딸 병민씨 등이 지키고 있다. 인재근 여사는 김 고문의 임종 당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했다는 후문이다. 유가족의 한 측근은 "지난 10일 결혼한 병민씨가 아버지의 병환으로 신혼여행을 포기했다. 김 고문의 임종 이후 계속 울다가 한 때 탈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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