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시아도 저위력 전술핵 개발 박차...한반도 파장 '주목'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거대한 섬광과 함께 히로시마 중심가에 떨어진 핵폭탄은 반경 7km 지역내 모든 것들을 황폐화했다. 군인과 민간인 10만여 명이 한번에 사망했다.
나가사키에서도 마찬가지의 참상이 벌어졌다. 핵폭탄의 무시무시한 위력은 대전 이후 세계를 누가 제패하느냐를 결정짓는 중대 변수가 됐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핵무기를 갖고 싶어했다. 미국이 핵무기 제조 노하우를 철저히 독점하려 했지만 1949년 소련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중국이 차례로 핵실험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존재하고 있고, 북한은 미국의 압박과 반대 속에서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행세하고 있다.
핵폭탄의 가공할 위력은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초래했다.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파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어떤 핵무력 국가도 공격해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핵무기는 인류에 ‘역설적인 평화’를 주었다. 20세기 전반 세계대전 등으로 1억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반면 핵시대가 도래한 20세기 후반이후 반세기 동안 전사자가 200만명에 불과(?)했다는 통계수치를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핵무기는 통상 전략핵 (Strategic Nuclear Weapon)과 전술핵 (Tactical Nuclear Weapon)으로 구분하는데, 전략핵은 상대국의 전쟁 수행 능력 자체를 궤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며, 전술핵은 특정 전장에서 적 군사력을 직접 제압하기 위해 동원된다. 전략핵은 무게가 엄청나며 원거리에 있는 적의 심장부를 공격해야 하기에 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투발수단으로 쓴다.
전술핵은 지근거리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때문에 무게가 가벼워서 지대지미사일, 공대지미사일 등을 사용한다. ‘공포의 균형’을 의미하는 상호확증파괴(MAD)를 통해 2차 대전 이후 인류에 전면전을 억제해온 무기는 전략핵을 의미해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 국방부가 새로운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감독하는 새로운 핵전략의 초안에는 장거리 전략 미사일에 의존하기보다는 단거리 전술 핵무기에 큰 무게를 싣는 내용이 담겼다. 콜비 차관은 특정 전장의 소규모 표적을 겨냥하는 소형 단거리 탄두를 장착한 전술핵 지지자로 알려져왔다.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일반적으로 핵무산으로 부름)’가 신뢰받기 위해서는 실제 사용할 수 있다는 상식적인 생각이 들 정도의 위협을 상대 국가에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를 깔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 국지 전쟁이 발생할 경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단거리 전술핵 사용을 하는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이는 전면적인 핵전쟁 위험을 키우지 않으면서도 특정 전장의 전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핵무기 사용 문턱을 낮출 수 있는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장기전에 빠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술핵무기 사용 위협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만일 미 국방부의 이번 전략이 실제로 채택되면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국, 그리고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접한 한국과 일본의 안보 지형에는 중대한 파장이 미치게 된다.
알려진대로 미국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 한국 영토에 주둔한 미군에 다양한 형태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했었다. 대표적으로 1958년 자주포에 넣어서 쏘는 M442 핵포탄과 평양까지 사정권에 둘 수 있는 사정거리 1천100㎞ 마타도르 크루즈 미사일(MGM-1C)이 반입된 적이 있다. 가장 많을 때는 한국의 주한미군에 700발에 달하는 전술핵무기가 배치돼있었다고 한다.
소련이 붕괴하고 난 직후인 1991년 미군은 주한미군에 배치돼있던 전술핵을 모두 철수했더. 콜비 차관이 주도하는 이번 전략은 아직 초안 단계로 알려져있다. 미국의 전략사령부에서도 미국의 핵전략이 변한 것이 아니라고 확인했지만 미국이 ‘더 많은 선택지’를 고려하는 것 자체가 전세계 핵강국들의 전략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연한 활용이 가능한 저위력 전술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강국들의 이런 움직임은 그 자체로 한반도에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올 사안이다. 관련국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변화가 초래하는 파장에 대응하는 방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히 한국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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