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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남 확성기 재개 '만지작'…긴장 완화 내건 정부 딜레마
北, 한국군 MDL 월선 대응 반발
대남 확성기·군사적 압박도 시사
통일부 "정전협정 위반 중단해야"


북한이 한국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 대응에 반발하며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일대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다. /남용희 기자
북한이 한국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 대응에 반발하며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일대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긴장 완화 정책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한국군의 군사분계선(MDL) 월선 대응에 반발하며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통일부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정세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일방적인 경고와 위협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MDL 일대에서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북측의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간 MDL과 관련한 긴장과 충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MDL에 대한 남북의 입장을 일치시키고 평화적 관리를 위한 소통체계를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북측도 불필요한 상황 악화를 방지하고 실효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에 적극 호응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군사지도부는 선제적이며 제압적인 조치로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대남) 확성기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지난 8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한국군이 경고방송 2870회와 경고사격 201회를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1~17일에는 경고방송 998회와 경고사격 91회가 이뤄졌다고 했다. 실제 우리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북한군의 MDL 침범 징후가 포착되면 경고방송을 실시하고, 북한군이 실제 MDL을 넘으면 경고사격으로 퇴거를 유도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가운데)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가운데)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군사지도부는 선제적이며 제압적인 조치로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대남) 확성기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거론한 배경에는 우리군의 경계 작전을 군사적 대응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MDL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충돌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담화"라며 "한국군의 경계 대응을 무력화해 자신들이 추진 중인 '남부 국경선 물리적 요새화'를 차질 없이 끝내고 한반도에 영구적인 두 개 국가의 국경선을 기정사실로 굳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의 방송 재개 위협에 맞서 한국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야권에서는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이후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남북 간 확성기 방송 갈등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우리군은 2015년 8월 북한의 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후 북한은 반발하며 경기도 연천군 일대 한국군 진지를 향해 포격했고, 우리군도 대응사격에 나섰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남북은 고위급 접촉을 거쳐 방송 중단에 합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우리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2024년에도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를 계기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다. 같은 시기 북한은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맞대응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임영무 기자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성과로 접경지역의 일상 회복을 꼽았다. 통일부는 지난 5월 28일 발표한 '이재명 정부 1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자료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로 내세웠다.

하지만 최근 DMZ 지뢰 폭발 사고에 이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 검토 담화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요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접경지역에서는 확성기 방송 재개에 따른 주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강원·경기·인천 10개 접경지역 자치단체장들로 구성된 접경지역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통해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그 영향은 주민 안전은 물론 재산권, 지역경제와 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접경지역 주민 안전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북·안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방송 재개에 상응하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성훈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비례적 대응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현 대북정책 기조를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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