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시에도…보완 필요성은 여전
지역사회 통합돌봄 가치 실현도 숙제

자녀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바람.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자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당연한 순서조차 두려움이 된다. 부모가 사라진 뒤 자녀가 어디에서 누구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갈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고(故) 전경철 작가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받아줄 곳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그러나 그가 찾았던 것은 단순히 아들이 들어갈 시설 하나가 아니라 자신이 없어도 이어질 아들의 삶이었다. <더팩트>는 전 작가가 남긴 숙제를 통해 부모 사후 돌봄의 현실과 국가가 보장해야 할 발달장애인의 삶을 두 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정부의 책무다. 대한민국이 '발달장애인의 네버랜드'가 될 수 있도록 입법과 예산으로 책임을 다하겠다."(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중증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아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고(故) 전경철 작가의 안타까운 소식에 정치가 반응했다. 전 작가는 생전 자신이 떠난 뒤 혼자가 될 아들이 생활할 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리고 이는 모든 중증 자폐 자녀를 둔 부모들이 품은 고민이기도 하다.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인 중 56.6%는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수준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최중증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는 자폐성 장애인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자폐성 장애인은 나이가 들어도 사회성 연령이 함께 높아지지 않으면서 타인의 도움을 계속 필요로 한다. 이들을 사실상 24시간 돌보던 부모가 사라지는 순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24시간 개별 1:1 지원 서비스를 주말까지 확대하겠다고 한 것은 이같은 문제를 고려한 것이다. 현행 서비스는 인력 및 예산 부족으로 인해 평일 밤과 주말에 '서비스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였다면, 이용자 2명당 평균 1명의 서비스 지원 인력을 배치해(현재 시범사업 기준 평균 4 대 1) 이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 책임으로의 전환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가 제시한 24시간 개별 지원 서비스의 의의가 당사자 중심으로 수립되었는지는 별개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모가 생존해 있을 때는 부모가 국가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빈틈'을 면밀하게 메우게 되는데, 국가가 부모 사후에 이같은 '보이지 않는 부모의 역할'까지 대신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정부는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을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공공후견과 재산관리 △주거·일자리 △사법 지원을 꺼냈지만, '진정한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이 실현되기 위해선 보다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윤종술 대표는 "발달장애인 국가 책임제가 실현되기 위해선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서비스가 제공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으로 변화돼야 (24시간 돌봄 실현을 위한) 예산도 확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이번 정책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확대를 공언했지만, 현행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구체적 개선 방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돌봄 서비스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사업의 시행 이후 장애인 자녀와 부모가 '동시 극단 선택'을 하는 사례는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서비스 규모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26년 4월 기준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의 목표 정원은 2340명이다. 그런데 실제 이용자 수는 1247명으로, 목표 정원의 53.3% 수준에 그쳤다. 특히 전 작가 자녀처럼 돌봄 필요도가 높은 대상에게 낮 활동과 주거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24시간형 통합돌봄 서비스는 목표정원 340명 가운데 158명만 이용해 충족률이 46.5%에 그쳤다.
목표 정원에 맞게 서비스 이용 인원을 선별하는 작업은 이미 이뤄졌다고 한다. 다만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로 기관 참여율이 높지 않고, 고강도 업무에 비해 낮은 처우로 서비스 제공 인력이 구해지지 않는 게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일단 정부는 최중증 발달장애 통합돌봄 사업 종사자를 '고난도 직종'으로 지정하고 추가적인 임금 인상과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내년도 최중증 통합돌봄 대상자를 2340명에서 2760명으로 단 420명 늘리는 데 그친 것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비스가 목표 정원에 미치지 못했는데 대기자가 생기는 기형적 문제에 더해, 서비스 규모 확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윤종술 대표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서비스를 조금씩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부모들 희망고문만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정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은 "우리는 통합돌봄 사업 대상자를 5만 70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는 반면, 정부는 8000명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는 정책의 최우선 대상을 '행동 지원이 많이 필요하신 분'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정의를 분석하는 시각 자체에 (당사자들과 정부의) 시각차가 큰 상황"이라고 짚었다.
우리 사회가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추구하면서도, 그 대상에 발달장애인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노인과 장애인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거주하던 곳에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를 통합하여 연계·제공하는 제도다.
발달장애인 서비스 제공 기관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은 결과적으로는 그 지역에서 생활하는 발달장애인이 당연하게 포함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좀 답답한 부분이 많다"며 자폐성 장예인 등 발달장애인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위해선 지역사회의 수용성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정배 사무총장은 "아직도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설립 후보지 인근의 반대로) 어려움이 많이 발생한다"며 "자립법에 따라 장애인 당사자들이 거주할 주택을 마련할 때도, 민간 임대의 경우엔 나중에 (장애인들이 거주한다고) 알게 되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있다. (주택을) 매매해서 들어가려고 해도 드러나지 않게 압박하기도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