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역풍' 우려에 與 신중 기류…대응 '고심'

[더팩트ㅣ국회=이태훈 기자] 8·17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소 이른 '첫 시험대'에 올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으로 파장을 일으켜 여권의 총공세가 불가피해지면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로 여당의 운신 폭이 줄어든 상황에서, 김민석 지도부의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압박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초 김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전대 과정에서 불거진 당 내홍 수습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날 조 대법원장이 관례를 깬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을 강행하면서 김 대표와 민주당의 대응 우선순위 수정이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조 대법원장의 이재명 대통령 '패싱' 의도 여부다. 통상 대법원장은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나 최종 협의를 거친 뒤 대법관 제청 대상자를 발표해 왔다. 대법관 임명 제청권만 가진 대법원장과 임명권만 가진 대통령 사이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대법원은 그간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과 다음 달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제청을 위해 청와대와 수차례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58·사법연수원 24기)에 대해선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지명된 손봉기(60·사법연수원 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선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조 대법원장이 제청을 강행하면서 이번 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7개월가량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에 나서지 않자 "직무 유기"라며 날을 세웠는데, 여기에 조 대법원장이 관례를 깬 '서면 제청'이라는 '초강수'로 맞받으면서 격앙된 분위기다. 한 민주당 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전례 없는 단기간 심리로 파기환송 판결했던 조 대법원장"이라며 "(관례를 깬 서면 제청은) 조 대법원장의 도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당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민석 대표는 이날 수위 높은 발언으로 조 대법원장을 향한 '압박'에 나섰다. 그는 이날 부산 동구 민주당 부산광역시당에서 진행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에 대해 "유리창을 깬 다음에 퇴학시켜달라고, 공부 안 하겠다고 구걸하는 불량 학생의 태도"라며 "그동안의 관습적 법 절차를 어기고 이번에 대법관 제청을 한 의도가 무엇이냐. (자신을) 잘라달라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다만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가 즉각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집권 직후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하락한 이 대통령 지지율이 걸림돌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통화에서 "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을 포함한 각종 민생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효과가 나질 않으니 지지율도 떨어지는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탄핵으로 사법부를 몰아치는 모습을 보였다간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당내에서도 '실제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헌법재판소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조치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던 터라, 청문회 추진 등을 포함한 압박 수단을 지속해 강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조 대법원장 논란과 관련해 강성 지지층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 향후 김 대표의 당 장악력도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민주당 인사는 통화에서 "형사소송법 보완과 당내 통합 등 (김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의제가 많다"며 이번 서면 제청 논란이 김 대표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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