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요구 반영한 개헌 추진할 것"
국힘 향해선 "본회의장 섞어 앉자"

[더팩트ㅣ국회=서다빈·정채영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정부 출범 15개월을 맞아 "국정 수행에 대한 엄정한 평가의 시간이 왔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당정 쇄신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와 국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영점이동'(零點移動)을 강조하는 한편 경찰개혁과 주거정책 개편, 개헌 등 집권여당의 향후 과제도 제시했다.
김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은 성과보다 문제와 과제를 철저히 점검해야 할 시간"이라며 "당정 모두 심기일전의 각오로 다시 뛰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AI 혁명과 인구구조 변화, 미중 경쟁 등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에 맞춰 기존의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는 '영점이동'에 할애했다. 그는 "과녁이 바뀌면 영점도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의 시각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세우는 게 영점이동이다. 우리에게는 총체적 영점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달라진 국제질서에 맞춰 한국의 독자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국의 압도적 패권은 줄었고, 한국의 자주 역량은 늘었다"며 "한미 관계 변화의 본질"이라고 진단했다. 미북 정상 간 만남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는 북핵 문제에서 '선 동결 후 해결' 방식이 채택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독자적 안보 역량을 미리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세운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서도 기존과 다른 접근을 주문했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통일론을 해체한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2국가론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사실상 두 국가로 인정돼 온 국제 현실의 반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국가론 역시 완전히 무시하기보다는 평화공존에 활용할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미·대중 관계에서도 실용적 접근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대체 불가일 국가 역량을 더 확실히 키워야 한다"며 "대체 불가의 기술력이 국가 안보"라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역사든 국익이든 지킬 건 지키되 협력할 건 협력하자는 실용적 대일관이 커졌다"며 새로운 한일 경제·기술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이를 관통하는 개념으로 '강국 의식'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은 이미 정치, 경제, 외교, 사회, 군사, 과학기술 모든 면에서 선진 강국 수준"이라며 "일제 식민의 경험만 남았던 약소국 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밖으로는 강국 의식을 세우고 안으로는 승자독식의 격차사회를 '품격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당 혁신 구상도 내놨다. 김 대표는 "국가 혁신은 정치 혁신에서 출발한다. 민주당부터 혁신을 시작하겠다"며 청년정책 강화와 진보·개혁정당과의 연대, 교섭단체 정수 조정 논의, AI 정당 및 혁신 공천 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서는 '창조적 당정 수평관계'를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당적 보유와 당정 일치는 책임 정치와 정치 안정의 안전판"이라면서도 "민심을 직언하며 확고하게 지원하는 책임 있는 집권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종속되는 관계가 아니라 민심을 전달하면서 정부를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향후 개혁 과제로는 검찰개혁에 이은 '경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대표는 "제 식구 감싸기, 사건 암장, 무단 종결, 증거 은닉과 조작, 수사 정보 유출, 개인 정보 침해를 뿌리 뽑겠다"며 외부 감사 확대와 수사 제척 사유 강화, 피해자 설명 책임 및 부실 수사에 대한 법적 책임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을 "최대의 권력으로 등장한 경찰"이라고 규정하며 수사권을 견제하고 효율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공급 확대와 함께 주거정책의 틀 자체를 바꿀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주택정책의 근본은 가격 안정을 넘어 주거 문제 해소"라며 중앙·지방정부와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주거정책 거버넌스 구축과 주택 예산 확대를 통한 '주거 뉴딜' 공론화를 제안했다. 역세권·준공업지역 고밀화와 복합개발, 국회·대법원 인근 고도 제한 완화 논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개헌 추진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을 "개헌의 출발"로 규정하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5·18을 인정할 것인가, 5·18을 모욕할 것인가"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대표의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주요 대목마다 박수와 호응을 보내며 연설에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국민의힘에 날을 세웠던 정청래 전임 대표와 달리 여야 협치에도 방점을 찍었다. 그는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영역을 하나씩 만들고 두 개씩 넓혀가자"며 "여야 민생경제협의회도 더 활성화하고 공동의 논의 분야도 더 넓혀가자"고 제안했다.
국회 본회의장 좌석을 당별 배치가 아닌 가나다순으로 섞어 앉자는 이색적인 제안도 내놨다. 김 대표는 "거창한 정치개혁 말고, 소박하게 본회의 자리부터 섞어 앉자"며 "당별로 말고 가나다순으로 앉으면 어떻냐, 마주 보고 싸우는 건 상임위에서 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회의장 한 군데쯤 이 당 저 당 섞어 앉아 서로 맞장구도 치고, 서로 자기 당 의원 흉도 보고, 함께 진지해지는 것도 해볼 만하지 않느냐"며 "지도부라고 봐주시면 장동혁 대표님과 뒤에 같이 앉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민주당의 황금시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황금시대, 대한민국의 황금시대를 열자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5000년 역사상 최초로 정치·경제·문화·사상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전성시대 황금기의 입구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격차 사회를 품격 사회로 바꾸고 정의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민생 황금시대와 한민족 황금시대의 꿈과 비전을 세워보자"며 "대한민국이 세계를 이끌 것이다. 우리는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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