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연 기자] 1974년 후계자로 공식화된 후 37년 동안 절대군주로 군림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간 경제난으로 땅에 떨어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다. 자신을 신격화하는 것은 물론 핵실험으로 위상을 다시 세웠다. 그러나 북한의 고질적인 문제인 식량난이 계속되고, 자신 있게 감행한 화폐개혁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위기'에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장악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탁월한 정치 감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후계자로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김 위원장은 '장남'이라는 타이틀을 이용한 권력을 이용할 줄 알았다. 김일성 주석의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권위에 도전하는 인물들의 숙청에 앞장서면서 아버지의 신임을 얻었고,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에는 권력 장악을 위해 최대 정적이었던 친인척들을 제거했다.
◆공식서열 무시한 '충성경쟁' 유도
당시 권력 2인자로 꼽혔던 삼촌 김영주를 자강도 경계로 쫓아내 외부와 격리시켰고, 계모인 김성애와 이복동생 김평일을 '곁가지'로 규정해 두 사람과 연관된 사람들은 모두 추방했다. 추종세력이 형성되거나 결집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셈이다.
통치 방법 또한 강력했다. 모든 업무를 관장한 김 위원장은 김 주석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전에 자신을 거쳐 가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냉철한 카리스마와 달리 밤에는 측근들을 불러 모아 '비밀파티'를 열었다. 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후계자로 공식 선출된 1974년부터 비밀파티를 정례적으로 벌여왔다. 측근들을 결집하고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김 위원장이 주관하는 비밀파티에 참석한다는 것은 그의 측근임을 의미했다. 공식서열이 높더라도 비밀파티에 참석하지 못한 비측근들은 엄청난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한 측근과 비측근간의 심리적 갈등은 북한 내 파워엘리트들 속에서 상호 불신과 경쟁심을 유발시켰다. 사실상 김 위원장의 감시와 통제였다.
그만큼 김 위원장도 측근들에게 보상을 충분히 했다. 고급 위스키와 코냑을 함께 마시며 주요 인사 및 정책을 결정하는 한편 '선물정치'를 펼쳤다. 뿐만 아니다. 측근들의 환갑상을 차려주기도 하고, 건강이 나쁘다는 소식을 들으면 특별비행기를 제공해 해외 유명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비밀파티로 맺은 측근들에게 특권과 특혜를 나눠줌으로써 '운명공동체'라는 인식과 함께 충성심을 고취시킨 셈이다.
물론 이 같은 비밀파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김 위원장 뿐이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와 결혼해 '북한판 신데렐라'로 불리는 장성택(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 겸직)이 1970년대 말 김 위원장을 흉내내 파티를 열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김 위원장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당시 화가 난 김 위원장은 "네가 뭔데 내 흉내를 내가며 연회를 하느냐. 이 땅에서 세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계자의 비밀파티만큼은 김 위원장도 눈감아줬던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김 위원장의 비밀파티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군부와 노동당 실세들을 불러 모아 비밀파티를 열기도 했다.
애초 후계자로 지목됐던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또한 비밀파티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형의 후계자 자리를 노렸던 김 부위원장은 2008년 4월 북한의 비밀경찰인 국가안전보위부에 지시해 김정남이 비밀파티를 열었던 평양의 우암각을 수색하게 했다. 이른바 '우암각 사건'이다. 김 부위원장은 우암각 수색을 통해 김정남의 측근이 누군지 알아냈고, 결국 수명을 구속하며 김정남에게 위협을 가했다.
◆김정은의 비밀파티 위해 '봉화조' 활개
비밀파티의 활용 가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부위원장은 향후 아버지를 따라 비밀파티를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후계 수업 과정에서 아들에게 비밀파티와 선물정치 등을 포함한 '제왕학'을 전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약 1734억원 이상을 들여 평양과 함북 온천지대 등에 호화 저택을 짓고 있는 것도 "김 부위원장이 비밀파티를 열 특각을 짓고 있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부위원장의 비밀파티가 예고되면서 '봉화조'가 실세그룹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 위원장이 비밀파티를 열고 선물공세를 펼칠 수 있도록 비자금과 물자를 관리했던 '38호실'이 존재했다면 김 부위원장의 사금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봉화조이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층 2세들의 사조직인 봉화조는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차남인 오세현을 필두로 김원홍 군 총정치국 조직담당 부국장의 장남 김철, 강석주 내각 부총리의 장남 강태성, 김정일의 서기실 부부장을 지낸 김충일의 차남 김철웅, 조명록 전 국방위 제1부위원장의 장남 조성호 등이 핵심 멤버로 알려졌다. 향후 이들이 김정일 시대에 권력 핵심부로 진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더팩트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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