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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스캔들] 백제 개로왕의 최후… “백성을 얕보고 속이지 말라”






▲<<삼강행실도>> 미처담초(彌妻啖草: 도미의 처가 풀을 먹다)
▲<<삼강행실도>> 미처담초(彌妻啖草: 도미의 처가 풀을 먹다)

백제 개로왕(蓋鹵王) 시절에 도미(都彌)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하찮은 백성이었지만 의리를 알았고, 그의 아내도 행실에 절조가 있고 아름다워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왕이 그 소문을 듣고 도미를 불러 “대저 부인의 덕은 비록 지조를 지킴을 앞세우지만 만약 그윽하고 어두우며 사람이 없는 곳에서 교묘한 말로 유혹하면 능히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드물다”라고 하였다. 이에 도미는 “저의 아내와 같은 사람은 비록 죽더라도 두 마음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왕은 도미를 잡아두고, 가까운 신하에게 왕으로 가장하도록 하여 도미의 집에 보냈다. 그 신하는 도미의 처를 궁인(宮人)으로 삼겠다고 하며 그녀를 취하려 했다. 그러자 도미의 처는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달라고 한 다음 계집종을 자신처럼 치장시켜 그 신하에게 들여보냈다.

나중에 도미의 처에게 속은 것을 깨달은 왕은 도미의 눈을 뺀 다음 작은 배에 태워 강에 띄웠다. 그리고 도미의 처를 강제로 취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도미의 처는 목욕을 하고 오겠다며 그 자리를 물러 나와 바로 도망쳤다. 그 후 도미를 찾아 헤매던 그녀는 천성도에서 남편과 만나 함께 고구려로 가서 살았다.

고려시대에 편찬된 <<삼국사기>> 열전은 도미의 아내를 지조를 지킨 인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 조선 시대에는 열녀로 칭송받아 <<삼강행실도>>에도 그 이름을 올렸다.

지조는 신념, 신의 따위를 굽히지 아니하고 굳게 지키는 꿋꿋한 태도이다. 사람에 대한 신념과 신의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생겨난다. 도미는 왕의 말에 대해 자신의 아내는 두 마음을 품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도미의 아내가 그를 찾아 나선 것을 보면, 그의 말은 남자의 허세가 아니라, 그가 그의 아내를 잘 알기에 그녀를 믿어서 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아내 역시 남편을 알고 믿었기 때문에 왕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개로왕은 도미의 아내에게 버림받은 셈이다. 그가 도미에게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 보면 그가 버림받은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는 여자가 지조를 내세운다 해도 분위기만 조성되면 충분히 꼬여낼 수 있다고 하면서 도미의 처를 얕보았다. 그녀에 대해 잘 모른다는 말이다. 게다가 신하를 왕으로 가장하여 보내 그녀를 속였다. 자신을 얕잡아 보고 속이려는 사람 곁에 머물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까? 도미와 도미의 처가 왕을 떠나 고구려로 갔으니 개로왕은 여자를 잃은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백성도 잃은 셈이다.

누군가를 속이려고 하는 자는 그 자신도 쉽게 속는다. 개로왕은 도미의 처에게 속았지만, 고구려의 장수왕이 보낸 첩자 도침에게도 속았다. 도침의 말에 따라 왕이 궁실을 짓고 축성을 하는 등 무리한 토목 공사를 벌이는 바람에 백제의 국고는 탕진되고 백성들은 곤궁해졌다. 결국 개로왕은 고구려로 망명했던 백제 사람(재증걸루, 고이만년)에게 잡혀, 아차성(현 서울시 광진구 아차산) 아래에서 죽었고, 백제의 수도 한성(현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일대)은 고구려에 함락되었다.

고대에서 나라의 범위는 왕의 교화가 미치는 범위이다. 이 때 교화의 대상은 사람이니, 백성이 있어야 왕도, 나라도 있다는 말이다. 백성을 얕잡아 보고 속이려는 왕의 교화를 받을 백성이 있을까? 개로왕의 실연은 그리고 그의 최후는 백성을 얕잡아 보고 속이려한 댓가일 지도 모른다.

[조경란 ㅣ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학연구원]

<사진=삼강행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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