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기관 부족에 정원 확대만으론 한계
서미화 "지원 가능한 만큼 아닌 필요한 만큼"

자녀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바람.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자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당연한 순서조차 두려움이 된다. 부모가 사라진 뒤 자녀가 어디에서 누구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갈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고(故) 전경철 작가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을 받아줄 곳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그러나 그가 찾았던 것은 단순히 아들이 들어갈 시설 하나가 아니라 자신이 없어도 이어질 아들의 삶이었다. <더팩트>는 전 작가가 남긴 숙제를 통해 부모 사후 돌봄의 현실과 국가가 보장해야 할 발달장애인의 삶을 두 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정채영·이태훈 기자] 정부가 발달장애인의 돌봄과 지원을 가족의 몫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책이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회의 역할이 남아 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중증 발달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해 관련 제도를 뒷받침할 법과 예산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 돌봄 서비스 대상을 현행 2340명에서 내년 2760명으로 확대하는 등 돌봄·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부모가 고령이 되거나 더 이상 자녀를 돌보기 어려워진 이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와 일자리, 활동지원 등을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지원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 '국가책임'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마련된 최중증 통합돌봄 정원조차 절반가량만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최중증 발달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의 목표 인원은 2340명이지만 실제 이용자는 1247명으로 53.3%에 그쳤다. 유형별로는 24시간 개별지원 340명 중 158명, 주간 개별지원 500명 중 318명, 주간 그룹지원 1500명 중 771명이 이용하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지만 대기자는 오히려 498명에 달했다. 24시간 개별지원 61명, 주간 개별지원 81명, 주간 그룹지원 356명이다. 복지부는 제공인력 부족과 기관의 낮은 사업 참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목표 인원의 절반가량만 서비스를 이용하는데도 수 백명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은 발달장애인의 국가책임제가 현장에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제공기관과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지역별 서비스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도전행동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서비스의 지원 대상을, 중복장애가 있거나 와상 상태 등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고강도 지원이 필요한 최중증 발달장애인까지 확대하고, 현장 수요에 맞춰 유형별 예산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과 제공인력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현행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복지위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낮은 이용률을 단순히 서비스 수요 부족이나 예산 집행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돌봄·지원 인력과 제공기관 등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최중증 통합돌봄은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이용할 수 있어 지원 필요도가 높은 발달장애인도 서비스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봤다.
서 의원은 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예산에 맞춰 지원 대상과 서비스양을 제한하기보다 실제 돌봄·지원 필요도에 맞춰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1대1 등 고밀도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이를 단순히 비용의 문제로 접근할 경우 필요한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그 부담이 다시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장애 특성에 따라 필요한 지원의 수준이 크게 다르다는 현실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드라마 속 발달장애인처럼 비교적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모습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고도의 지원이 필요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현실을 놓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들을 시설에 머물게 하는 것을 유일한 해법으로 삼는 대신 주거와 활동지원, 주간활동, 의료 등 필요한 서비스를 촘촘하게 연결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전 작가가 혼자 남겨질 아들을 위해 전국 1000여 곳의 시설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 역시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고 봤다. 받아주는 시설을 찾는 것 외에 지역사회에서 고밀도의 돌봄·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선택지를 국가가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시설 입소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면 이를 온전한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이 같은 고밀도 돌봄·지원에 투입되는 비용을 단순한 복지 지출의 부담으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돌봄·지원은 선택적인 혜택이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지원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중증 발달장애인에게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필요한 것은 장애 특성에 따른 지원 필요도가 그만큼 높기 때문인 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지원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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