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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도 산재 피해자인데...산재병원 의료장비는 '골골'
산재병원 의료장비 10대 중 4대 '노후'
진료 차질에도 교체 예산은 '찔끔'
김정호 "정부, 의료장비 교체 예산 확보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 생명 보호를 강조해 온 가운데, 정작 산업재해 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의 고가 의료장비 10대 중 4대 이상이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헌우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 생명 보호를 강조해 온 가운데, 정작 산업재해 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의 고가 의료장비 10대 중 4대 이상이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강조에도 산업재해 노동자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의 고가 의료장비의 40%는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비 고장으로 검사와 수술 일정이 변경되는 등 진료 차질까지 발생, 공공의료 인프라 투자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김정호 위원장(더불어민주당·경남 김해을)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전국 산재병원이 보유한 3000만 원 이상 고가 의료장비 400점 가운데 172점(43.0%)이 내용연수를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노후 장비의 취득가액은 약 392억 원에 달한다.

특히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핵심 의료장비에서도 노후화가 두드러졌다.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는 전체 8점 중 5점(62.5%)이 내용연수를 넘겼다. 초음파 장비는 37점 중 19점(51.4%), 디지털엑스레이(DR)는 20점 중 10점(50.0%),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는 9점 중 3점(33.3%)이 노후 장비로 분류됐다.

내용연수를 넘긴 장비 가운데 61점은 기준보다 5년 이상 더 사용되고 있었다. 10년 이상 초과한 장비도 5점에 달했다. 안산병원의 심장초음파영상진단기는 2007년 3월 도입돼 내용연수 10년을 9년 4개월 초과했고, 창원병원의 MRI 역시 2008년 4월 도입 이후 내용연수를 8년 3개월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장비 모두 올해 교체가 진행 중이다.

의료장비 노후화가 심각한 가운데, 장비 고장으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진 사례도 확인됐다. 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MRI의 주요 부품 고장으로 촬영이 중단되고 검사가 지연됐다. 2024년에는 MRI 냉각시스템 이상으로 환자 검사가 연기돼 민원이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수술용 영상장비인 C-ARM 고장으로 대체 장비가 투입되고 수술 일정이 변경됐다.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산재병원의 고가 의료장비 고장·수리 건수는 총 229건으로 집계됐다. 수리비로 지출된 금액만 약 10억 5600만 원이다. 다만 이는 고가 의료장비 전체의 고장·수리 실적으로, 모두 내용연수를 초과한 장비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노후 장비를 교체하기 위한 예산이 수년째 공단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의료장비 교체 예산을 요구했지만,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실제 지원액은 연평균 약 35억 원에 그쳤다. 2025년에도 공단은 131억 1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실제 편성된 예산은 38억 1200만 원으로, 요구액의 약 29.1%에 불과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단이 2027년 의료장비 교체를 위해 요구한 예산은 145억 800만 원이지만, 정부안에 반영된 금액은 43억 4500만 원(29.9%)에 그쳤다. 요구액과 정부안의 차이는 100억 원이 넘는다.

다만 올해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증액됐다. 당초 정부안에 반영된 금액은 38억 1200만 원이었지만, 국회에서 71억 9800만 원이 추가되면서 최종 110억 1000만 원이 편성됐다. 2021년 이후 국회 심의를 통해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것은 올해가 유일하다.

공단도 예산 부족에 따른 장비 노후화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공단은 제출자료에서 최근 5년간 의료장비 교체 예산이 연평균 35억 원 수준에 그쳐 장비 노후화가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5년간 의료장비 도입 및 교체에 필요한 예산으로는 약 483억 원을 추산했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 시절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 기계에 왼팔을 다치는 등 산업재해를 경험한 당사자다. 2023년 9월 민주당 대표 시절에는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돼 직업병·산재 노동자 치료에 뿌리를 둔 녹색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 생명 보호를 주요 과제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산업재해 예방을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와 달리, 사고 이후 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담당하는 산재병원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장비 노후화로 진료 차질까지 발생한 만큼, 산재 예방뿐 아니라 사고를 당한 노동자의 회복과 일터 복귀를 뒷받침할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김정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만큼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정부는 처음부터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고, 장기적인 장비 교체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한 기자

근로복지공단은 의료장비 고장에 따른 검사 지연과 일정 변경 등은 일부 발생했지만, 환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거나 진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노후 장비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성능·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점검 결과 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비는 없다는 입장이다.

김정호 위원장은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만큼 사고를 당한 노동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하게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책임"이라며 "산재병원의 고가 의료장비 10대 중 4대 이상이 내용연수를 넘겼고, 실제 진료 차질까지 발생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재병원은 산재 노동자의 치료와 재활을 책임지는 핵심 공공의료 인프라"라며 "노후 의료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매년 부족한 예산을 국회에 증액해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처음부터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반영하고, 장기적인 장비 교체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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