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전 모든 적대 정책 선결 조건화"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대화 재개 움직임에도 대미정책에는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향후 북미 대화 재개에 앞서 미국에 요구할 조건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변함없는 적대시 정책에 끝까지 최강경으로 대응하려는 우리의 대미정책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미국이 최근 밝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과 인권 문제, 한미일 다영역 군사훈련 ‘프리덤 에지’ 등을 거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소동과 인권 모략 책동, 군사적 위협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정치제도, 안전 이익을 엄중히 침해하려는 저들의 변함없는 적대시 정책을 유감없이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의 비핵화 원칙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대변인은 "우리의 핵은 주권수호의 절대적 담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보유와 그의 지속적 강화는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을 위한 가장 책임적이고도 정확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의 최고법에 의해 영구화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는 미국의 반복적인 비핵화 입장 표명에 의해 약화되거나 희석되지 않는다"며 "과거에 대한 허황한 집착은 그 어떤 경우에도 현실을 붙잡거나 미래를 억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2022년 국가핵무력정책에 관한 법령을 마련했고, 2023년에는 핵무기 고도화 목표를 헌법 조문에 포함했다.

이번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과의 과거 사진을 공개하는 등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한미연합훈련 축소도 지시했다. 하루 전인 지난달 15일에는 SNS에 2019년 판문점 회동 사진을 게시하며 "김 위원장과 나는 아주 잘 지낸다"고 적었다.
하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대북정책을 분리해 대응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조치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고 보며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관계에 대해서는 "의연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북미 대화의 문턱을 높일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핵보유 인정뿐 아니라 인권 문제, 한미일 안보협력 등에 대한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북미 대화의 조건으로 내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와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인 레이철 민영 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에서 제시하는 조건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도 지난달 17일(현지시간) CSIS 긴급 화상 좌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에) 당장 반응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시간을 두고 조금 더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번 담화는) 한미연합훈련 종료 이후에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관련 이슈를 계속 부각 시키려는 의도"라며 "비핵화, 인권, 한미일 안보협력 등 북미 대화 이전에 모든 적대시 정책을 선결 조건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upjsy@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